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듣던 J-팝, 4050도 이젠 제대로 즐긴다…곤도 마사히코, 첫 내한공연 현장

기사등록 2026/06/28 15:53:18

데뷔 47년 만인 27일 블루스퀘어서 연 첫 내한공연 리뷰

'긴기라긴' 시절 긍정하며 연륜 배어나는 '이부시긴'으로

중장년층 예매 비율 약 67%

1980년대 인기 가수 잇따라 내한

올초 마쓰다 세이코 첫 내한공연

나카모리 아키나, 예능 촬영 차 韓 다녀가

중장년층도 J-팝, 본격적으로 즐겨

[서울=뉴시스] 곤도 마사히코. (사진 = 주식회사 커튼콜 제공) 2026.05.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곤도 마사히코. (사진 = 주식회사 커튼콜 제공) 2026.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화려함의 끝은 소멸이 아니다. 맹렬하게 타오르던 불꽃이 잦아든 자리에 남는 은은하고도 묵직한 온기. 그것은 시간의 마모를 억지로 거스르지 않고 기꺼이 견뎌낸 자만이 획득할 수 있는 성숙의 미학이다. 1980년대 일본 대중음악의 아이콘 곤도 마사히코(62·近藤真彦·콘도 마사히코)가 데뷔 4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라 증명한 것은, 빛바랜 과거의 맹목적인 재현이 아니라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가장 우아하고 진실한 대답이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마사히코 곤도 ~오맛치합니다 2026! 스페셜 인 서울' 공연장은 시종일관 빈틈없는 밴드 사운드로 채워졌다. 특히 공간을 유려하게 가르는 색소폰 연주는 곡의 서사를 한층 입체적으로 확장시켰다. '스니커 블루스', '우루카모노', '유야게노우타' 등 숱한 히트곡이 흐르는 동안 무대 스크린에는 그의 앳된 젊은 시절 앨범 재킷이 교차했다.

이는 지나간 청춘에 대한 회한이나 미련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부시게 번쩍이던 '긴기라긴(ギンギラギン·반짝반짝)'의 시절을 긍정하며, 이제는 연륜이 배어나는 '이부시긴'(いぶし銀·그을린 은처럼 묵직하고 차분하게 빛나는)의 자태로 무대에 서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화려하지만 자연스럽게(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라는 그의 오랜 예언적 모토는 세월을 거쳐 '은은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이부시긴니 사리게나쿠)'로 치환되고 있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이들의 면면은 이러한 성숙의 연대감을 명확히 방증한다. 티켓 예매처 놀(nol)에 따르면 이번 공연의 40대 예매율은 27.1%, 50대는 39.6%로 중장년층이 무려 66.7%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은 곤도의 무대를 보며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것을 넘어,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치열하게 버텨온 자신들의 삶 역시 저렇게 멋스럽게 나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다짐과 위안을 주고받았다. 한국에 여행오거나, 국내 사는 일본 중년 여성도 꽤 눈에 띄었다.

콘도는 이날 무대 위에서 "40년도 더 전에 한국에서 일본 노래는 숨어서 들어야 하는 풍조가 있었다"며 "그 무렵 한국의 택시에서 카세트테이프로 몰래 내 노래가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곤도의 대표곡 '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는 당시 국내 전국 롤러스케이트장에선 울려 퍼졌지만 방송에선 나오지 않았고, 국내 젊은이들도 대놓고 듣지 못했다. 금기의 시대, 음성적으로 일본 문화를 향유해야 했던 4050 세대에게 그의 첫 내한은 길었던 문화적 갈증이 비로소 해소되는 해방의 순간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곤도 마사히코. (사진 = 주식회사 커튼콜 제공) 2026.05.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곤도 마사히코. (사진 = 주식회사 커튼콜 제공) 2026.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연대의 정서는 1980년대를 함께 주름잡았던 동료 여성 가수들의 최근 행보와 맞물려 더욱 큰 폭발력을 지닌다. 올해 초 내한 공연을 가진 마쓰다 세이코(64)는 "순두부찌개와 비빔밥 등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마쓰다의 강력한 라이벌로, 오랜 시간 '고독한 가희'라는 무거운 프레임에 갇혀 있던 나카모리 아키나(60)는 28일 방송되는 니혼TV '골든 스톤즈(Golden SixTONES)'를 통해 20년 만에 버라이어티에 복귀한다. 평소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는 그녀는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 '스톤즈(SixTONES)'가 호스트로 나서는 이 프로그램의 첫 해외 로케이션 차 한국을 찾아 한강공원 등지에서 어깨의 힘을 뺀 꾸밈없는 미소를 보여줬다. 한 시대를 상징했던 별들이 2026년의 한국을 매개로 인위적인 작위를 벗어던지고 자신들의 자연스러운 현재를 온전히 긍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중장년층의 최근 당당한 'J-팝 아웃팅'은 현재 1020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한 J-팝 열풍과도 궤를 같이한다. 1만5000석 규모의 케이스포돔 2회차 공연을 단숨에 매진시킨 밴드 '킹 누'의 성공이 청년 세대의 문화적 개방성을 상징한다면, 그 자유로운 물결이 역으로 윗세대에게도 제약 없이 음악을 소비할 용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오는 9월 결성 22년 만에 킨텍스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여는 밴드 '백넘버' 등 세대를 막론한 일본 아티스트들의 릴레이 내한은 양국이 음악을 통해 세대와 국경의 장벽을 허물고 화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곤다의 첫 내한공연 앙코르 무대, 일본 가수 스다 아이코의 커버로 한국의 젊은 층까지 사로잡은 '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가 울려 퍼지자 한국 관객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뜨겁게 열광했다. 곤도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무대를 완주했다.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은 시간과 다투거나 과거를 전시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이 남긴 흔적을 끌어안고 자신만의 고유한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의 첫 내한은 막을 내렸지만, '이부시긴'이 남긴 묵직한 잔향은 한국 관객들의 삶 속에 긴기라긴보다 더 깊고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이날 공연엔 국내 트로트 가수 신유, 아이돌 그룹 '크로스진' 출신 타쿠야가 게스트로 나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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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듣던 J-팝, 4050도 이젠 제대로 즐긴다…곤도 마사히코, 첫 내한공연 현장

기사등록 2026/06/28 15:53:1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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