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문학관 심훈 친필 원고·유물 46건 59점 공개
미국 유족에게서 친필원고·검열본 등 59점 기탁 받아
내년 개관 문학관서 순차 공개 예정
![[서울=뉴시스] 심훈이 교정한 시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 ' (사진=국립한국문학관 제공)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11/NISI20260811_0002209294_web.jpg?rnd=20260811101545)
[서울=뉴시스] 심훈이 교정한 시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 ' (사진=국립한국문학관 제공) 2026.08.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削除(삭제)”
붉은 선이 원고 곳곳을 가로지르고 있다. 글자가 지워진 자리에는 동그라미와 표시가 남아 있었고, 원고 한쪽에는 일제 조선총독부 경무국의 삭제 표시와 검열 도장이 찍혀 있다.
11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국립한국문학관에서 공개된 심훈(1901~1936)의 친필 원고에는 일제강점기 검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 심훈의 대표작인 시 '그날이 오면'도 포함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이날 언론 공개회를 열고 미국에 거주하는 유족으로부터 기탁받은 심훈의 친필 원고 및 유물 46건 59점을 공개했다.
![[서울=뉴시스] '상록수' 친필원고, 1930년대 추정 (사진=국립한국문학관 제공)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11/NISI20260811_0002209287_web.jpg?rnd=20260811101201)
[서울=뉴시스] '상록수' 친필원고, 1930년대 추정 (사진=국립한국문학관 제공) 2026.08.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기탁 자료에는 대표작 '상록수' 전체 친필 원고와 영화 시나리오, 1932년 출판을 시도했으나 일제의 검열로 끝내 간행되지 못한 친필 원고본 '심훈시가집' 등이 포함됐다.
이날 공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붉은 먹선과 검열 도장이 가득한 '심훈시가집' 원고본이었다. 시가집에 수록된 대표 시 '그날이 오면'의 원고 안쪽에는 연필로 '1930년 3월 1일'이라는 창작일이 적혀 있다.
일제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시집 전체에 수많은 삭제 선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삭제된 자리에 빈칸이나 동그라미, XX 등 삭제 표시를 내지 말고 출판하라는 취지의 '주의' 도장까지 남겼다.
서영인 국립한국문학관 자료구축부장은 "삭제당했다는 티조차 내지 못하게 했던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이 시집은 결국 생전에 출판되지 못하고 유고로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호외(號外) 뒷면에 쓴 '오오 조선의 남아여' (사진=국립한국문학관 제공)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11/NISI20260811_0002209286_web.jpg?rnd=20260811101112)
[서울=뉴시스] 호외(號外) 뒷면에 쓴 '오오 조선의 남아여' (사진=국립한국문학관 제공) 2026.08.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1936년 8월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딴 호외 소식을 들은 직후, 호외 뒷면에 감격에 차 써 내려간 심훈의 마지막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 원고도 공개됐다.
이번 귀환은 셋째 아들 고(故) 심재호 선생(1936~2021)을 비롯한 유족들의 보존 노력과 문학관의 7년에 걸친 협의 끝에 성사됐다.
![[서울=뉴시스] 심훈이 교정한 시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 ' (사진=국립한국문학관 제공)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11/NISI20260811_0002209296_web.jpg?rnd=20260811101640)
[서울=뉴시스] 심훈이 교정한 시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 ' (사진=국립한국문학관 제공) 2026.08.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심훈이 세상을 떠난 해에 태어나 아버지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던 심재호 선생은 평생에 걸쳐 흩어진 부친의 원고를 수집해 오동나무 함에 넣어 미국 자택에서 보관해 왔다.
심훈의 손녀 심영민은 "아버님은 평생 할아버지 원고가 당연히 조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며 "가장 가치 있게 보관하고 후세에 알릴 수 있는 적절한 곳(Right Place)을 찾았고, 이제 가야 할 곳으로 제대로 돌아오게 돼 가슴 깊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심훈의 손녀 심영주도 "할아버지의 정신, 해방과 남북 통일, 압박받는 소수자나 민중들을 위해 쓰셨을 그 정신이 드러날 수 있도록 문학관에서 잘 보관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아버님이 계시지 않아 안타깝지만 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1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에서 공개된 작가이자 독립유공자인 심훈 친필 등 자료 2026.08,11.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11/NISI20260811_0002209308_web.jpg?rnd=20260811102227)
[서울=뉴시스] 1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에서 공개된 작가이자 독립유공자인 심훈 친필 등 자료 2026.08,11. [email protected]
국립한국문학관은 수집된 12만여 점의 문학 유산과 함께 이번 심훈의 기탁 자료를 보존 처리해 내년 4월 정식 개관에 맞춰 일반에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장은 이번 자료의 역사적·문학적 의의에 대해 "대중과 연구자들이 '그날이 오면'의 '그날'을 단순히 1945년 8·15 해방으로만 보지만, 시의 창작 배경과 심훈의 역사 의식을 볼 때 이는 단순한 해방을 넘어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 된 조국을 맞이하는 날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이 오면'은 구한말 황현의 '절명시'에 비견될 만큼 일제 치하 치열했던 항일 정신의 정수"라며 "올해 광복절에는 보신각 종을 울리거나 기념식장에서 심훈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유족들을 공식 초청하는 등 작가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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