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차이콥스키의 '음표로 쓴 유서'를 무겁게 읽다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4/23 16:28:59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KBS교향악단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 공연 이후 지휘자 김대진과 악단이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4.23. excusem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 공연 이후 지휘자 김대진과 악단이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은 초연 당시만 해도 마지막 악장의 침잠하는 결말 탓에 낯선 작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비창(Pathétique)'이라는 제목과 함께 비극적 서사가 더해지며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김대진은 작품의 어둡고 무거운 정서를 밀도 있게 되살렸다.

이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 공연은 전(全) 프로그램이 차이콥스키(1840~1893)의 작품으로 구성돼 작곡가 작품세계 전반을 조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김대진은 이날 지휘자로 무대에 올라 악단을 이끌며 차이콥스키의 내면을 깊이 있는 선율로 읽어냈다.  이 교향곡은 작곡가가 생애 마지막 해에 쓴 작품으로, 초연 9일 뒤 그가 세상을 떠나며 '음표로 쓴 유서'라는 해석을 낳았다. 그만큼 이 작품은 차이콥스키 최후의 내면과 자주 겹쳐 읽힌다.

흔히 교향곡이 전개될수록 더 빠르고 화려하게 고조되지만 '비창'의 4악장은 내면의 우울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체념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김대진과 악단은 이런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며 작품에 녹아든 작곡가의 삶을 해석했다. 김대진은 무거운 표정으로 악단을 이끌며 어둠을 향해 나아갔다. 도입부에서 서서히 증폭되는 저현의 선율은 고요 속에서 미세하게 발버둥을 치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 공연 이후 지휘자 김대진과 악단이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4.23. excusem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 공연 이후 지휘자 김대진과 악단이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2·3악장에서는 엇박의 춤곡 리듬이 인생의 전성기와 굴곡을 펼쳐보였다. 특히 스케르초풍의 3악장은 밝고 활기찼고, 이 때 김대진의 지휘도 이날 가장 생동감 있게 빛났다. 이는 이어질  4악장의 깊은 낙폭을 위한 의도로 읽혔다.

중간중간 울려 퍼지는 금관 역시 비창의 감정을 섣불리 끌어올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스미는 듯했지만, 현악과의 대비 속에서 오히려 내면으로 가라 앉는 기류를 더욱 강화했다.

결국 음악은 절망과 체념에 수렴했다. 우울은 더욱 짙어졌고, 끝내 체념 속에 잠겨버린 한 인간의 형상이 저현악의 선율 위에 드러났다. 타악기와 더블베이스가 공연장 안에 희미하게 남긴 잔향은, 어둠을 한층 더 짙게 만들었다.

김대진은 이 고요까지 작품의 일부분으로 보이며 한동안 두 팔을 허공에서 내리지 않았다. 다만 객석에서 성급히 나온 감탄은 선율로 해석된 체념을 관객이 온전히 몸으로 받아들이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 공연 이후 지휘자 김대진과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4.23. excusem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KBS교향악단' 공연 이후 지휘자 김대진과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한편 앞서 1부에서 김대진은 제자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사제(師弟)의 호흡을 보여줬다. 악장 사이 대비되는 타건의 섬세한 선율이 특징이었다. 차이콥스키로만 이뤄진 이번 공연에 걸맞게 이진상은 앙코르곡으로 사계 중 4월을 연주했다.

또 공연의 포문을 연 세르비아 민요와 러시아 국가가 어울린 슬라브 행진곡은 이날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김대진은 지휘에 머무르지 않고 몸을 음악에 맡기듯 무대를 즐기며 관객과 호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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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차이콥스키의 '음표로 쓴 유서'를 무겁게 읽다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4/23 16:28:5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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