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수형자 VR 심리치료 체험해 보니

기사등록 2026/08/06 14:00:00

최종수정 2026/08/06 14:02: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서울 남부구치소 수형자 VR 심리치료 프로그램

피해자에 신체 영상 요구하자 "넌 잃은 게 없니"

지난달 말부터 전국 11개 교정기관 확대 운영

[서울=뉴시스] 이윤석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소재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 서울남부 심리치료센터에서 VR 심리치료 프로그램 체험을 진행 중이다. 2026.08.06 leeys@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윤석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소재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 서울남부 심리치료센터에서 VR 심리치료 프로그램 체험을 진행 중이다. 2026.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윤석 기자 = 데이팅 앱에서 대화를 나누던 여성에게 신체 영상을 요구해 받아낸 상황. 눈앞에는 '그때 어떤 마음을 떠올렸나요?'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원하는 걸 얻었다고 생각했다'는 선택지를 고르자 피해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잘 생각해 봐. 날 이렇게 만든 넌, 잃은 게 없니? 넌 지금 어디 있어?"

남부구치소 심리치료센터 가상 현실 체험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 서울남부 심리치료센터 상담실에는 각 1대씩 총 3대의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기기가 있었다.

VR 기기를 머리에 쓰자 눈앞에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휴대전화 화면이 보였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고 친분이 쌓여갈 즈음 '요즘은 다 한다'며 신체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을 받고선 더욱 수위를 높여 영상을 달라고 했다. 상대방이 거부하자 회사에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했다.

눈앞에는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의 모습이 보였지만 불법 사이트에 영상을 올려 수익을 얻어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도 보였다.

'왜 이런 선택을 했나요?'라는 질문이 들린 뒤 영상은 다시 처음 상황으로 돌아갔다. 상대방이 영상을 보내기를 거절하던 상황이 다시 재생되면서 '왜 멈추지 않았나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지금 멈추면 내가 손해잖아'라는 선택지를 고르자 상대방은 "내가 고통받고 있는 만큼 너는 점점 더 위험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걸 몰랐단 말야?"라고 말했다.

영상을 받고 '그때 어떤 마음이 떠올랐나요?'라는 질문지가 또다시 나왔을 땐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걸 얻었다고 생각했다' 등 선택지가 나왔다.

'내가 원하는 걸 얻었다고 생각했다'고 선택하자, 피해자는 정면을 바라보며 "잘 생각해 봐. 날 이렇게 만든 넌 잃은 게 없니? 넌 지금 어디 있어?"라고 말했다.

가해자 입장에서 자신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된 VR 체험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자신의 선택을 바꿔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때 자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질문하고 교정해 준 뒤 명상의 시간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성폭력 가해자의 관점에서 진행된 VR 체험에서도 범행 당시 느꼈던 심정을 선택하게 하고, 그 선택이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했다면 교정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뉴시스] 이윤석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위치한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 서울남부 심리치료센터에서 VR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모습. 2026.08.06 leeys@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윤석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위치한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 서울남부 심리치료센터에서 VR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모습. 2026.08.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기 객관화' 통한 심리치료…범죄 유형별 특성 반영

수형자 심리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법무부 심리치료과 이지원 교감은 수형자들이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의 범행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교감은 "제3자의 입장에서 내가 하는 역할을 보게 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스토킹 범죄자의 경우 누군가를 좋아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람들이라 피해자에 대한 원망이나 저항감 등이 많다"며 "일종의 '조망효과'로 제3자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피해자가 나 때문에 힘들었겠구나', '내가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게 협박이었구나', '피해자가 공포감을 느꼈겠구나' 등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VR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교정본부 심리치료과는 ▲성폭력사범 6종 ▲스토킹사범 4종 ▲아동학대사범 4종 ▲가정폭력사범 4종 등 범죄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 중 성폭력 범죄의 경우 ▲범죄 상황 인식 ▲인지 왜곡 수정 ▲동의, 경계 이해 ▲피해자 공감 ▲위험 요인 대처 등 총 5회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회기 당 15분 내외로 진행된다.

센터 관계자는 "해당 VR 프로그램만 단독으로 진행하지 않고 전체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며 "개인 상담 등을 통해서도 상황을 충분히 같이 다루고 얘기하고 탐색하면서 전문가들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형자들이 너무 직설적어서 힘들었다거나 '다 잊었던 것을 끄집어낸다'고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VR을 통해 상황에 몰입감 있게 직면시키면 깊이 있게 다가가는 데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법무부 가상현실 심리치료 프로그램. (사진=법무부 제공) 2026.08.0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법무부 가상현실 심리치료 프로그램. (사진=법무부 제공) 2026.08.06. *재판매 및 DB 금지

7월 말부터 11개 교정기관 운영…심리치료 효과 커

법무부는 VR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 시범운영을 통해 수형자의 인지 왜곡 개선과 공격성 감소 효과를 확인, 7월 말부터 11개 교정 기관에서 본격 운영 중이다.

센터에 따르면 올해 2월~6월 총 392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결과 성폭력, 스토킹, 아동 학대, 가정폭력 사범 모두에게서 인지 왜곡, 공격성, 공감 능력에서 VR 심리치료 개입의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수형자의 경우 인지 왜곡 개선율은 처치 집단이 18.1%로 통제집단(9%)보다 높았고 공격성 감소는 14.2%(통제집단 2.4%), 공감 능력 향상은 13.9%(통제집단 8.9%)로 나타났다.

센터 관계자는 "의외로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는 수형자가 많다"며 "일반 국민 입장에서 VR 프로그램이 왜 필요하냐 할 수 있지만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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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고?"…수형자 VR 심리치료 체험해 보니

기사등록 2026/08/06 14:00:00 최초수정 2026/08/06 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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