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행진' 반도체 수출 일단은 좋겠지만…길어진다면?

기사등록 2026/06/15 10:58:22

최종수정 2026/06/15 11:20:25

1500원대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 韓 수출에 단기 수혜

환율 급등한 3월 이후 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치 경신 中

첨단장비·소재 수입비용도 늘어…환율 지속 상승엔 우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찍고 있다. 2026.02.11.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찍고 있다. 2026.02.1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당분간 반도체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반도체는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록 환율 급등기 이전과 비슷한 물량을 수출하더라도 원화 매출 구조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역대 월 최대 수출액인 372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는데,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힘입어 6월 수출액은 전인미답의 고지인 400억 달러 돌파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중동 전쟁 이전에 1450원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3월18일 1505원으로 치솟았고 지난 5일 기준으로 1559.5원으로 상승했다. 1550원 돌파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우리 수출 기업에게는 단기적으로 수혜를 안긴다.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원화 가격은 그대로인데 달러 판매 가격이 오르면서 환산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물량의 대부분이 해외로 수출되고 거래 자체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원화 가치 하락이 기업의 이익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수출할 경우 환율이 1400원 수준이라면 14만원이 매출로 인식되지만 1500원이라면 15만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반도체 생산 가격은 그대로인데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이 1만원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환율 급등기에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도 급등세를 보였다. 1월과 2월 205억 달러, 251억 달러를 기록했더 반도체 수출은 3월 328억 달러, 4월 319억 달러, 5월 372억 달러 등 환율 상승과 함께 수출액도 늘었다.

주요 수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 빅테크 기업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D램과 낸드 가격이 오른 것도 수출액 증가에 영향을 줬지만 이 과정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를 고려할 때 6월에도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고 환율도 역대 최대치로 치솟고 있는 만큼 5월 수출액 경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의견도 들린다. 400억 달러 수출액 달성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요지다.
[서울=뉴시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3.2% 증가한 877억5000만 달러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 169.4% 증가한 37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면서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3.2% 증가한 877억5000만 달러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달 169.4% 증가한 37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면서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하지만 지속적인 환율 상승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첨단 장비와 소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원화 약세가 기업의 구조적인 수익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에서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경우 한 대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이 장비를 들여오려면 달러 지출이 불가피하다. 환율 상승이 설비투자에 영향을 주는 사례인 셈이다.

또 특수가스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 상당수도 일본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원화 약세의 장기화는 제조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력 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환율 상승이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산업용 전력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고환율 장기화가 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및 무역금융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읽힌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기업 수익성은 개선되는 경우가 더 많다"라면서도 "기업의 생산비용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80.1%의 기업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10%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기업들의 평균 하락폭은 단기적으로 2.23%에 그쳤지만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평균 2.86%로 늘어났다"며 "영업이익률 하락 기업의 평균적인 하락폭도 단기보다 장기가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 정도가 강해진다"고 전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6.06.11.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6.06.11.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고환율 행진' 반도체 수출 일단은 좋겠지만…길어진다면?

기사등록 2026/06/15 10:58:22 최초수정 2026/06/15 11:20:25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