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성수진 '유리 조각 시간' (사진=나무옆의자 제공) 2026.05.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21/NISI20260521_0002142303_web.jpg?rnd=20260521182403)
[서울=뉴시스] 성수진 '유리 조각 시간' (사진=나무옆의자 제공) 2026.05.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누군가를 얼굴이나 목소리가 아닌 문장으로 기억한다는 게, 그것만으로도 생생한 한 사람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제2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유리 조각 시간'은 상처와 기억으로 연결된 두 인물의 시간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올해 응모작 177편 가운데 심사위원 7인의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평범한 장면을 매혹적으로 만들어내는 디테일의 힘과 소설 읽는 행위 자체를 서사의 중심 장치로 삼은 구조가 특히 인상적"이라며 "드물게 자기 목소리를 지닌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소설은 미국행을 앞두고 병원을 퇴사한 '유영'이 5년 만에 '경진(델)'에게서 메일을 받으며 시작된다. 경진은 유영에게 자신의 소설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네 소설이라면 수십, 수백 편이라도 읽고 싶어."(36쪽)
하지만 유영은 소설을 읽으며 이상함을 느낀다. 소설 속 화자가 경진이 아니라 유영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학창시절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봤던 사이다.
소설은 현실과 소설 속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두 사람이 공유했던 기억과 상처를 비춘다.
"누군가를 얼굴이나 목소리가 아닌 문장으로 기억한다는 게, 그것만으로도 생생한 한 사람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60쪽)
경진이 보내 오는 조각난 소설들을 보며 궁금증이 커진 유영은 답장한다.
"그날 다리 난간에 붙어 섰던 건 네가 아니라 나잖아."(77쪽)
유영이 학교 소풍 날 대관람차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나오지 않은 경진을 보러 경진의 학교를 찾아간 날이었다.
다리에 올라선 유영을 경진이 내려오게 만들었다. 경진이 그러했듯 유영도 경진을 생각했다.
유영은 경진의 치마에서 초록색 유리 조각을 꺼내 강으로 던졌다. 경진이 손목을 그을 수 없도록.
"주머니에 있던 유리 조각, 저 새끼가 엄마랑 싸우다가 소주병 깨부순 거야. 난 가장 날카로운 걸 골라서 갖고 다닌 거고."(102쪽)
이후 경진이 갑작스런 이사로 떠나게 된다.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다 다시 만난 날 경진은 유영에게 하얀 조개껍데기를, 유영은 경진에게 반질반질한 유리 조각을 건넨다.
기쁨도 잠시 먼저 대학에 들어간 경진의 남자 친구가 등장하고 유영은 홀로 떠난다.
어느덧 경진에게서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도착했다. 경진의 소설 속에는 현실과 달리 간호사로 업무에 적응한 유영이 소설가가 된 경진의 책을 발견한다. 그 책의 띠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김경진 작가의 첫 소설집이자 유작 / 삶과 죽음 사이의 영원한 이야기."(180쪽)
유영은 경진을 찾아 나선다.
"소주병 혹은 사이다병이 깨지고 난 뒤의 시간을 짐작해 보았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모래사장에서 바람과 파도를 맞으며 서서히 마모되어 온 시간을."(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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