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 '43도', 살인적 악취…재활용선별장 "살려고 포도당 씹죠"[현장]

기사등록 2026/08/11 06:00:00

최종수정 2026/08/11 0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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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달궈진 재활용선별장 가보니

야외 작업장 온도계 43도·선별실 37도

일평균 70t 처리…"쉬면 퇴근만 늦어져"

음식 악취·분진 섞여…"숨 쉬는게 고역"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선별원들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페트병과 일회용품 등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있다. 2026.08.10.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선별원들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페트병과 일회용품 등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있다. 2026.08.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요즘 같은 더위에는 작업 시작 10분 만에 속옷까지 다 젖어요. 쓰러질까봐 무서워서 아침저녁으로 포도당 두 알을 꼭 챙겨먹어요. 그냥 살려고 씹는 거죠"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치솟은 지난 7일 오후 2시께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약 2040평(6747㎡) 규모의 공터 입구에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가 훅 끼쳤다.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등에 남아 있던 음식물이 한여름 더위에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였다. 페트병과 일회용품 등이 뒤엉킨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쌓였고, 그 주변으로는 파리가 쉴 새 없이 날아다녔다.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이날 오후 2시께 압축기가 위치한 야외 작업장 온도계가 가리킨 온도는 43도. 대형 에어컨과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철판 천장과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선별실에서 선별원들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페트병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손으로 골라내고 있다. 2026.08.10.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선별실에서 선별원들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페트병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손으로 골라내고 있다. 2026.08.10. [email protected]

2층 선별실에서는 두 개의 컨베이어벨트가 쉼 없이 돌아갔다. 선별실 앞뒤로 대형 에어컨이 가동되고 곳곳에 선풍기도 설치돼 있었지만 온도계는 37도를 가리켰다. 같은 시각 바깥 기온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작업자들은 병과 페트병, 플라스틱(PP) 등 각자 맡은 품목을 2~3초에 한 번꼴로 재빠르게 집어냈다. 재활용품이 떨어질 때마다 '탕탕'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고 기계 굉음까지 뒤섞여 작업장을 가득 채웠다.

마스크와 귀마개 없이 선별실에 들어간 기자도 10여분 만에 옷 안쪽이 축축해졌다. 높은 습도에 숨이 턱 막혔고 뿌연 먼지 탓에 눈을 비비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부패하며 내는 시큼한 냄새까지 뒤섞이자 속이 울렁거렸다.

16년차 선별원 안모씨는 "일을 시작하고 10분만 지나도 온몸이 땀에 젖어 속옷까지 축축해진다"며 "더울 때는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있어 쓰러지지 않으려고 포도당을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컨베이어벨트 위에 페트병과 일회용 용기, 비닐 등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각종 폐기물이 뒤섞인 채 이동하고 있다. 2026.08.10.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컨베이어벨트 위에 페트병과 일회용 용기, 비닐 등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각종 폐기물이 뒤섞인 채 이동하고 있다. 2026.08.10. [email protected]

더위만큼 고역인 것은 악취와 먼지다. 쓰레기가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질 때마다 분진이 올라와 작업자들은 폭염에도 마스크를 쉽게 벗을 수 없다.

12년차 선별원 최모씨는 "여름에는 음식물이 하루 만에도 금방 썩어 냄새가 평소보다 두세 배는 심해진다"며 "마스크를 쓰면 갑갑하지만 안 쓸 수도 없다. 숨 쉬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않은 쓰레기도 적지 않았다. 음식물이 묻은 용기는 물론 죽은 고양이 사체나 뱀술에 담겼던 뱀이 선별라인으로 들어온 적도 있다고 작업자들은 전했다.

