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있어도 못쓴다"…업계의 한숨, 왜?[의료AI 뜬다③]

기사등록 2026/05/10 08:01:00

인허가 심사 빨라졌지만 수익 실현은 구조적 한계

일부 의료진 의료AI 도입 보수적…기술력으로 입증

기업가치·기술력만 노린 외부에 취약…지원책 필요

[서울=뉴시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AI 기업들은 해외 학회, 전시회 등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병원 도입, 건강보험 수가 등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AI 기업들은 해외 학회, 전시회 등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병원 도입, 건강보험 수가 등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솔직히 한숨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최근 만난 한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 의료AI 기술력이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AI 기업들은 해외 학회, 전시회 등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병원 도입, 건강보험 수가 등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의료AI 개발보다 병원에 도입시키는 일이 더 어렵다"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AI가 엑스레이,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분석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의료기관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우선은 일부 의사들의 부정적인 사고다. 실제 일부 병원에서는 검진센터 등에서 의료AI를 쓰고 있지만 의료진의 반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각종 병변을 확인하는데 의료AI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 사실을 의사 실력에 대한 의문으로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 존재한다"라며 "검진센터가 의료AI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반대 목소리가 크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직도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AI 도입에 소극적이라고 업계는 전했다.

또 의료AI의 수익 구조도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병의원에서 의료AI를 사용하고 있지만 개발업체가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정부가 혁신의료기기 지정 등으로 인허가 속도는 높였지만 의료기관 진입 후 수익 실현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병원들이 수익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비용부담으로 의료AI 사용을 주저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용을 투입해 의료AI를 도입했는데 해당 의료AI가 비용 절감 또는 매출 증대의 효과가 없을 경우를 우려하는 것이다.

또 수가가 책정된 제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의료환경에서는 건강보험 수가가 낮게 책정돼 수익 모델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AI 업계에서는 "의료AI 검사 1건 수익이 1000원짜리 편의점 껌 하나보다 낮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외치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 부담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수가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10일 의료AI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AI 기업들은 해외 학회, 전시회 등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병원 도입, 건강보험 수가 등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0일 의료AI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AI 기업들은 해외 학회, 전시회 등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병원 도입, 건강보험 수가 등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의료AI 업계에서는 기술력보다 기업가치만 노리고 접근하는 일부 대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AI 산업이 미래 성장 분야로 주목받으면서 기술 육성보다는 우회 상장이나 투자 차익 실현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24년 디지털치료제와 의료AI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상장사 A업체는 매각 이후 사실상 관련 사업이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A업체를 인수한 측의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 인력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고 기존 사업도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임원진은 상대적으로 높은 퇴직금 등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실무 연구진들은 하루아침에 연구를 중단하게 됐다"며 "결국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개발 연속성도 끊겼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시장 상황에서 의료AI 기업들이 버틸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료AI는 개발 후에도 임상, 인허가 등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라며 "의료기관 진입 속도가 더디다 보니 자금 부족, 경영난 등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과 손잡을 만큼 기술력이 검증됐던 기업도 자금 압박으로 사실상 모든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라며 "좋은 기술을 갖췄더라도 지금의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의료AI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의료AI를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허가 단계를 넘어 수가 제도 개선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사 속도를 단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AI 허가 숫자를 늘리는 데만 그쳐서는 안된다"라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그로 인해 적정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기술 있어도 못쓴다"…업계의 한숨, 왜?[의료AI 뜬다③]

기사등록 2026/05/10 08:01: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