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의료기기 제조업체 세종메디칼의 몰락이 회자되고 있다. 세종메디칼은 김 후보자에게 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바이오·제약 벤처기업 제넨셀의 투자사다.
상장폐지 벼랑에 서 있는 세종메디칼의 몰락은 본업의 실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경영권 매각 이후 바이오 신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치적 논란과 무자본 인수합병(M&A) 의혹, 대규모 투자 손실에 잇따라 휘말리며 회사의 곳간은 빠르게 말라갔고 결국 법원의 결정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갈리는 운명을 맞게 됐다.
8일 코스닥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6년 설립된 세종메디칼은 복강경 수술용 기기를 만드는 의료기기 제조 업체다. 국내 처음으로 복강경 수술기기 투관침(Trocar) 국산화·상용화에 성공했으며, 복강경 수술 필수품인 복강경용 장기적출주머니(Bag)·봉합기(Loop)까지 개발해 복강경 수술기기 선도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의료 현장의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복강경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나 2021년 하반기 경영권 변경과 함께 바이오 분야로 눈을 돌리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2021년 7월 당시 세종메디칼 최대주주였던 정현국 외 4인은 타임인베스트먼트에 세종메디칼 경영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타임인베스트먼트가 유상증자를 통해 세종메디칼에 125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에 오르고, 기존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지분은 엠오비컨소시엄과 21-13호 마사 신기술조합 44호, 뉴하라19호 투자조합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넘겨받는 구조였다
이들 투자조합은 세종메디칼의 경영권을 손에 쥔 이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을 추진하던 바이오 기업 제넨셀에 전환사채 50억원을 포함해 총 113억원을 투자했다. 제넨셀은 당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와 관련한 신약 인허가 청탁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에 휩싸인 기업이다. 결과적으로 이 바이오 신사업 투자가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시발점이 됐다.
2021년 7월 10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한달여 만에 6000원대까지 급등했고 이후 같은 해 10월 식약처의 제넨셀 임상 승인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에는 8000원선까지 뛰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들 투자조합은 고점에서 세종메디칼 주식을 팔고 빠져나갔고 주가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3000원대로 추락했다. 이들 조합은 석 달 만에 180억원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임상 승인 이후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넨셀은 임상시험 계획을 축소한 끝에 2023년 5월 결국 시험을 잠정 중단했다. 세종메디칼이 약 63억원을 들여 사들인 제넨셀 지분의 장부가액은 2022년 말 이미 0원으로 평가됐다.
제넨셀 투자 실패 이후에도 세종메디칼의 바이오 사업은 멈추지 않았다. 투자조합들의 엑시트(자금 회수) 이후 세종메디칼의 최대주주로 남은 타임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7월 카나리아바이오 그룹에 편입되며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았다.
하지만 새로운 국면도 오래가지 못했다. 세종메디칼을 품은 카나리아바이오 역시 훗날 주가조작 혐의에 연루되며 파국을 맞게 된다.
카나리아바이오 모회사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세종메디칼을 인수한 직후인 2022년 10월, 세종메디칼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 자산을 동원해 관계사인 카나리아바이오의 지분(5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800억원) 등 총 13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카나리아바이오가 개발하던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이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가 5000원 안팎에서 동전주 수준으로 폭락했고, 세종메디칼 역시 보유 중인 카나리아바이오 주식과 사채의 가치 역시 급격히 훼손돼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게 됐다.
껍데기만 남은 세종메디칼은 지난 2024년 3월 29일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본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무리한 투자와 자금 유출이 겹치며 유동성이 고갈돼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 존속 능력 불확실'에 따른 감사의견이 거절된 탓이다.
이후 세종메디칼은 두 차례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고, 올해 5월 12일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상장 유지에 실패했다. 주가는 5년 만에 고점 대비 95% 폭락해 400원대가 됐다.
회사는 현재 서울남부지법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거래소는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상장폐지와 정리매매 절차를 보류한 상태다. 한때 1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며 우량 기업으로 평가됐던 세종메디칼의 생존 여부는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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