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보고 생리주기 기록…北 최신폰, 평양 엘리트만 손에 쥐었다

기사등록 2026/07/27 10:53:23

최종수정 2026/07/27 11:12: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최상위 기종 750달러…평양 엘리트층 중심 사치품

노점 QR결제·택시 호출·의약품 배달까지

디즈니 애니는 영어교재…여성용 앱엔 생리주기 관리

[뉴시스] 북한에서 밀반출된 스마트폰 내부. (출처=BBC) 2025.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뉴시스] 북한에서 밀반출된 스마트폰 내부. (출처=BBC) 2025.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일반 주민의 외부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 북한에서 평양의 일부 엘리트들은 스마트폰으로 노점에서도 QR코드로 결제하고 택시를 부르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구매·배송 앱도 등장했다. 겉보기에는 다른 나라의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지만 모든 기능은 정부 통제망 안에서만 작동한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북한 기술 전문가 마틴 윌리엄스의 도움을 받아 북한에서 유통되는 최신형 스마트폰 2대의 기능과 앱을 들여다보고 평양 일부 주민의 디지털 생활상을 소개했다.

WP에 따르면 북한의 최상위 스마트폰은 소매가격이 약 750달러(약 110만원)에 달한다. 대다수 주민에게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가격이어서 구매와 이용은 주로 평양 엘리트층에 집중돼 있다. 북한 매체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눈의 피로를 줄이는 요령을 방송할 정도로 적어도 평양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 회선은 635만개다. 이는 북한 정부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한 2022년 말 수치로, 이후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선 수가 실제 이용자 수를 뜻하지는 않으며 이 가운데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율도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2008년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23년 10월 4G 이동통신 서비스를 도입했다. 윌리엄스는 4G망이 북한의 상당 지역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자체 상표로 판매되는 휴대전화도 최소 24개에 이른다. 단말기 하드웨어는 대부분 중국 업체가 생산하고 북한에서 운영체제와 앱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를 개조한 형태다. 북한 정부의 전자서명을 받지 않은 앱과 콘텐츠는 실행할 수 없다. 외부 인터넷과 국제전화·국제 문자메시지도 차단되며 국가 인트라넷에 접속해 정부가 승인한 앱과 콘텐츠만 이용할 수 있다.

【평양=AP/뉴시스】13일 북한 평양에서 한 여성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전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관련 보도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2018.06.14
【평양=AP/뉴시스】13일 북한 평양에서 한 여성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전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관련 보도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2018.06.14
전자지갑 앱으로는 돈을 주고받거나 대중교통 요금을 내고 택시를 예약할 수 있다. 음식을 배달시키고 영화표를 예매하는 기능도 있다. 전자지갑에는 곡물 구매권을 충전하고 사용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최근 평양 방문객들에 따르면 노점상들도 스마트폰 QR코드 결제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는 택시에는 출퇴근 시간과 심야에 할증요금이 붙는다. 북한 전문 여행사 영파이어니어투어스 관계자는 평양에서 택시로 45분가량 걸리는 구간의 요금이 평소 약 5달러(약 7300원), 할증 시간에는 약 8달러(약 1만1700원)였다고 전했다.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자결제가 확대되면 정부가 통화 유통과 환율, 물가, 세금을 관리하기 쉬워진다고 분석했다. 수많은 현금 거래는 일일이 추적하기 어렵지만 전자결제는 거래 기록을 남긴다. 곡물 구매권을 전자화하면 곡물 유통 과정의 절도와 부패를 감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결제 수단을 넘어 국가가 허용한 오락 콘텐츠를 소비하는 창구로도 쓰인다. 영상 스트리밍 앱 ‘만방’에서는 북한 방송과 영화뿐 아니라 정부가 허용한 중국·옛 소련·동독 등의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영어 학습용으로 ‘알라딘’과 ‘모아나’, ‘겨울왕국’, ‘라따뚜이’, ‘월-E’ 등 미국 애니메이션도 제공된다. 영상마다 포인트가 표시돼 일종의 유료 이용 체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는 북한이 밀수 외국 영상물을 단속하는 동시에 정부가 허용한 해외 콘텐츠를 대체재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포함한 이른바 반동문화의 반입·시청·유포에 최고 사형까지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AP/뉴시스] 23일(현지 시간) 북한 평양 화성지구 림흥거리에서 우산을 쓴 한 여성과 아이가 함께 걷고 있다. 2025.05.23.
[평양=AP/뉴시스] 23일(현지 시간) 북한 평양 화성지구 림흥거리에서 우산을 쓴 한 여성과 아이가 함께 걷고 있다. 2025.05.23.
정부가 허용한 앱은 오락뿐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외모 관리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여성용 앱에서는 생리주기를 기록하고 화장법과 피부 관리, 운동, 체중 관리 정보를 볼 수 있다. ‘여성의 나이’라는 앱의 첫 화면에는 여성 건강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나온다. 충분한 수면을 권하는 등 일반적인 건강 조언과 과학적 근거가 의심스러운 신체 관리법이 함께 담겨 있다.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의약품을 주문하는 앱도 있었다. 앱은 감기약부터 간염 치료제까지 3000여 종을 북한 전역에 배송한다고 홍보한다. 다만 WP는 실제 서비스 지역이 평양에 한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이용자가 의학 용어를 찾아볼 수 있는 별도의 의약품 사전 앱도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기능은 결제와 오락, 건강관리까지 확대됐지만 이용 범위는 철저히 국가가 설정한 경계 안에 머물러 있다. 윌리엄스는 북한 정권이 스마트폰 이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외부 정보 접근 확대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국경지대에서 암시장에서 구한 유심으로 중국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외부 인터넷을 이용하다 적발되면 중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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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보고 생리주기 기록…北 최신폰, 평양 엘리트만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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