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퇴근은 옛말"…나랏돈 35조 지키는 AI '연예인' 떴다

기사등록 2026/05/15 05:00:00

최종수정 2026/05/15 05:01:58

과기정통부, 내년도 R&D 예산 배분·조정 업무에 특화 AI 첫 도입

1000여개 사업 수만장 자료 검토에 활용…유사사업 비교·초안 작성까지

환각·편향 우려엔 '출처 제공'…내년까지 타부처 R&D 기획 활용도 추진

[서울=뉴시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진행하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에 특화 AI ‘연.예.인’을 적용한다. 박상민 과기정통부 연구예산총괄과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진행하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에 특화 AI ‘연.예.인’을 적용한다. 박상민 과기정통부 연구예산총괄과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지난해는 심의 기간 내내 새벽 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올해는 AI 덕분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두 시간이나 빨라졌습니다."

수만 장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서류를 검토하던 심사관들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정부가 예산 심의 과정에 특화 인공지능(AI)을 전격 도입하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진행 중인 2027년도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 과정에 특화 AI '연.예.인'을 적용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연.예.인'은 '연구개발 예산심의 인공지능'의 줄임말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독자 모델 '솔라오픈'을 기반으로 태어났다.

쏟아지는 서류에 ‘밤샘’ 일쑤…행정 늪 빠진 예산심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매년 5~6월 지옥 레이스를 펼친다. 각 부처에서 올라온 1000개가 넘는 R&D 사업 예산요구서를 검토해야 하기 때. 전문위원 166명과 직원들이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의 적정성을 꼼꼼히 따진다.

문제는 양이다. 최근 10년간 R&D 예산은 35조5000억원으로 1.8배 늘었고 심의 사업 수도 2배 이상 급증했다. 담당자가 읽어야 할 서류만 수백 쪽이다. 정작 사업의 본질을 고민하기보다 서류를 뒤지고 회의록을 정리하는 등 행정 업무에 치여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허지수 과기정통부 사무관은 "투자국은 밤샘 작업이 가장 많은 부서 중 하나"라며 "기본 양식 작성에 시간을 다 쓴다는 직원들의 한탄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심의 과정에 특화 인공지능(AI) ‘연.예.인’ 활용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심의 과정에 특화 인공지능(AI) ‘연.예.인’ 활용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유사 사업 찾아줘" 한마디에…AI가 초안까지 척척

특화 AI '연.예.인'은 심의 담당자의 똑똑한 비서 역할을 한다. 방대한 서류에서 사업 목적과 기술 내용, 예산 규모 등 핵심만 골라 요약해 준다.

특히 공들여야 했던 '유사·중복 사업 검토'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특정 사업과 비슷한 과거 과제를 순식간에 찾아내 비교해 준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담긴 1243만 건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훑는 덕분이다. 김영진 포스텍 석좌교수는 "기술 개발 사업은 키워드가 같아도 개발 방식이나 목표에 따라 다른 과제가 될 수 있어 유사·중복 판단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특화 AI가 유사성과 차별성을 정리해줘 판단 기준을 잡고 질의응답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검토의견서 초안을 쓰는 것도 AI의 몫이다. 임태범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소장은 "전문위원들이 수많은 사업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AI가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을 도와줘 큰 힘이 된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진행하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에 특화 AI ‘연.예.인’을 적용한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진행하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에 특화 AI ‘연.예.인’을 적용한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책임은 결국 사람" 환각·편향 우려는 숙제

물론 AI가 만능은 아니다. AI가 거짓 정보를 그럴듯하게 내놓는 ‘환각 현상’이나 특정 데이터에 치우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예산 심의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국가적 작업인 만큼 신중함이 필수다.

정부는 보안과 정확성을 위해 외부 웹 검색을 차단했다. 답변에는 출처를 단다. 오직 내부 심의 자료와 검증된 NTIS 데이터 안에서만 답변하도록 설계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AI는 자료 검색과 정리를 돕는 보조 도구일 뿐, 최종 판단과 책임은 전문위원들이 지는 구조"라고 못 박았다.

전문위원들도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쓰는 구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예산심의는 사업별 주심과 부심이 각각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AI 초안은 최종 문서가 아니라, 전문위원들이 자신의 판단을 덧붙이고 보완·점검해 검토의견으로 다듬는 참고자료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국산 AI ‘솔라’ 선택한 이유…“빠르고 효율적”


이번 AI 구축에는 국산 기술이 총동원됐다. 과기정통부는 국산 독자 AI 파운데이션 후보 중 업스테이지의 ‘솔라’ 모델을 선택했다. 거대 모델인 LG의 ‘엑사원’이나 SK텔레콤의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정부 보유 자원으로 빠르게 학습시키고 실제 서비스에 즉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 받았다.

이번 AI는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인력과 장비를 활용해 5개월 만에 완성됐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이 시스템을 더 고도화할 계획이다. 향후 다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활용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도 했다. 내년에는 각 부처가 사업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AI를 활용해 중복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컨설팅 기능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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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퇴근은 옛말"…나랏돈 35조 지키는 AI '연예인'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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