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와 연' 청예 "일상에 어두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이야기"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6/30 08:00:00

최종수정 2026/06/30 09:06:24

저주와 인연을 통해 살펴보는 한 여자의 인생

죽음과 환생, 증오와 복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어둠을 이해한 사람만 빛으로 살아갈 수 있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소설 '주와 연'은 초반부가 조금 덜 바뀌고 후반부는 많이 바뀌었어요. 초반부는 제가 과거에 쓰던 흐름이고 후반부는 지금의 스타일이에요. 과거의 호기로운 청예와 현재의 성숙한 청예가 섞인 작품이죠."

지난 19일 만난 데뷔 5년 차 작가 청예(본명 김수진)는 신작 '주와 연'(래빗홀)의 탄생 비화를 이야기했다.

소설은 이미 2~3년 전에 완성됐지만, 출간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소설 속 저주와 자살, 불륜 등의 소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탓이다.

작가는 "몇몇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원고"라면서도 위험한 이야기를 이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리스크 있는 이야기'라는 말만으로도 가슴이 뛰지 않나요. 안전한 이야기도 좋지만 때로는 위험한 이야기도 보고 싶잖아요."

결국 "거절당했지만 기어코 세상에 나온 원고"가 된 '주와 연'은 아버지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난 열일곱 살 소녀 오주희가 무당의 힘을 빌려 아버지와 계모 사이에서 태어난 딸 오연린으로 환생해 복수를 시작하는 오컬트 미스터리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email protected]

복수극처럼 시작하지만 소설은 죽음과 환생, 증오와 사랑,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연린은 자신과 닮은 인물 박은정을 만나며 복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과 마주한다.

작가는 제목에도 작품의 핵심을 담았다. '주와 연'은 '저주할 인연'이란 뜻이다. 제목에 쓰인 '주(呪)' 역시 저주를 하늘로 보낸다는 의미를 살려 간자체를 사용했다.

이 작품은 결국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식구'라는 말은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잖아요. 저는 먹는 걸 정말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누구와 먹느냐가 하루를 바꾼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작가는 혈연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밝혔다.

작가는 "혈연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갖게 되는 인연인데, 가장 불공정한 인연이기도 하다"며 "거부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점에서 혈연도 누군가에게는 저주와 비슷한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끊어낼 수 없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양가감정이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email protected]

사랑 역시 이 작품에서 중요한 축이다. 청예는 "소설 속 사랑은 인간이 가진 약점"이라고 정의하면서 "사랑은 약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돋보기 같다"고 했다.

실제로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도 녹아 있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했던 친구를 비난했다가 같은 상황에서 느꼈던 죄책감이 작품 속 딜레마의 바탕이 됐다.

"무언가를 강하게 비난하기 전에 과연 내가 그 대상과 완전히 멀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었죠. 우리는 싫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여러 방식으로 연결돼 있거든요."

이 때문에 '주와 연'은 선악을 단순하게 가르지 않는다. 무속신앙과 설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 속에는 선과 악의 균형을 유지하는 초월적 존재도 등장한다.

평소 잠들기 전 금강경을 읽는다는 청예는 "불교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종교가 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고백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email protected]

애초 작품은 박찬욱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에서 출발했다. 정의의 사도가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을 응징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구상했지만 집필 과정에서 방향이 크게 달라졌다.

"불륜하면 지옥에 간다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울림이 없었어요. 그래서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계속 바꾸면서 인간성을 시험하는 소설이 됐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쉽게 답을 제시하는 대신 딜레마를 남기고 싶었다.

"안전한 선택을 했다면 '나쁘다', '안 된다'라고 단정하고 끝냈을 거예요. 하지만 여러 딜레마와 인물의 양면성을 넣으면서 저 역시 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계속 고민하게 됐어요."

불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분명했다. 그는 "불륜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그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위해 제 안의 음침하고 나쁜 면까지 들여다봤다"고 털어놨다.

"'왜 사람들은 모두가 나쁘다고 하는 행동을 할까'를 이해하려 했다기보다 그 과정을 오래 지켜봤다는 표현이 맞다"며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이유였구나' 하고 바라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예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주와 연'을 출간했다. 2026.06.30. [email protected]

청예는 '주와 연'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묻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선택하려고 해요. 꼭 모든 걸 다 가져야 할까요. 그 욕심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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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청예 "일상에 어두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이야기" [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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