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반체제 인사 여권·재산까지 막는다…러시아 '배신자법' 통과

기사등록 2026/07/24 14:31:20

최종수정 2026/07/24 1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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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결·일부 행정처분 집행 피해 국외 체류자 대상

계좌·재산 동결…여권·영사서비스·부동산 거래 제한

[모스크바=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볼로딘 하원의장(왼쪽)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카자흐스탄 활동 사례를 통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가 어려운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에 투입된 CSTO 평화유지군의 능력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2022.01.11.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볼로딘 하원의장(왼쪽)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카자흐스탄 활동 사례를 통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가 어려운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에 투입된 CSTO 평화유지군의 능력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2022.01.1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 하원이 확정 형사판결에 따른 형이나 일부 행정처분의 집행을 피해 해외에 머무는 자국민의 계좌와 재산을 동결하고 여권 발급·갱신과 부동산 거래 등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3일(현지시간)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국가두마(하원)는 전날 관련 법안 두 건을 2·3차 심의에서 잇따라 가결했다. 연방평의회(상원) 승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이 남아 있으며, 법률로 성립하면 공식 공표일부터 시행된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 의장은 표결에 앞서 “이 법안은 우리나라를 해치는 극단주의자와 조국의 배신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처벌을 피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딘 의장의 ‘배신자’라는 표현과 별개로, 법안상 제한 대상이 되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대상자는 확정 형사판결이나 일부 행정처분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관계기관이 해당 인물을 집행 회피자로 확인해야 하고, 현재 러시아 밖에 머물러야 한다.

형사판결의 경우 범죄 유형을 별도로 제한하지 않는다. 행정처분 가운데서는 외국대리인법 위반과 대러 제재 촉구, 러시아 영토 보전을 침해하는 주장, 군 불신 조장, 러시아가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의 활동 참여 등이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법안은 러시아 법무부가 관계기관의 제안을 받아 제한 대상자를 결정해 명단을 공개하도록 했다. 법률로 성립하면 해당 인물에 대한 제한조치는 명단에 오른 다음 날부터 적용된다.

[베오그라드(세르비아)=AP/뉴시스] 2월 24일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 세르비아 거주 러시아인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전 시위를 하고 있다. 2024. 02. 27. 
[베오그라드(세르비아)=AP/뉴시스] 2월 24일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 세르비아 거주 러시아인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전 시위를 하고 있다. 2024. 02. 27. 
법안에는 모두 14개의 제한조치가 담겼다. 법률로 성립하면 대상자의 계좌와 그 밖의 재산이 동결되고 모바일뱅킹 앱과 인터넷뱅킹을 통한 송금도 차단된다. 대출 이용을 제한하고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로 등록하는 것도 막는다. 부동산·차량의 소유권 이전과 등록 변경이 금지되며 면허·허가·자격증도 발급받을 수 없게 된다.

전자서명이나 위임장을 이용한 법률행위도 제한 대상이다. 러시아 안에서는 전자정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러시아 해외 공관도 여권 발급·갱신과 유언장·위임장 인증 등 영사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재산 동결은 소유권을 곧바로 국가에 넘기는 몰수와는 다르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동결 재산에서 손해배상금이나 소송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러시아 법률가·인권옹호자 모임 ‘퍼스트 디파트먼트’는 이 법안이 국적을 빼앗지는 않지만 러시아 국민으로서 보장받는 실질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만든다며 “사실상 시민권 박탈”이라고 평가했다. 당국이 재산·계좌·사업체에 대한 통제뿐 아니라 영사서비스 제한까지 정치적 이유로 출국한 사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립 인권감시단체 OVD-인포는 외국대리인 명단에 오른 사람과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형사사건 피고인·행정사건 당사자, 정치활동가, 언론인, 변호사 등이 이 법의 제한 대상으로 지정될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극단주의·테러 조직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지정된 곳의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도 위험군으로 꼽혔다.

[트빌리시=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반전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형상의 허수아비에 러시아군을 상징하는 문자 'Z'를 붙이고 화형에 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2.03.28.
[트빌리시=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반전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형상의 허수아비에 러시아군을 상징하는 문자 'Z'를 붙이고 화형에 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2.03.28.
이번 법안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이어진 반대 목소리 통제 강화의 연장선에 있다. 러시아는 침공 직후 군과 관련해 정부가 허위라고 판단한 정보를 유포하면 최고 15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군의 명예나 신뢰를 훼손하는 이른바 ‘불신 조장’ 표현도 행정처분 대상으로 만들었으며, 군 불신 조장 행위를 반복하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 통신당국은 언론에 ‘전쟁’, ‘침공’, ‘공격’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고, 상당수 독립 언론이 문을 닫거나 활동을 중단했다. 2012년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도입된 외국대리인 제도는 2019~2020년 개인도 지정할 수 있도록 확대됐다. 2022년부터는 당국이 ‘외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한 개인이나 단체도 지정 대상이 됐다.

OVD-인포 집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군 관련 ‘허위 정보’와 ‘불신 조장’ 혐의로 형사소추를 당한 사람은 최소 692명이다. 2025년 말까지 반전 활동이나 발언으로 형사소추된 사람은 최소 1299명이며, 같은 시점 이들 가운데 373명이 수감돼 있었다.

침공 첫해 러시아를 떠난 사람은 추산 기관에 따라 적게는 50만명, 많게는 100만명 이상에 이른다. 이번 법안이 법률로 성립하면 러시아 당국은 이들 가운데 확정 형사판결에 따른 형이나 특정 행정처분의 집행을 피한다고 관계기관이 판단한 사람의 러시아 내 재산과 계좌를 동결하고 영사서비스 이용까지 제한할 수 있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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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반체제 인사 여권·재산까지 막는다…러시아 '배신자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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