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증가세에도 재학대율은 15.3% '제자리 걸음'
쉼터 부족에 분리 아동 재유입…현장 "갈 곳 없다"
18세 이후 지원 공백…"24세까지 연계 체계 필요"
![[그래픽=뉴시스] 예산 늘어도 '갈 곳' 없는 아이들…멈춘 아동보호 시스템.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생성 후 가공 및 편집함. 재판매 및 DB 금지 hokm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07/NISI20260507_0002129614_web.jpg?rnd=20260507141933)
[그래픽=뉴시스] 예산 늘어도 '갈 곳' 없는 아이들…멈춘 아동보호 시스템.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생성 후 가공 및 편집함.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이지영 기자 = <3부:아동학대 트라우마 지옥>
"직원들끼리 농담처럼 말합니다. 차라리 우리가 위탁모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이를 보낼 데가 없으니까요."
충남의 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말이다.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정작 이들을 받아줄 곳이 없다. 쉼터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입소를 거부하고 전국을 수소문해도 자리를 찾기 어렵다. 결국 어렵게 분리한 아이를 다시 학대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반복된다.
아동학대 대응 예산은 늘고 있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2021~2025 아동학대 실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2021년 411억원 ▲2022년 629억원 ▲2023년 649억원 ▲2024년 793억원 ▲2025년 651억원으로 2024년까지 증가하다가 2025년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재학대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여전히 15.3%에 머물고 있다. 2023년(15.7%), 2024년(15.9%)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지만, 2021년(14.7%)보다는 늘어난 수준이다. 예산의 양적 확대가 재발 방지라는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뉴시스가 초·중·고 교사와 전담 공무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등을 인터뷰한 결과, 현장에서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학대냐 아니냐"…초기 대응 막는 이분법
현행 시스템은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아동 분리나 부모 조사 등 강한 행정 절차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확신이 서지 않는 초기 단계에서는 오히려 신고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경기의 한 공립초등학교 A 교장은 "현실에서는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부모 교육으로 개선이 가능한 사례도 있지만, 아이가 오히려 부모와 분리되는 것이 싫어 선생님에게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고 이후 분리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초기 개입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권오범 용산구청 아동보호팀 주무관도 "현장에는 방임부터 비교적 경미한 체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며 "점차 강도가 세지면서 결국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외처럼 세분된 기준을 적용해 조기 개입이 가능한 중간 단계의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사도 없고 시설도 없어"…인프라 공백
방수영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관리 대상 아동이 급증하면서 아동보호 전문기관뿐만 아니라 상담센터나, 지역사회 복지기관까지 모두 포화 상태"라며 "지역별 상담 역량 격차와 장기 대기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치료사나 상담사를 늘려 전 지역에 골고루 분포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며 "트라우마를 전문적으로 치료, 상담할 수 있는 인력의 확대,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대 피해 아동은 일반적인 놀이치료나 상담만으로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트라우마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치료기관과 양질의 전문가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 인력 부족도 현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천 강화군청 가족복지과 정태영 주무관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지만, 인력 순환이 너무 빠르다"며 "현실에서는 2년 근무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6개월에서 1년 만에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 경험이 축적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호시설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하다. 특히 중증 장애 아동의 경우, 분리 결정이 내려져도 받아줄 시설이 없어 다시 학대 가정으로 돌아가는 일이 발생한다.
충남 B 주무관은 "장애 아동은 아동학대가 발생해 부모와 분리했다가도, 보호할 곳이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탈시설화 정책 과정에서 장애 아동을 위한 시설이 점차 줄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성인 되면 지원 뚝…"18세 절벽" 넘어야
강원의 한 사립고등학교 C 교사는 "학대를 겪은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사실상 지원할 방법이 없다"며 "트라우마가 이어지지 않도록 연속적인 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범 주무관도 "사례 관리를 최소 24세까지 확장하고, 이후에도 관련 기관과 연계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국가 개입의 범위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인이 된 피해자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의무적 관리나 과도한 개입은 자칫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자발성을 존중하는 신중한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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