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안 보고 계약금부터"…서울 전세난에 경기도 '노룩 계약'

기사등록 2026/08/21 06:00:00

최종수정 2026/08/21 06:55:35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서울 전세난에 임대수요 경기로 이동…광명·동탄 전셋값 8%대 상승

세제 개편 여파에 입주 물량 감소까지…경기 전셋값 상승 압력 확대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폭을 키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름 장마와 휴가철이 겹친 7월에도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과 수요 유입이 맞물리면서 올가을 이사철이 전세시장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72건으로, 전년 동기(2만4180건)보다 14.1% 감소했다.  23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07.2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폭을 키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름 장마와 휴가철이 겹친 7월에도 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과 수요 유입이 맞물리면서 올가을 이사철이 전세시장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72건으로, 전년 동기(2만4180건)보다 14.1% 감소했다. 23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07.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도 보지 않은 채 계약금을 먼저 걸고, 계약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20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에는 매물이 나오면 직접 집을 보기도 전에 계약금을 먼저 넣겠다는 세입자들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전셋집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오면 일단 계약부터 서두르는 분위기"라며 "집을 보러 가는 사이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금을 넣을까 봐 서둘러 계약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발(發) 전세난이 경기 주요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으면서도 서울 접근성이 좋은 광명·화성 동탄·수원 영통·안양 동안·용인 기흥 등으로 전세 수요가 옮겨붙고 있다. 매물은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몰리면서 광명과 동탄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8% 넘게 뛰는 등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울과의 접근성과 출퇴근 여건이 좋은 경기권 일부 단지에서는 집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계약금부터 거는 이른바 ‘노룩(No Look) 계약’까지 나타나고 있다. 원하는 지역과 가격대의 전세 매물이 나오면 현장을 둘러볼 틈도 없이 계약을 서두르는 수요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매물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800건으로 1년 전(2만3193건)보다 10.4% 감소했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의 전세 매물이 81.3%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금천구(-69.5%), 동대문구(-65.6%), 도봉구(-63.8%), 노원구(-63.0%)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특히 서울 전체 전세 매물의 약 66%가 강남3구에 몰리면서 중저가 전세를 찾는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전세품귀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매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전셋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의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458만원으로 1년 전(6억4944만원)보다 8.49%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고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을 피해 이동한 전세 수요가 경기 주요 지역에 몰리면서 이들 지역의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전셋값 상승률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절반이 경기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가 8.21%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경기 광명시(8.11%)와 화성시 동탄구(8.03%)가 뒤를 이었다. 이어 경기 수원시 영통구(6.82%), 안양시 동안구(6.73%), 용인시 기흥구(6.21%)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서울 접근성이 높은 경기 지역으로 임대 수요가 이동하면서 경기권 전셋값도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9억원으로 낮추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등 세 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담으면서다. 세 부담이 커지면서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거나 보유 주택을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날 경우 전월세 매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입주 물량 감소도 전셋값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3만2370가구에서 올해 1만7210가구로 급감한 데 이어, 내년에는 1만3019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전세 공급 감소와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임차 수요가 경기권으로 이동하면서 경기 주요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가 전월세로 공급하던 물량이 줄어들 경우 임차인들은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경기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집주인들도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어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경기권으로 번지면서 주요 지역의 전셋값을 추가로 밀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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