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안에 200조원 줄인다면서…르펜, 연금 수급 62세도 고수

기사등록 2026/09/01 16:51:40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핵심 지지층 결집 택했지만 중도·재계 확장에는 부담

친기업 경제참모 뒤르비 이탈…RN 내부 노선 차이도 드러나

[헤닌 보몽=AP/뉴시스]프랑스 국민연합(RN)의 수장 마린 르펜이 30일(현지시각) 북부 헤닌 보몽에서 총선 1차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2024.07.01.
[헤닌 보몽=AP/뉴시스]프랑스 국민연합(RN)의 수장 마린 르펜이 30일(현지시각) 북부 헤닌 보몽에서 총선 1차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2024.07.0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 대선 후보가 5년 안에 1250억유로(약 199조원) 규모의 지출 삭감을 예고하면서도 대다수 근로자의 법정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62세로 낮추는 공약을 고수했다. 연금 공약을 고수한 것은 핵심 지지층을 붙들려는 선택이지만 기업인과 중도우파 유권자까지 지지를 넓히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르펜은 지난달 27일 프랑스 최대 경제인단체인 프랑스경제인협회(Medef)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주최한 첫 경제토론에 참석해 재정적자 억제와 지출 삭감 구상을 제시했다.

르펜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아래로 묶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오는 10월 구체적인 지출 절감안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민 관련 예산과 르펜이 ‘불필요하다’고 지목한 공공기관, 프랑스의 유럽연합(EU) 분담금 등을 삭감 대상으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연금 공약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2023년 연금개혁에 따른 단계적 인상 일정이 일부 유예돼 올해 9월 현재 법정 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출생연도에 따라 62세9개월에서 64세까지 다르다. 르펜의 공약은 대다수 근로자의 수급 개시연령을 62세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르펜이 재정준칙까지 내세운 배경에는 빠듯한 프랑스 재정이 있다. EU가 재정 건전성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마스트리히트 기준으로 프랑스의 2026년 1분기 국가부채는 3조5361억유로로 GDP의 117.5%에 달했다. 2025년 재정적자는 GDP의 5.1%였고 EU 집행위원회는 올해도 같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재정적자 전망치도 EU 기준인 3%를 크게 웃돈다.

[파리=AP/뉴시스]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 참가자가 광고판을 발로 부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행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날 프랑스 곳곳에서 열렸으나 이미 입법 절차를 완료해 시위에 대한 관심이 식어 참여 인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3.06.07.
[파리=AP/뉴시스]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 참가자가 광고판을 발로 부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행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날 프랑스 곳곳에서 열렸으나 이미 입법 절차를 완료해 시위에 대한 관심이 식어 참여 인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3.06.07.
르펜은 재정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지적을 예상한다면서도 “사람들이 ‘적자가 더 늘어난다’고 말할 게 벌써 들린다”며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내려야 할 선택이며 나는 그 선택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연금 공약을 유지하면 기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지만 결선투표 승리에 필요한 중도층과 친기업 성향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르펜은 연금 공약을 유지하면서 어떤 항목에서 얼마씩 줄여 총 1250억유로를 절감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산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RN 소속 장필리프 탕기 하원의원은 1250억유로 절감 목표를 5년 안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도우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브뤼노 르타요는 토론 직후 “마린 르펜은 프랑스를 망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르펜 진영 내부에서도 재정규율과 연금 공약을 둘러싼 노선 갈등이 드러났다. 르펜이 메데프에서 경제 구상을 밝히던 날 핵심 경제참모 프랑수아 뒤르비가 선거운동에서 이탈한 사실이 알려졌다. 펀드매니저 출신인 뒤르비는 약 5년 동안 르펜에게 비공식적으로 조언하며 RN과 재계의 관계를 개선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고, 당내에서는 재정규율 강화와 시장친화적 정책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뒤르비의 노선은 당의 기존 포퓰리즘 경제정책을 고수하려는 세력과 충돌했다. RN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도 친기업 성향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르펜의 연금 공약 완화를 추진해왔고, 뒤르비는 이런 방향을 지지했다.

[파리=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의 연금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금 당장 연금 개혁'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5.11.07.
[파리=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의 연금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금 당장 연금 개혁'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5.11.07.
뒤르비는 사퇴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당의 입장을 재계 인사들에게 더는 옹호하기 어렵다는 뜻을 공개적으로도 내비쳤다. 그는 폴리티코에 “재계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스스로 떠나기로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면 르펜은 뒤르비의 퇴진이 자신의 뜻이었다고 밝혔다.

르펜이 최근 복수의 대선 1차 투표 의향 조사에서 30%대 중반으로 선두를 달리는 만큼 이 같은 내부 균열과 경제공약도 집중적인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대선 판세와 별도로 경제정책 운용 능력을 물은 프랑스 여론조사업체 오독사의 지난달 26~27일 온라인 조사에서는 성인 1005명 가운데 36%가 르펜이 집권하면 경제정책을 잘 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는 35%로, 두 사람은 표본오차를 고려하면 사실상 동률이었다.

다만 르펜의 36%는 RN 지지층의 높은 긍정 평가에 의존했다. 반면 필리프는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정당 르네상스 지지층의 78%, 중도우파 공화당 지지층의 62%에게 긍정 평가를 받아 지지 기반이 더 넓었다. 메데프 토론을 앞두고 기업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언웨이의 브뤼노 장바르 부대표는 친기업 성향 유권자들이 RN의 경제 문제 해결 능력을 여전히 의심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르펜이 2017년 대선 토론에서 당시 경쟁자였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으로부터 유로존 탈퇴 공약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지적받은 뒤 해당 공약을 폐기하는 등 경제정책의 약점을 보완해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르펜이 오는 10월 전체 공약을 공개할 때 연금 개시연령을 낮추면서도 1250억유로를 절감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계산으로 중도 유권자들에게 입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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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안에 200조원 줄인다면서…르펜, 연금 수급 62세도 고수

기사등록 2026/09/01 16:51:4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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