깨진 유리와 가시 등 날카로운 물건도 수시로 섞여 나온다. 이날 안씨의 손가락에도 반창고가 여러 겹 감겨 있었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내부에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품 등 수거된 재활용품이 산처럼 쌓여 있다. 2026.08.10.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내부에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품 등 수거된 재활용품이 산처럼 쌓여 있다. 2026.08.10. [email protected]

안씨는 "장갑을 몇 겹씩 껴도 유리가 뚫고 들어온다"며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 서서 손으로 골라내다 보니 손목과 손가락은 물론 허리와 무릎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다들 병원을 다니면서 일한다"고 했다.

선별을 마친 재활용품이 옮겨지는 야외 압축장은 더 뜨거웠다. 그늘이 부족한 땡볕에 압축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까지 더해졌다. 작업자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작업복은 땀에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

18년차 작업반장 김모씨는 "땀에 젖는 정도가 아니라 땀에 담갔다 나온 것 같다"며 "밖에서 일하는 압축 기사들은 여름이면 땀띠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땀이 계속 눈으로 들어가는데 쓰레기를 만지던 손이 자기도 모르게 눈으로 갈 때도 있다"며 "여름에는 결막염으로 고생하는 작업자들도 많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한 작업자가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하는 플라스틱 용기 등을 분류하고 있다. 2026.08.10.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한 작업자가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하는 플라스틱 용기 등을 분류하고 있다. 2026.08.10. [email protected]

폭염이 심해져도 작업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재활용품은 한 달 약 1800t, 하루 평균 70t에 달한다.

근무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고 토요일에도 낮 12시까지 작업한다. 토요일에 일부라도 처리하지 않으면 주말 동안 쌓인 쓰레기가 월요일에는 작업장 밖까지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폭염작업 때 노동자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기적으로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 쉬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휴식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물량 자체가 줄지 않으면 쉰 만큼 작업 종료 시각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야외 작업장에 설치된 온도계가 43.8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해당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9도까지 치솟았다. 2026.08.10.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야외 작업장에 설치된 온도계가 43.8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해당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9도까지 치솟았다. 2026.08.10. [email protected]

서울 구로구의 한 자원순환센터 노동자는 "폭염중대경보처럼 재난 수준의 더위에서는 중간에 더 쉬라는 것보다 아예 하루 작업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며 "처리해야 할 물량은 그대로인데 휴식시간만 늘어나면 결국 퇴근만 늦어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활용선별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열악한 작업환경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6~7월 전국 자원순환시설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선별원 77명을 조사한 결과, 업무 중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해요인의 심각도는 먼지·분진이 87.3점으로 가장 높았고 악취 86.0점, 더위·추위 85.2점 순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81.8%는 더위·추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고온 환경에서는 온열질환 위험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내부에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품 등 수거된 재활용품이 산처럼 쌓여 있다. 2026.08.10.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내부에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품 등 수거된 재활용품이 산처럼 쌓여 있다. 2026.08.10. [email protected]

박정우 영남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작업장 온도가 43도까지 올라갔다면 체감온도 역시 40도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정도에서는 열경련과 열탈진,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기본적으로 물과 휴식, 그늘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냉방·통풍시설을 갖추고 필요하면 냉각조끼 같은 장비를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염에 더해 선별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분진도 작업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박 교수는 "재활용선별장에서는 부패 과정에서 자극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데 기온이 높아지면 휘발성 물질이 더 많이 발생해 눈이나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다"며 "오염된 물질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결막염이나 피부염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스크가 땀에 젖으면 오염물질이 더 쉽게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에 젖었을 때는 교체해야 한다"며 "작업 환경에 따라 보안경이나 고글 같은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선별실에서 선별원들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재활용품을 손으로 골라내고 있다. 벽면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선풍기가 여러 대 설치돼 있다. 2026.08.10. spicy@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유림 기자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의 한 자원순환센터 선별실에서 선별원들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재활용품을 손으로 골라내고 있다. 벽면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선풍기가 여러 대 설치돼 있다. 2026.08.1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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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 '43도', 살인적 악취…재활용선별장 "살려고 포도당 씹죠"[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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