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연준 독립성 지켰지만…트럼프 개입 여지는 남겨

기사등록 2026/06/30 10:22:45

절차 위법만 인정하고 해임 기준은 판단 유보

전문가들 "정치 개입 여지 남아"

[워싱턴=AP/뉴시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5대 4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쿡 이사를 해임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2026.06.30.
[워싱턴=AP/뉴시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5대 4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쿡 이사를 해임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2026.06.30.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건 가운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재확인하면서도 향후 대통령의 해임 시도 가능성까지 차단하지는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5대 4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쿡 이사를 해임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수 의견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100년 넘는 전통을 인정하면섣, 대통령의 해임 권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하급심과 마찬가지로 쿡 이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직위를 유지하도록 허용하면서, 정부가 쿡 이사에게 의혹에 대해 정식으로 소명할 기회를 제공했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이 연준 인사 해임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대통령이 사실상 무제한의 해임 권한을 가진다는 논리도 배척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측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대통령은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사전 통보나 사후 사법심사 없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정당한 사유(for cause)'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다는 보호 장치는 사실상 임의해고와 다를 바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연준법상 '정당한 사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그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쿡 이사 측이 주장한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 역시 채택하지 않았다.

또 쿡 이사가 법적으로 보장된 소명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수 의견은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로 쿡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는 결국 사실관계에 달려 있다"며 "이번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어떤 법적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만 다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은 연준 독립성을 확인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적법한 절차와 근거를 갖춰 다시 해임을 시도할 가능성까지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AP/뉴시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5대 4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쿡 이사를 해임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리사 쿡 연준 이사. 2026.06.30.
[워싱턴=AP/뉴시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5대 4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쿡 이사를 해임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리사 쿡 연준 이사. 2026.06.30.

트럼프 대통령도 이러한 여지를 곧바로 강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판결은 단지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미국의 복지와 안녕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릴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 연준 법률고문인 스콧 알바레즈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연준 독립성을 지키는 안전장치임을 다시 확인해줬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권의 추가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피터 콘티-브라운 교수는 "이번 판단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후 행정부들이 연준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스스로 포기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 미래로 공을 넘긴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번 쿡 사건과 함께 대법원은 다른 독립 규제기관 수장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별도 판결도 내렸다. 반대 의견을 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연준의 독립성만 특별히 보호한 이번 결정이 다른 독립기관 판결과 "심각한 긴장 관계"에 있다며 판결이 일관성 없음을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캐서린 저지 교수는 "지난 90년간 연준의 독립성은 다른 독립기관들의 독립성과 함께 발전해왔다"며 "다른 기관들의 독립성이 약화된 만큼 연준의 독립성도 이전보다 더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판결이 연준을 행정부 산하 기관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막았지만,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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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06/30 10:22:4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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