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사람도 작물도 한계…"낮에는 40도 넘어"
장마 뒤 밀린 작업…고령자 온열질환에 더 취약
좁은 농로 구급차 진입 어려워…"한낮 작업 자제"
![[서울=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의 한 비닐하우스. 2026.07.20.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24/NISI20260724_0002195083_web.jpg?rnd=20260724144214)
[서울=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의 한 비닐하우스. 2026.07.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박시영 인턴기자 = "낮에는 안에 못 들어가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의 한 비닐하우스. 장마와 폭염이 번갈아 덮친 탓에 내부는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열기로 가득했다. 상추를 심어둔 한 줄 가운데 잎이 남아 있는 곳은 5분의 1도 되지 않았고, 오이 잎도 대부분 썩거나 말라붙어 있었다.
토마토와 상추 등을 재배하는 임모(74)씨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낮에는 40도를 훌쩍 넘어 들어가지도 못한다"며 "옆 정자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며 쉬려고 하지만 그래도 더위를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농작물도 다 가물어 20~30%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죽는다"고 토로했다.
폭염은 농작물 피해를 넘어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고령 농업인의 생명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장마가 끝난 뒤 밀린 농작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폭염 속에서도 한낮 작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온열질환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비닐하우스에 심은 상추 모종이 장마와 폭염의 영향으로 좀처럼 자라지 못하고 있다. 2026.07.20.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24/NISI20260724_0002195075_web.jpg?rnd=20260724143922)
[서울=뉴시스] 비닐하우스에 심은 상추 모종이 장마와 폭염의 영향으로 좀처럼 자라지 못하고 있다. 2026.07.20. [email protected]
농업당국은 장마 직후 비닐하우스 내부는 높은 습도와 기온이 겹쳐 체감온도가 50~60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야외는 더워도 공기가 통하고 바람이 불지만 비닐하우스는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위험성이 훨씬 높다"며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계속하다 변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령 농업인은 폭염에 특히 취약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 사망자는 29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18명(62.1%)으로 가장 많았다. 사망자 중 농림어업 숙련자는 4명(13.8%)이었고 대부분 열사병으로 숨졌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전국 91개 시·군에 온열질환 예방요원 1149명을 배치해 약 10만 농가를 대상으로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예방요원들은 마을회관과 논밭 등을 찾아 고령 농업인의 작업 상황을 살피고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는 농작업을 자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초구 등 지자체도 폭염 취약계층 보호에 나섰다. 서초구는 비닐하우스를 포함한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문 및 전화 모니터링을 실시해 안부를 확인하고, 온열질환이 의심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문건강관리 사업을 운영 중이다.
또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관내 농가를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법과 농작업 안전수칙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오이의 잎이 누렇게 변색되고 일부는 고사한 모습이다. 2026.07.20.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24/NISI20260724_0002195076_web.jpg?rnd=20260724143945)
[서울=뉴시스] 오이의 잎이 누렇게 변색되고 일부는 고사한 모습이다. 2026.07.20. [email protected]
그러나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장 대응엔 한계가 있다. 비닐하우스 밀집지역은 농로가 좁아 구급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씨는 "근처에 병원은 있지만 구급차가 비닐하우스 앞까지 올라오지 못한다"며 "급한 상황에서는 지인이 사람을 업고 아래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모든 농지에서 도로가 확보돼 있을 순 없다 보니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구급차 접근이 어려운 곳에선 2인 이상이 함께 작업해 위험에 처했을 때 동료가 빨리 구조·구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일상이 된 만큼 응급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농업 노동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농업은 노동 강도가 높은 데다 고령화까지 겹쳐 온열질환에 매우 취약한 분야"라며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한 자동화와 이동 의료서비스 등 의료복지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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