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시내 오바마 연설했던 공원에 "불타는 십자가"…주민들 충격

기사등록 2026/06/11 08:37:34

그랜트 공원 나무에 목재 대형 십자가 불붙여 "활활"

경찰, 인종범죄 추정.. 종교단체들 용의자 현상 수배

[시카고 ( 미 일리노이주)= AP/뉴시스]주민 4분의 1인 시카고 시내의 그랜트 공원에서 한 여성 주민이 6월 9일 촬영한 대형 십자가가 불에 태워지고 있는 장면.  이 곳은 미국의 흑인노예해방 기념일인 국경일 6월 19일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 도서관도 개관을 앞둔 시점에 이런 범죄가 일어나서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26. 06.11.
[시카고 ( 미 일리노이주)= AP/뉴시스]주민 4분의 1인 시카고 시내의 그랜트 공원에서 한 여성 주민이 6월 9일 촬영한 대형 십자가가 불에 태워지고 있는 장면.  이 곳은 미국의 흑인노예해방 기념일인 국경일 6월 19일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 도서관도 개관을 앞둔 시점에 이런 범죄가 일어나서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26. 06.11.
[시카고( 미 일리노이주)= AP/ 뉴시스] 차미례 기자 = 시카고 시내의 한 공원에서 역사적으로 흑인에 대한 증오와 협박의 상징이었던 불타는 십자가가 9일 오후(현지시간)에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곳은 미시간호에서 가까운 시카고 중심부의 그랜트 공원으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대통령직 수락연설을 했던 역사적인 장소로 유명한 공원이다. 

흑인 박해의 상징인 불타는 십자가가 여기에서 발견된 것은 주민들 뿐 아니라 흑인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9일 오후 이 사건은 시민 4명 중 한 명이 흑인인 시카고 시내에서 부근을 걷거나 운전하며 지나 가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는 일부러 그 광경을 멈춰서서 바라보았고,  불타는 십자가는 삽시간에 인터넷 상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어 퍼져나갔다. 

지나가던 여성 운전자가 휴대전화기로 촬영해서 올린 그 동화상은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시내 그랜트 파크의 한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진채 밝은 불꽃에 휩싸여 불타고 있는 장면이었다.

시카고 경찰은 10일 시민들에게 누구든지 이에 관해 아는 정보가 있으면 나와서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걸어 나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면서 지역사회에 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 인물은 십자가가 공원안에 세워져 불타고 있던 곳에서 "범죄 현장에서 달아나는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의 경보는 이 방화 사건에 대해 아무런 새로운 사실도 얻어내지 못했다.

시카고 소방국은 불타는 물체가 십자가가 맞다며 소방대원들이 그 불을 껐다고 밝혔다. 

지역 가톨릭 정청 간부들과 "세인트 사비나 신도협회" 직원들은 소셜 미디어에 문제의 용의자를 체포하게 해주거나 누구든 관련자에 대해 제보하는 사람에게는 1만 달러를 주겠다는 현상금을 내걸었다.

마이클 플레저 목사는 십자가를 불태우는 것은 증오의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FOX32 TV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은 나치 독일의 철십자 깃발과 똑같이 인종차별 증오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케이니카 칼턴(43)은 시어머니, 딸과 함께 볼일을 보러 갔다가 운전하고 돌아오던 중 십자가가 불타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 순간 충격과 함께 슬픔, 혐오감, 호기심이 섞인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아니면 종교적인 행사인가…흑인 여성으로서 인종 차별 문제도 생각났다.  당연히 인종문제가 먼저 떠올랐다.,  왜냐하면 미국 남부에선 흑인 주민에 대한 폭력행위를 할 때 십자가를 불태웠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 십자가는 높이가 최소 1.8m나 되는 큰 것이었다.  칼턴은 천천히 운전하며 그 불타는 십자가를 촬영했는데,  그 때 다른 차들도 모두 속도를 늦추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걸음을 멈춘채 십자가가 타는 것을 바라 보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사건의 동기나 배후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역사상 십자가를 태우는 행위는 흑인 테러 전문집단인 큐클럭스 클랜( Ku Klux Klan)의 인종차별과 극단적 증오를 상징한다.

2003년 미국 대법원의 고(故) 산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은 십자가를 태우는 행위를 협박의사가 있는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판결문에는 십자가 태우기가 협박 행위여서 뿐 아니라 "특별히 악랄한 협박 형태이므로 "( 미국 헌법) 수정 제1조(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정한 조항)에 의거해서 금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딸 앨리나 칼턴(22)은 자기 평생에 그런 장면을 직접 보게될 줄은 몰랐다면서 "내가 과거 역사로 부터 그리 먼 곳에 와있지 않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눈이 활짝 떠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1.21 의사당 폭동 처럼 미국 역사의 잘못된 장면을 현대사에서 재현하는 사람들도 영원히 계속 나올 것이라며 인종 차별과 인종 범죄의 가능성을 우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음 주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 곳 시카고의 그랜드 파크 남쪽 16km 지점에서 개관하는 대통령기념 도서관 오바마 센터의 헌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 곳에 올 예정이다.

이 날은 미국 텍사스주 흑인들의 노예 해방 기념일(6월 19일)로 시작된  미 연방 국경일이다.  이런 국경일을 앞두고 십자가가 불에 태워지는 시카고 시는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인종적 분열 등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해결 과제를 보여주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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