"7명이 와도 한두 병"…술 문화 바뀐 대학생들, 상인들 '한숨'

기사등록 2026/09/09 06:00:00

최종수정 2026/09/09 06: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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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라 마셔라' 대신 가볍게 한잔

2·3차 줄고 단체·심야 손님도 감소

술 강권 사라져…자기관리 중시해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의 한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9.08.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의 한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9.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박준성·이지우 인턴기자 = "예전에는 새벽 3~4시까지 손님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밤 9시만 넘어도 사람 보기가 힘들어요. 손님은 줄고 술도 안 마시는데 인건비와 물가는 계속 오르니 남는 게 없어요. 장사를 계속해야 하나 싶을 정도죠."

개강철이면 늦은 밤까지 술자리로 북적이던 대학가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2·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줄고, 술을 마시더라도 가볍게 즐긴 뒤 일찍 귀가하는 학생들이 늘면서다. 고물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건강과 자기 관리를 중시하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대학생들의 음주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개강 주간이었던 지난 3일 오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골목 곳곳의 식당과 주점은 평일 저녁을 앞두고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20년째 신촌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채모씨는 "예전에는 소맥을 말아 원샷하는 모습도 흔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그런 광경을 보기 힘들어졌다"며 "예전에는 새벽 3~4시까지 손님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밤 9시만 지나도 거리가 조용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의 한 상점 출입문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09.08.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의 한 상점 출입문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09.08. [email protected]

단체 손님이 줄어든 데다 한 번 술자리를 가져도 마시는 양 자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20년 가까이 민속주점을 운영해 온 장모씨는 "예전보다 예약이 많이 줄었고, 단체 손님도 하루에 많아야 한두 팀 정도"라며 "7명이 와도 술 한두 병만 마시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술자리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29년째 신촌에서 주점을 운영해 온 신모(58)씨는 "예전에는 술이 중심이고 안주는 술을 마시기 위해 먹는 것이었다면, 요즘에는 음식과 대화가 중심이고 술은 곁들이는 정도가 됐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술장사를 하는 건지 밥장사를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줄어든 술 소비는 매출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장씨는 "인건비와 물가는 계속 오르는 데 소비가 줄어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며 "남는 것도 없어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불금'이었던 지난 4일, 대학가의 또 다른 대표 상권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1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3)씨도 "요즘 학생들은 술을 마시러 오기보다 공연을 본 뒤 식사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술 모임 자체가 줄어드니 매출도 줄어들어 갑갑하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 이후 복통, 구토, 황달 및 극심한 피로감 등 증상이 지속될 경우 반드시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 유토이미지 제공)
[서울=뉴시스]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 이후 복통, 구토, 황달 및 극심한 피로감 등 증상이 지속될 경우 반드시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 유토이미지 제공)

대학생들도 과거처럼 술을 오래, 많이 마시는 문화가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술자리 자체를 피하기보다는 원하는 만큼 마시고 일찍 귀가하거나 운동·맛집 탐방 등 다른 활동으로 친목을 다지는 식이다.

과거 학생회 경험이 있는 오승민(23)씨는 "예전에는 3~4차까지 가면서 '부어라 마셔라' 했다면 요즘에는 적당히 놀고 많이 가야 2차 정도"라며 "러닝처럼 함께 운동하거나 두세 명씩 맛집을 찾아다니는 등 술 말고도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고 했다.

경희대 미디어학과 부학생회장 김민서씨도 "술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지더라도 2·3차까지 남는 학생들은 많지 않고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학생들도 분명히 늘었고, 술을 강권하지 않는 분위기도 많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덕성여대 경영학전공 학생회장 김사랑씨 역시 "예전에는 분위기상 한 잔 정도는 다 같이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아예 술을 마시지 않고 안주나 분위기만 즐기는 학생들도 많다"며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의사를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의 한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9.08.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의 한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9.08. [email protected]
젊은 층의 음주량 감소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1회 평균 음주량은 2023년 8.2잔에서 2025년 6.9잔으로 줄었다. 20대 여성 역시 2025년 평균 음주량이 6.6잔으로, 조사 대상 5개 연도 가운데 가장 적었다.

과음하는 20대도 줄고 있다. 지난 7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 결과 남성 20대의 고위험음주율은 2016년보다 2025년 41.6% 감소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여성 20대 역시 같은 기간 18.5% 줄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음주문화 변화의 배경으로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분위기부터 건강·자기 관리 중시, 고물가 등을 꼽았다.
[서울=뉴시스] 2024.08.0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4.08.02. *재판매 및 DB 금지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술자리가 선후배 관계나 집단 소속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고물가로 술값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데 쓰는 시간도 하나의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를 거치며 술자리 외에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여가를 보내는 선택지가 다양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술자리 대신 헬스나 조깅 등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여가 수단이 다양해졌다"며 "사람을 만나고 즐기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만큼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이지우 인턴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9.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지우 인턴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9.0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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