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줄이고 트럼프 관계 풀어라…블레어 "노동당, 이러다 총선 진다"

기사등록 2026/05/27 11:17:23

최종수정 2026/05/27 13:22:23

전직 노동당 총리의 이례적 공개 개입

노동당 내부 "노동계급과 멀어진 블레어식 처방" 반발

총리 교체론엔 "정책 방향 없이 밀어내선 안 돼"

[서울=뉴시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004년 6월 28일 투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2025.08.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004년 6월 28일 투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2025.08.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를 향해 복지 지출을 줄이고 석유·가스 규제를 완화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공개 압박했다.

영국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블레어 전 총리가 5700단어 분량의 글을 통해 스타머 총리와 당내 차기 주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이 중도 지대를 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스스로를 속이는 데 익숙해진 탓에 다음 총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다만 블레어 전 총리는 스타머 총리를 당장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정책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총리를 밀어내려는 것은 진지한 정치 운영 방식이 아니라며, 지도부 교체보다 노동당 노선 논쟁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스타머 정부가 복지 지출을 강하게 통제하고, 북해 석유·가스 개발 제한을 되돌리며, 트럼프 백악관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이 우파 정당에 의석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더 왼쪽으로 이동하려는 것은 오래된 착각이라고 했다. 특히 집권 중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앤디 버넘 맨체스터 시장과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도 비판 대상이 됐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들이 세금과 재정 문제에서 이미 여러 정부가 피했던 해법을 다시 꺼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트리팅 쪽이 유럽연합(EU) 재가입에 가까운 입장을 보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버넘 시장에 대해서는 지난 40년의 신자유주의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는 식의 좌파적 비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스타머 정부의 대미 정책도 문제 삼았다. 그는 미국이 영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봐야 한다며, 이란 전쟁을 둘러싼 스타머 총리의 접근과 국제 원조 삭감, 유럽과의 협상 방식이 영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앤절라 레이너의 노동권 강화 법안, 에드 밀리밴드의 탄소중립 정책, 석유·가스 신규 면허 단계적 중단 방침을 주요 실책으로 꼽았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의 최저임금 인상, 국민보험료 인상, 비거주자 세제 개편도 기업 활동에 역풍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성장의 장애물을 없애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북해 에너지 정책을 되돌리고, 복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의제가 없다면 영국이 주요 국가 대열에서 계속 밀려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스타머 정부의 문제가 총리 개인의 카리스마 부족이나 소통 실패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뚜렷한 중심과 방향을 갖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봤다.

그는 노동당이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한 것도 노동당의 적극적 비전 때문이 아니라 보수당 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정부가 전통적 노동당식 온건 좌파 노선에 머물러 있으며,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영국을 이끌 일관된 국가 전략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블레어 전 총리는 유럽과의 관계 재설정 문제에서도 신중론을 폈다. 그는 2016년 브렉시트가 영국 문제의 답이 아니었듯, 2026년 현재 브렉시트를 되돌리는 것만으로도 영국의 더 어려워진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영국이 20년 전보다 훨씬 약한 위치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과거 영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유럽의 주요 국가였고, 국제 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지금은 그 지위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며 강한 리더십과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한 노동당 고위 관계자는 블레어 전 총리가 노동계급 영국인과 너무 멀어졌으며, 기술 엘리트들의 환상에 기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블레어 전 총리가 사회민주주의 가치를 옹호했지만, 이번 주장은 영국의 쇠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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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줄이고 트럼프 관계 풀어라…블레어 "노동당, 이러다 총선 진다"

기사등록 2026/05/27 11:17:23 최초수정 2026/05/27 1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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