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보다 100배 넓게 본다"…암흑우주 비밀 벗겨낼 거대 눈 [로먼 출격 ①]

기사등록 2026/08/30 13:00:00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오늘 오후 8시26분 팰컨헤비로 발사…L2 향해 3개월 이동·점검

美 국가정찰국서 받은 2.4m 광학자산 활용…약 3억화소 카메라 탑재

5년간 10억개 넘는 은하 관측…암흑에너지·암흑물질 추적

[서울=뉴시스]로만의 망원경 경통을 직접 들여다보는 모습. (사진=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로만의 망원경 경통을 직접 들여다보는 모습. (사진=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허블우주망원경급 선명도로 한 번에 100배 넓은 하늘을 담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오는 30일 우주로 향한다. 넓은 우주를 한꺼번에 살피며 우주가 왜 빠르게 팽창하는지, 태양계 밖에는 어떤 행성들이 있는지 알아낼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는 오는 30일 오전 7시26분(미국 동부시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장에서 로먼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8시26분이다. 발사체는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 팰컨헤비다.

이번 발사는 NASA가 정한 발사 시한인 2027년 5월보다 약 9개월 이르다. 로먼은 지난해 11월 조립을 마친 뒤 진동과 소음, 전자파 등 각종 환경시험을 통과했다.

발사 후에는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태양·지구 라그랑주점 L2로 이동한다. 약 3개월 동안 장비를 전개하고 보정·성능 점검을 거쳐 2027년 초 첫 관측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허블의 어머니’ 이름 달고 우주로

망원경의 이름은 NASA의 초대 천문학 책임자였던 낸시 그레이스 로먼에서 따왔다. 그는 지구 대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우주를 관측하는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을 과학계와 미 의회에 설득하며 허블 개발의 토대를 닦았다. 이 때문에 ‘허블의 어머니’로 불린다.

그의 역할은 허블에 그치지 않았다. 허블과 찬드라 엑스선 우주망원경, 콤프턴 감마선 관측선, 스피처 우주망원경으로 이어진 NASA의 ‘대형 우주관측소’ 계획을 추진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NASA는 2020년 ‘광시야적외선탐사망원경(WFIRST)’으로 불리던 망원경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로먼 개발에는 미국 국가정찰국(NRO)이 NASA에 넘긴 2.4m급 우주망원경 광학자산이 활용됐다. 국가정찰국은 미국의 정찰위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정보기관이다. 국가정찰국은 사용하지 않던 광학자산 2대를 2012년 NASA에 넘겼고, NASA는 이 가운데 하나를 과학 관측 목적에 맞게 개조해 로먼에 적용했다.

NASA는 주경의 모양과 표면을 새로 다듬고 근적외선을 잘 반사하도록 두께 400나노미터 이하의 은을 입혔다. 주경 무게는 186㎏으로 같은 크기의 허블 주경보다 4분의 1 이하로 줄였다.
[서울=뉴시스]허블우주망원경이 1년 간격으로 촬영한 초신성 ‘SN 2018gv’. 왼쪽에서 밝게 빛나던 초신성이 오른쪽 사진에서는 희미해졌다. 로먼은 이처럼 우주의 팽창 역사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초신성을 포함해 수천개의 초신성을 관측할 예정이다. (사진=NASA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허블우주망원경이 1년 간격으로 촬영한 초신성 ‘SN 2018gv’. 왼쪽에서 밝게 빛나던 초신성이 오른쪽 사진에서는 희미해졌다. 로먼은 이처럼 우주의 팽창 역사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초신성을 포함해 수천개의 초신성을 관측할 예정이다. (사진=NASA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허블급 선명도로 100배 넓게…깊게 보는 웹과 역할 달라

로먼의 주경은 지름 2.4m다. 1990년 발사돼 30년 넘게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를 관측해온 허블우주망원경의 주경과 같은 크기다.

그러나 두 망원경이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은 다르다. 허블이 좁은 영역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데 강점이 있다면 로먼은 허블급 선명도를 유지하면서 한 번에 약 100배 넓은 하늘을 촬영한다. 18개의 적외선 검출기로 구성된 약 3억화소 광시야관측기(WFI)를 탑재한 덕분이다.

로먼이 한 번에 촬영하는 하늘의 면적은 지구에서 바라본 보름달의 약 1.5배다. 한 장만으로 허블 사진 100장을 이어 붙인 것과 비슷한 범위를 담을 수 있다.

넓은 영역을 연속해서 촬영하기 때문에 하늘을 탐사하는 속도는 허블보다 최대 1000배 빠르다. NASA는 로먼이 임무 첫 5년 동안 허블이 30년간 관측한 면적보다 50배 넓은 하늘을 살필 것으로 예상한다.

로먼은 넓은 시야로 제임스웹의 관측을 보완한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웹은 지름 6.5m의 대형 주경으로 멀고 희미한 천체를 깊게 들여다보는 데 강하다. 로먼이 넓은 하늘에서 흥미로운 천체를 찾아내면 제임스웹이 이를 정밀하게 관측한다. 로먼은 제임스웹이 관측한 천체의 주변까지 살펴 그 천체가 어떤 우주 환경에 놓여 있는지도 보여준다.

로먼의 관측 결과는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우주망원경과 지상의 베라 C. 루빈천문대 자료를 분석하는 데도 활용된다. 연구진은 로먼과 유클리드의 관측 영역이 겹치는 구간에서 로먼 자료를 기준으로 유클리드 관측값을 보정할 계획이다. 로먼의 적외선 자료와 루빈천문대의 가시광선 자료를 함께 분석하면 더 넓은 하늘을 정밀하게 살필 수 있다.
[서울=뉴시스]초대질량 블랙홀이 태양과 비슷한 별을 찢어 삼키는 ‘조석파괴사건’ 상상도. 이 과정에서 블랙홀 주변이 밝아져 먼 거리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사진=NASA·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초대질량 블랙홀이 태양과 비슷한 별을 찢어 삼키는 ‘조석파괴사건’ 상상도. 이 과정에서 블랙홀 주변이 밝아져 먼 거리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사진=NASA·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10억개 넘는 은하 관측…암흑우주 비밀 추적

로먼은 2027년 초 L2 주변 궤도에서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다. L2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 우주망원경의 움직임이 균형을 이뤄 적은 연료로 비교적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다.

제임스웹도 L2 주변을 돌고 있지만 로먼과는 멀리 떨어진 별도의 궤도에서 움직인다. 로먼은 L2에서 5년간 기본 임무를 수행하며 추가로 5년간 임무를 연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요 관측 대상은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외계행성이다. 로먼은 10억개가 넘는 은하의 위치와 형태, 거리를 측정해 우주가 팽창하고 거대한 구조가 형성된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같은 영역을 반복해서 관측하면서 초신성 폭발이나 성장하는 블랙홀처럼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현상도 포착한다. NASA는 로먼이 별을 파괴해 삼키는 블랙홀 현상을 연간 약 100건 찾아내고 최대 110억년 전 존재했던 블랙홀의 성장 과정까지 추적할 것으로 예상했다.

NASA는 로먼이 우주의 ‘큰 그림’을 보여주며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계 외곽 천체와 폭발하는 별부터 성장하는 블랙홀, 수십억개의 은하까지 광범위한 천체가 로먼의 관측 대상에 포함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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