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나무, 없어도 그만? 1년에 120억원어치 '열일'한다

기사등록 2026/05/01 09:00:00

최종수정 2026/05/01 09:02:24

LH연구원 4년 추적 결과…전국 도심 녹지 연 120만톤 탄소 흡수

녹지 늘리면 국가 자산도 늘어…"얼마나 지킬지" 핵심 질문 돼

[서울=뉴시스]전국을 30만 칸으로 나눠 도시 나무를 찾아내는 과정 (자료=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26. 5. 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국을 30만 칸으로 나눠 도시 나무를 찾아내는 과정 (자료=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26. 5. 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아파트 조경수와 가로수 등 도시의 나무들이 연간 12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심 속 나무가 단순한 조경용 장식품을 넘어 국가의 탄소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환경 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LHRI-FOCUS 76호'에 따르면 전국의 공원과 가로수, 아파트 조경수 등 도심 녹지가 연간 120만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 약 50만대가 1년간 내뿜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기준 국내 탄소배출권 평균 거래가(톤당 약 1만원대)를 적용하면 연간 120억원에 달하는 가치다.

한국은 매년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이를 흡수하는 산림은 점차 노령화되고 잦은 산불로 그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 이는 곧 국가 기후 신용등급 하락과 탄소국경세 부담 가중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심 속 조각조각 흩어진 조경수와 가로수가 든든한 탄소 흡수원으로 기여하고 있음이 연구를 통해 증명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토지주택연구원과 공동 연구기관들이 2020년부터 4년간 진행한 추적 연구의 산물이다. 연구진은 도시 나무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 전체를 500m×500m 크기인 총 30만개의 격자로 나눴고, 이 중 3만칸 이상을 골라 위성영상과 항공사진으로 한 칸 한 칸 들여다봤다. 건물 그림자에 가려진 나무를 찾고 주차장 아스팔트의 짙은 회색과 나무 그늘의 어두운 초록의 경계를 가르는 고된 작업이 반복됐다.


[서울=뉴시스]전국을 30만 칸으로 나눠 도시 나무를 찾아내는 과정 (자료=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26. 5. 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국을 30만 칸으로 나눠 도시 나무를 찾아내는 과정 (자료=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26. 5. 1.  *재판매 및 DB 금지


면적 파악 후에는 한국 도시 환경에 맞는 계산 공식을 도출했다. 기존 계산식은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 우리나라 도시 나무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지자체 허가와 주민 동의를 거쳐 도심 나무를 뿌리째 채취한 뒤 줄기와 가지, 잎 등을 분리 건조해 실제 저장된 탄소량을 직접 측정했다.

이러한 34년치의 시계열 복원과 현장 데이터가 합쳐져 2024년 한국 최초의 '도시 나무 탄소 흡수량 통계'가 완성됐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소액 계좌의 잔들이 하나로 모인 셈이다.

이 데이터는 지난달 16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파견된 국제 기술 전문가들의 깐깐한 검증을 통과하며 국제적 객관성까지 확보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도시를 보는 관점을 바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도시 개발의 핵심은 "이 땅에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에 집중됐고, 건물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은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도심 수목에 '가격표'가 붙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아파트 단지의 녹지를 줄이면 탄소 흡수량이 줄어 그만큼 국가 장부에 손실이 기록되고, 반대로 녹지를 늘리면 국가 자산이 늘어난다"며 "앞으로는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라는 질문 옆에 '얼마만큼의 나무를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이 놓이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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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나무, 없어도 그만? 1년에 120억원어치 '열일'한다

기사등록 2026/05/01 09:00:00 최초수정 2026/05/01 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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