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치료 혁신 신약에도 비급여…"환자 접근성 높여야"
![[서울=뉴시스] 백혈병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5.0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08/NISI20260508_0002130948_web.jpg?rnd=20260508201128)
[서울=뉴시스] 백혈병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5.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은 표적치료제 도입 이후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생존 자체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얼마나 꾸준히 병을 조절하며 치료를 이어가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런 변화가 제도에도 반영돼 올해 7월부터 만성골수성백혈병 산정특례(병원비 부담을 낮춰주는 건강보험 제도) 재등록 기준이 완화됐다.
세포유전학검사 결과만으로는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질환 특성을 고려해 최근 24개월 내 치료 이력과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재등록이 가능해진 것이다. 길어진 치료 현실을 제도가 따라잡은 셈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과다하게 만들어지는 혈액암이다. 비정상 염색체가 'BCR-ABL'이라는 암 유발 효소를 만들고 계속 작동하면서 백혈구를 끝없이 증식시킨다. 천천히 진행되는 병이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백혈병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골수이식 밖에 방법이 없어 생존율이 낮았지만, BCR-ABL 효소를 골라서 억제하는 약인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인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렇게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최근에는 처음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지난해 개정된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치료 시작 12개월 시점의 분자학적 반응이 이후의 치료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도 환자 연령과 위험도, 동반질환, 치료 목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초기 치료제 선택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초기 치료에서 충분한 반응을 얻지 못하면 약을 바꾸거나 내성·불내성을 관리해야 하고, 반복적인 검사와 진료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최근 치료 목표 자체가 높아지면서 주요 분자학적 반응(MMR, BCR-ABL가 몸속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혈액검사로 재는 것)을 넘어 더 깊은 수준의 반응(DMR), 일부 환자에서는 약을 끊고도 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무치료 관해(TFR)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안재숙 화순전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1차 치료에서 확인한 분자학적 반응은 이후 약제 변경 필요성, 치료 지속성, 더 깊은 치료 목표 도달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1차 치료는 단순히 치료를 시작하는 단계가 아니라 환자별 장기 치료 여정을 좌우하는 출발점인 만큼 치료 초기부터 적절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셈블릭스', 1·2세대 TKI보다 효과↑…1차 치료 급여는 아직
치료가 길어질수록 효과뿐 아니라 지속성과 내약성, 삶의 질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이유다.
기존 TKI와는 다른 기전의 약제인 ‘셈블릭스’는 기존 TKI가 주로 BCR-ABL이 작동하는 ATP(아데노신삼인산) 결합 부위를 표적한 것과 달리 ABL 미리스토일 포켓을 겨냥하는 계열 최초의 STAMP 억제제다.
ASC4FIRST 연구에 따르면, 새롭게 진단된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성인 환자의 치료 12주차 조기 분자학적 반응 달성률은 셈블릭스 89.6%, 기존 TKI 비교군 70.1%였다.
48주와 96주 분석에서도 MMR뿐 아니라 MR4, MR4.5 등 깊은 분자학적 반응에서 기존 TKI 비교군 대비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 MR4.5는 무치료 관해 가능성을 논의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지표다.
최근 공개된 144주 장기 추적 결과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 뚜렷해졌다. 144주 시점 MR4 달성률은 셈블릭스 56%, 기존 TKI 비교군 36%였고, MR4.5 달성률은 각각 42%와 25%였다.
특히 2세대 TKI 비교군과의 MR4.5 격차는 96주 분석에서 2.5%포인트(셈블릭스 26.0%·2세대 TKI 23.5%)에 그쳤으나, 144주 분석에서는 각각 41%와 29%로 1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셈블릭스는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 진단된 만성기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성인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셈블릭스를 1차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았으나, 문제는 아직 1차 치료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가 사항과 글로벌 치료 흐름, 실제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안 교수는 “셈블릭스는 기존 TKI와 다른 차별화된 STAMP 기전을 바탕으로, 1차 치료에서 조기 반응과 깊은 분자학적 반응을 확인한 치료 옵션”이라며 “특히 MR4.5와 같은 깊은 반응은 장기 치료 목표를 고려할 때 중요한 지표인 만큼 1차 치료 단계에서 이러한 근거를 가진 약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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