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미술관서 오윤 '칼노래' 등 26일부터 전시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추진위는 구의동 오윤 벽화의 보존과 이관을 위해 꾸려진 추진 기구로, 시민서명운동 「오윤의 벽화를 시민의 품으로」를 통해 벽화를 시민의 자산으로 잇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철거를 앞둔 건물에서 4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한국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1946~1986)의 테라코타 벽화를 지키기 위한 시민 모금이 시작됐다.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와 사단법인 한국민족미술인협회는 작품의 안전한 해체·이전과 보존을 위해 온라인 크라우드펀딩과 기금 마련 판매전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 내벽에 남아 있는 이 벽화는 오윤이 스물일곱 살이던 1973년 동료 오경환, 윤광주와 함께 제작한 테라코타 부조다. 사람과 새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어느 시점부터 가벽에 가려져 미술계에서도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건물 매각 과정에서 다시 발견됐다.
그러나 건물 철거가 예정되면서 작품은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현재 보존 전문기관의 해체·이전 작업은 오는 21일 이후 진행될 예정이지만, 비용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974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에 제작한 오윤 테라코타 벽화. 사진=보존추진위 ·한예종 조인수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추진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목표액 1억 원의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멸실 위기의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부조, 우리가 구합시다'를 진행한다. 누구나 1만 원부터 참여할 수 있으며, 후원자에게는 오윤 판화 도상의 아트카드와 '칼노래' 한정 아트프린트, 사후판화 구매 할인 등의 리워드가 제공된다.
오는 26일부터 8월 9일까지는 서울 인사동 관훈미술관 전관에서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기금마련전'도 열린다. 오윤의 동료와 선후배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하는 연대전으로, 판매 수익은 작품 해체와 이전, 보존 비용으로 사용된다.

칼노래 · 1985 · 저피지(한지)에 목판화, 수채 채색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는 오윤이 생전에 직접 찍은 판화 '칼노래', '춘무인추무의', '무호도', '인물(여)' 등을 비롯해 동료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오윤의 차남인 오상엽 추진위원회 운영위원은 "멸실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작품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도, 이를 지키기 위해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름을 올려주신 것도 가족에게는 벅찬 일"이라며 "이 벽화는 이제 가족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웅 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오윤의 구의동 벽화는 한국 민중미술이 우리 사회에 남긴 살아 있는 증언"이라며 "동료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힘을 보태는 판매 연대전 자체가 오윤의 정신을 잇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모금이 목표액을 넘길 경우 초과 금액은 오윤 기념사업과 함께 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지원하는 상호부조 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오윤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오윤은 소설가 오영수의 장남으로, '현실동인'과 '현실과 발언' 활동을 거쳐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을 이끈 대표 작가다. 2005년 옥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으며,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2016년 가나아트 회고전 등을 통해 작품 세계가 재조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