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5·18 조롱' 논란…교원단체 "국가 차원 책임"

기사등록 2026/06/30 16:53:21

배재고, 광주제일고에 "스타벅스 가야지"

전교조 "극우적 혐오·역사 왜곡, 학교 침투"

교총 "민주화운동 역사 올바른 인식 교육"

사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KBSA 유튜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KBSA 유튜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전국 고교야구 대회 도중 서울 배재고등학교가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교원단체들이 "일부 학생들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근본적인 교육 강화를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0일 "우리 사회의 역사 인식과 인권 감수성이 어디까지 무너졌는지 여실히 보여준 참담한 사건"이라며 "최소한의 스포츠정신마저 내팽개친 행위이며 이를 현장에서 제지하는 지도자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교육적 방임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사적 공간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머물던 극우 성향의 조롱과 혐오 표현이 이제는 청소년들의 공적 공간과 스포츠 현장에까지 침투해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극우적 혐오와 역사 왜곡이 더 이상 일부 청소년의 철없는 장난이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역사적 비극마저 마케팅의 소재로 소비하며 혐오의 언어를 공론장으로 끌어낸 자본 권력의 천박한 역사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전교조는 "이제는 교육이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은 이번 사안을 개별 학교와 일부 학생의 일회성 사건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교육활동에서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을 방지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즉각 구축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혐오와 배제가 아닌 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교육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대한민국의 역사적 아픔과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사건에 대해 부적절한 언행은 해프닝으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되는 사안"이라며 "이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광주제일고 선수단과 학부모, 광주 시민들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고교 스포츠는 승패를 떠나 상호 존중과 스포츠맨십을 배우는 교육적 목적도 갖춰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당국을 비롯한 교육계 모두가 상호존중과 행동에 대한 책임감,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대해 올바른 인식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운동장 내 일부 학생들의 우발적인 일탈을 넘어 우리 교육 현장 전반에 퍼진 학생 간 혐오와 조롱 문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주장이다.

교총은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비하적 밈(Meme)과 혐오 표현들이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들의 일상 언어문화를 지배하고 있다"며 "교실 내 질서가 무너진 근본적인 배후에는 교권 붕괴로 정당한 생활지도가 완전히 무력화된 학교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공정한 경쟁과 상호 존중을 배워야 할 학생 스포츠의 장이 차별과 혐오의 배설구로 전락한 현실에 깊은 충격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단순한 일탈이나 해프닝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며 "교육당국은 이 아이들이 혐오의 가해자가 되기 전에 올바른 역사의식과 인권 감수성을 갖춘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 현장에 만연한 경쟁 중심의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들이 역사적 아픔에 공감하며 타인을 존중할 수 있도록 역사·인권·시민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제도적 방안을 즉각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전날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배재고 일부 학생 선수들은 상대인 광주제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해당 구호는 지난달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연상케 하는 조롱성 발언으로 해석되며 지역 비하라는 비판을 샀다. 배재고는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서울시교육청이 조사에 나서는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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