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유산 둘러싼 이복 4남매의 '골때리는' 장례식 소동
'원수와 핏줄' 한 끗 차이…트로트 선율 속 가족의 민낯과 화해 그려
![[수원=뉴시스] 이준구 기자=뮤지컬 '명랑가족'.2026.05.30.caleb@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30/NISI20260530_0002149097_web.jpg?rnd=20260530193515)
[수원=뉴시스] 이준구 기자=뮤지컬 '명랑가족'[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준구 기자 = 돈 많은 기업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후손들이 벌이는 진흙탕 유산 소송전, 부모 사후에 재산 싸움으로 갈라서는 형제들의 이야기를우리는 뉴스 사회면에 자주 접한다.
'가족'은 때로 재산 앞에 남보다 못한 엉망진창인 존재로 단숨에 원수로 돌변하는 경우다.
경기아트센터 경기도극단이 선보인 창작 신작 뮤지컬 '명랑가족'은 '가족'이라는 존재의 속살을 아주 기발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파고들었다.
극은 시작부터 파격적이다. 국민가수이자 유명 개그맨이었던 심해룡이 숨을 거두며 남긴 유언은 그야말로 '골때린다'. 빈소를 자신이 처음 데뷔했던 나이트클럽에 차린 것도 모자라, 자신의 밀납인형을 장례식장에 세워두란다. 슬픔 대신 노래와 춤으로 행복과 평화가 가득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유산 100억 원의 상속 조건은 10여 년간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지내온 이복 4남매가 고인의 명곡인 '명랑가족'을 문상객들이 열광하도록 춤추며 불러야 하고, 심사까지 통과해야 한단다. 서로 눈도 마주치기 싫어하는 이복남매들에게 100억원이라는 미끼가 던져지자, 장례식장은 탐욕과 갈등의 아수라장이 된다.
관객들은 연출가가 촘촘하게 놓아둔 '유언장'이라는 덫에 걸려 순식간에 장례식장 귀빈석으로 초대받는다. 관객 소통을 위해 도입된 야광 '명랑봉'을 흔들며, 관객들은 극 중 문상객이자 심사위원이 되어 무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야기는 단순한 코미디에 머물지 않고 돈 때문에 으르렁거리던 남매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숨겨진 과거와 진심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은 짠한 감동을 준다. 갈등과 후회로 얽힌 실타래를 용서와 화해로 풀어가는 여정을 역동적으로 이끈 연출력이 단연 돋보였다.
고인의 첫 번째 부인이 등장하며 맞이하는 극적인 반전은 화해의 물꼬를 트는 결정적 계기였다.
무대를 가득 채운 음악과 안무도 훌륭하다.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트로트 선율을 중심으로 랩과 탱고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경기도극단 상임단원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최고의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울고 웃게 했다.
"태풍이 와도 끄떡없어…미울 때도 있지 짜증 날 때도 있어…그럼에도 우린 하나야 명랑가족…"
무대 위 배우의 말대로, 모두가 이런 '명랑가족'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그리고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원망이 숨어 있겠는가.
지나고 보면 사람 사이의 원망과 용서, 갈등과 화해는 딱 한 끗 차이다. 종이 한 장도 안 되는 그 사소한 자존심과 오해를 극복하지 못해 등을 돌리고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일지도 모른다.
극의 마지막, 갈등을 씻어낸 배우들이 다 함께 부르는 피날레 송은 그래서 더 뭉클하게 가슴을 친다.
"내 품에 안겨라 내가 항상 여기 있으니 명랑가족, 두 손을 마주 잡아봐 명랑가족 끝까지 함께 할 거야." 마치 대학로 최장수 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의 주제를 생각케 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이 뮤지컬은 31일까지 공연되며,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오는 7월10~11일 앵콜 공연도 한다.
일상에 지친 도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명랑한 에너지를 전하는 '웰메이드 로컬 극'의 진수를 보여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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