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이 빚은 청년 베토벤…샤니 시대 앞둔 뮌헨필과의 재회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5/06 16:06:27

최종수정 2026/05/06 16:29:16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연주에 기승전결 드러나

차기 상임지휘자 샤니, 말러 교향곡 1번으로 존재감 각인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협연했다.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6.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협연했다.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6.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오는 9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차기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는 라하브 샤니에게 이번 내한 공연은 새로운 시작을 미리 선보이는 무대였다.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뮌헨필의 일곱 번째 내한 공연에는 조성진이 함께했다. 샤니는 아시아 투어의 대만과 한국 공연 모두 조성진을 협연자로 택했고, 앞서 2022년 객원지휘자로 뮌헨필과 호흡을 맞췄을 당시에도 조성진과 무대에 선 바 있다. 상임지휘자 취임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이어진 이 조합은 앞으로의 뱡향을 보여주는 장면처럼 읽혔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이 작품은 베토벤이 빈으로 이주한 뒤 처음으로 발표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고전주의 양식을 잇는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샤니가 공연 전날 간담회에서 조성진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이유 역시 이날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조성진은 긴 관현악 서주를 차분히 받아낸 뒤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받았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리듬과 호흡은 유려했고 음형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정리해 나갔다. 1악장 카덴차에서는 페달을 적극 활용해 음색의 층위를 살렸고, 관악과 주고받는 선율도 유기적으로 맞물렸다.

2악장에서는 조성진 특유의 섬세한 서정성이 빛났다. 선율은 한 문장을 길게 이어가듯 자연스럽게 흐르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단정하게 멈춰 섰다. 느린 템포 속에서도 긴장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다시 빨라진 3악장에서는 옥타브를 넘나들며 활기찬 타건을 보여줬다. 통통 튀는 음들은 오케스트라와 선율로 나누는 열띤 토론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지휘자 라하브 샤니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무대를 마친 후 서로 포옹했다.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6.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지휘자 라하브 샤니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무대를 마친 후 서로 포옹했다.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6.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성진은 앙코르곡에서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뽐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를 알프레드 그륀펠트가 편곡한 '비엔나의 저녁'으로 초절정의 기교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본 공연의 3악장에서도 질주하는 듯했지만 앙코르 무대에서는 한층 더 열정적이고 자유롭게 건반을 눌렀다.

2부에서 샤니와 악단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했다. 샤니는 2013년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고, 뮌헨필 역시 말러 교향곡 4번과 8번을 초연한 악단이다. 이번 선곡은 말러와 깊은 인연을 지닌 지휘자와 악단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프로그램처럼 보였다.

샤니는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현악 위로 관악이 새소리처럼 얹히자 공연장은 숲속의 새벽 같은 분위기로 채워졌다. 이어지는 춤곡 리듬에서는 악단의 추진력이 살아나면서 청소년기의 혈기 왕성하고 생기발랄한 모습을 연상케했다.

 이와 대비되는 3악장의 단조 선율은 삶의 시련을 노래했다. 저현악의 선율은 내면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 우울감을 그려냈다. 하지만 다시 상승곡선에 올라탄 악단은 처절한 투쟁을 거쳐 극복한 한 사람의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 호른과 트롬본이 일어서서 울리는 팡파르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지휘자와 악단의 미래를 축복하는 듯했다. 무대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관객은 '브라보'를 연신 외치며 '거인'의 연주에 화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이 열렸다.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6.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이 열렸다.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6.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진 환호에 샤니와 오케스트라는 한국적인 색채로 관객과 교감했다. '아리랑'을 창단 133주년인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교향악단이 연주하며 음악은 국경을 초월하는 언어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뮌헨필은 오는 9일까지 내한 투어를 이어간다. 조성진은 악단과 함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작품은 그가 한국에서 처음 연주하는 곡이기도 하다. 또 악단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선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조성진이 빚은 청년 베토벤…샤니 시대 앞둔 뮌헨필과의 재회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5/06 16:06:27 최초수정 2026/05/06 16:29:16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