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약속 적어내라"…광주경찰, 잇단 비위에 '초등생식 통제'

기사등록 2026/09/06 08:30:00

최종수정 2026/09/06 08: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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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직후 저녁 약속 점검, 계단·주차장서 경고음

"사고 친 사람 따로 있는데"…일선 직원 피로감 호소

[전남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잇단 비위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경찰청이 '10일간 회식 금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최근 음주운전 사고까지 발생한 광주경찰은 직원들의 사적인 저녁 약속을 매일 확인하는 등 고강도 통제에 나섰지만 비위 당사자가 아닌 성실한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6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서부경찰서는 전 직원이 출근 직후 수기로 작성하는 '의무위반 예방 1일 점검표'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점검표에 당일 음주 약속 여부를 밝히고 '오늘의 한마디'라는 자필 다짐까지 적어야 한다.

동부경찰서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하는 한편 퇴근 시간에 맞춰 직원들의 PC 화면에 음주운전 근절 경고 문구가 담긴 팝업창을 띄우고 있다.

북부경찰서는 본관 계단과 주차장에 '동작 인식 음성 송출기'를 설치했다. 직원이 해당 장소를 지날 때마다 기기가 음주운전 예방을 당부하는 경고 음성을 자동으로 내보낸다.

광산경찰서는 내부망 카드뉴스를 통해 음주 예방 퀴즈를 내고 있다. 남부경찰서는 직원들에게 '회식할 때는 차를 두고 가라'는 내용의 당부 문자메시지를 매일 발송한다.

각 경찰서가 이 같은 예방책을 잇달아 도입한 것은 최근 수사 부실과 경찰관 음주운전 등 사건·사고가 이어지자 경찰청이 공직기강 특별경보를 발령하고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경찰관들의 자율적인 절제와 준법의식을 끌어내기보다 일상 동선과 사생활까지 일률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을 집행하는 성인 공직자를 미성년자처럼 통제하면서 조직 내 피로감과 반발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위를 저지른 당사자들은 이미 직위해제돼 현장을 떠난 반면 별다른 문제 없이 근무해 온 직원들이 반복적인 점검과 경고를 감당하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A경위는 "정작 사고를 친 사람들은 현장에 없고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만 통제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질적인 비위 예방 효과보다 보여주기식 행정과 불필요한 시책만 늘어나 일선 직원들이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B경감은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일방적인 통제와 보여주기식 대응이 반복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본청과 시도경찰청이 특별경보와 일반경보를 수시로 발령하면서 직원들이 경고 자체에 무뎌지는 이른바 '양치기 소년'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수사 과정의 문제와 자체 사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청 특별경보 지침에 따라 자정 차원의 예방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개인의 의식 전환을 유도해 비위와 일탈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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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약속 적어내라"…광주경찰, 잇단 비위에 '초등생식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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