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예산으로 성장·분배 개선할까…과거 성적표 보니

기사등록 2026/08/26 06:02:19

최종수정 2026/08/26 06: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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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지출 증가율 최소 11%…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

재정 확대, 성장률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아…경기 영향 때문

재정이 분배지표 장기 개선에는 기여…"지출 규모보다 질 중요"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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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가 내년 예산을 810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 같은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가 실제 성장과 분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0년대 이후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는 동안 본예산 증가 속도는 정부별로 크게 달랐다. 재정을 늘리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3%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와 고금리·통상 불확실성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1~2%대로 떨어진 시기도 있었다.

다만 세금과 복지급여 등을 통한 재정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대체로 커지는 흐름을 보였다. 결국 재정의 성과는 지출 규모 자체보다 어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정부가 재원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총지출 810조원 이상 검토…'2009년 이후 최고' 증가율 전망

26일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내년 810조원 이상의 총지출 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올해 본예산상 총지출(727조9000억원)보다 최소 11% 이상 지출이 확대돼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총지출 증가율 1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10.6%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10%를 넘어서는 대규모 확장재정 정책을 단행한 것이다.

다만 역대 정부 사례에서 재정 확대와 성장률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대규모 재정 투입이 성장잠재력 제고와 분배 개선으로 실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朴정부 예산 증가율 평균 4%…성장률 3%대, 분배지표도 개선

역대 정부가 직접 편성한 첫 본예산부터 보면 박근혜 정부의 2014년 총지출은 355조8000억원이었다. 이후 2015년 375조4000억원, 2016년 386조4000억원, 2017년 400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연도별 증가율은 4.0%, 5.5%, 2.9%, 3.6%로 평균 4.0% 수준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지출 규모는 12.6% 증가했다.

2013년 경기 대응, 2015년 메르스·가뭄, 2016년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도 편성됐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4년 3.2%, 2015년 2.9%, 2016년 3.2%, 2017년 3.4%로 평균 3.2% 수준을 기록했다.

분배지표도 개선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3년 0.370에서 2017년 0.352로 낮아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세금과 복지급여를 반영한 실질적인 가구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뜻한다.

상대적 빈곤율도 18.2%에서 17.0%로 하락했고,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의 지니계수 차이는 같은 기간 0.031에서 0.054로 커졌다. 그만큼 정부의 세금·복지 정책이 시장에서 벌어진 소득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더 많이 했다는 뜻이다.

文정부 예산 5년 새 42%↑…성장률 2%대 중반, 소득격차 완화

재정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문재인 정부 시기다.

첫 본예산인 2018년 총지출은 428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1% 늘었다. 이후 2019년 469조6000억원(9.5%↑), 2020년 512조3000억원(9.1%↑), 2021년 558조원(8.9%↑), 2022년 607조7000억원(8.9%↑)으로 증가했다.

5개 연도 본예산 증가율은 평균 8%대 후반으로, 2018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총지출은 41.7% 확대됐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며 적극적인 재정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간 성장률은 2018년 3.2%, 2019년 2.3%, 2020년 -0.7%, 2021년 4.7%, 2022년 2.9%로 평균 2.5%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면 약 3.3%다.

반면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재정 확대와 함께 분배지표도 뚜렷하게 개선됐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8년 0.342에서 2022년 0.324로 낮아졌고 소득 5분위 배율도 6.43배에서 5.76배로 축소됐다. 상대적 빈곤율 역시 16.5%에서 14.9%로 떨어졌다.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의 지니계수 차이는 2017년 0.054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0.077로 확대돼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尹정부 '건전재정'…지출 증가율 낮췄지만 성장률 1%대·분배 악화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 본예산 증가 속도를 크게 낮췄다.

첫 본예산인 2023년 총지출은 638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1% 늘었다. 2024년에는 656조6000억원으로 2.8%, 2025년에는 673조3000억원으로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3개 연도 평균 증가율은 약 3.5%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추경도 편성하지 않았다. 그러다 2024년 말 12·3 계엄 사태와 이후 탄핵 정국으로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2025년 상반기에는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이 편성됐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23년 1.5%, 2024년 2.2%, 2025년 1.1%(잠정치)에 머물렀다.

다만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압박 확대 등 대외·정치적 요인도 성장세를 제약한 만큼 건전재정 기조만을 저성장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분배지표는 2024년 다시 악화됐다. 지니계수는 2023년 0.323에서 2024년 0.325로, 소득 5분위 배율은 5.72배에서 5.78배로, 상대적 빈곤율은 14.9%에서 15.3%로 높아졌다.

다만 세금과 복지급여를 통한 재분배 효과 자체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23년 0.392에서 2024년 0.399로 높아졌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0.325까지 낮아졌다. 재정이 소득 격차를 완충하는 역할은 오히려 커졌지만 시장에서 발생한 소득 격차 확대를 모두 상쇄하지는 못한 셈이다.

810조 이상 재정 실험…'얼마나 쓰나'보다 '어디에 쓰나'

역대 정부 사례를 보면 재정 확대가 곧바로 높은 성장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성장률은 거시정책 뿐만 아니라 경기의 영향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우하향하고 있어 과거보다 최근 성장률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본예산 증가율이 연평균 4% 수준이었지만 성장률은 3%대 초반을 기록했고, 문재인 정부는 지출 증가율을 8%대로 높였지만 평균 성장률은 2%대 중반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출 증가율이 3%대로 낮아진 가운데 성장률도 1%대에 머물렀다.

반면 분배 지표는 201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이 장기적으로 낮아졌지만 일부 연도에는 다시 악화되기도 했다.

결국 810조원을 넘어설 내년도 예산의 성패도 단순히 재정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는 늘어난 재원이 어디에 투입되고 어떤 효과를 내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은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어떤 분야에 투입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생산적 분야에 재원을 집중하고 지출의 효율성과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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