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바람'에서 '짱구'로…정우가 나를 연기한다는 것

기사등록 2026/04/22 05:59:00

22일 개봉 영화 '짱구' 각본·연출·주연 맡아

2009년 '바람' 후속작 단역배우 짱구 그려

'바람'처럼 정우 실제 경험담 담은 코미디

"이 영화 만들 수 있는 난 정말 운이 좋다"

"자연스럽고 운명적인 후속작 행복했다"

3편 질문에 "알 수 없지만 계속 글 쓴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흔히 배우는 타인의 삶을 산다고 한다. 일정 기간 극 중 인물이 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연기이고 그걸 반복하게 배우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 숙명은 때론 축복으로 때론 저주로 불린다.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며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쓴다는 것,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기에 여러 번 살고 때론 영원히 살게 된다는 건 아마도 축복일 게다. 그러나 이와 정확히 반대 지점에서, 온전히 내가 아닌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 내가 나로 불리지 못하고 가상의 누군가로 불릴 수도 있다는 건 저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배우의 운명은 종종 극과 극으로 갈린다. 추앙 받거나 몰락하거나.

그럼 이런 배우에 관해서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사는 배우. 남이 아니라 나를 연기하는 배우 말이다. 온갖 영화가 만들어지고 셀 수 없이 많은 배우가 있는 할리우드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이런 유형의 배우가 짊어진 숙명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아니면 그의 연기 또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추앙 받게 될까 아니면 몰락하게 될까. 글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축복이니 저주니, 추앙이니 몰락이니 하는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 배우가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배우 정우(45)는 말했다. "전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죠."

영화 '짱구'(4월22일 공개)는 단역을 전전하는 배우호소인 29살 '김정국'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정국은 정우의 본명. 정우는 이 작품에 배우를 꿈꾸며 상경해 온갖 오디션에서 낙방하면서도 도저히 꿈을 놓을 수 없었던 자신의 불안했던 청춘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자기 얘기였기에 정우가 각본을 썼고 연출도 했다. "작정하고 덤벼든 건 아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달까요. 운명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정우가 '짱구'를 자연스러운 운명이라고 얘기한 이유가 있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그저 힘 센 형들이 멋있어 보여서 그들을 쫓아다니며 요란하게 지나온 학창 시절을 끝내고, 이젠 어른이 돼서 내 삶을 정말 잘 살아보려고 안간힘 쓰는 시절이 담겼기 때문이다. 정우의 철없는 고등학생 때 이야기를 담았던 영화가 2009년에 나온 '바람'이었고, '짱구'는 '바람'의 후속작이다. 짱구는 김정국의 별명, 정우의 별명이었다. '바람' 역시 정우가 원작자였다. "후속작을 만들어보지 않게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모두 시기가 잘 맞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됐고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그래서 운명적이라고 하는 겁니다."

'바람'은 개봉 당시 관객수가 10만명이었다. 독립영화로는 적지 않은 숫자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이 십수년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빈도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오죽하면 세대 불문 '바람'을 안 본 남자가 없다는 얘기가 있고, 그래서 이 영화를 '비공식 1000만 영화'로도 부른다. 이 인기가 '짱구'로 가는 가장 큰 동력이 됐다. "많은 분이 '바람'을 좋아해주셨기 때문에 '짱구'를 만들어서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제겐 과정이 더 중요했어요. 다만 할 얘기가 남아 있었어요. 아버지에 대한 여전한 추억,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 그게 '짱구'에 담겼습니다."

'짱구'는 '바람'의 최대 장점이었던 명확한 캐릭터, 구수한 사투리,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3박자를 이어 받으려 한다. '바람'이 그랬던 것처럼 '짱구'의 몇 몇 장면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고, 그런 순간들이 이 작품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다소 거친 면이 없지 않은 영화이긴 하나 이런 장면 때문에 '짱구'엔 마음을 흔들어 놓는 찰나가 존재한다.

이를 위해 정우는 오디션을 통해 4000명 넘는 배우를 만났다. 오디션과 추천을 통해 정우와 합을 맞춘 배우들이 바로 크리스탈·신승호·조범규·현봉식·권소현 등이다. 정우는 배우 선택 기준이 명확했다고 했다. 각본 속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최적의 배우를 뽑는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 같은데 이런 겁니다. 사투리를 잘한다고 연기를 잘한다는 건 아닌 거죠. 힘을 빼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습니다. 신승호씨 같은 경우엔 부산 출신이 아닌데 연기를 잘하니까 사투리도 잘하죠. 조범규씨는 신인이고 첫 영화인데 적역을 맡긴 것 같았어요. 자연스러우려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어야 했어요."

'짱구'엔 짱구가 오디션 보는 장면이 수 차례 나온다. 너무 힘이 들어가 있고 과장돼 있는 연기 탓에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들, 감독에게 '왜 배우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은 모두 정우의 실제 경험이다. 극 중 장항준 감독이 오디션 보는 감독으로 등장하는 장면도 있는데, 장 감독은 정우가 첫 오디션을 볼 때 만났던 연출가였다. 주연 배우이자 감독이 된 정우가 날 오디션했던 감독을 자신의 영화 속 배우로 등장시킨 것이다. 그는 "참 꿈 같은 현실"이라고 했다.

"1998년인가 1999년에 장 감독님을 만났었죠. 과거의 저와 현재의 제가 교집합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제가 영화 '쉬리' 연기를 하잖아요. 리허설을 하는데 이상하게 울컥하더라고요. 장 감독님이 참 큰 힘을 주셨어요. 그때가 '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 헌팅을 가기 전날이었는데, 새벽까지 촬영을 기다려주셨죠."

'바람' 후속작이라는 기대감, 각본을 쓴 건 물론 주연 배우와 연출을 겸해야 하는 부담감 등이 없지 않았지만 정우는 힘들었던 순간은 잘 기억나지 않고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생각만 있다고 했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찍어야 하는 영화가 있는 반면 재밌고 즐겁게 찍어야 하는 영화도 있다고 생각해요. '바람'이 그랬고 '짱구'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대충 만들었단 얘기가 아닙니다. 물론 치열하게 작업했죠. 다만 촬영장 분위기만큼 즐거웠으면 했고, 배우와 스태프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기 삶을 연기하는 정우의 필모그래피는 '짱구'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정우는 글(시나리오) 쓰는 게 재밌고 좋아서 계속 써나갈 것 같다고 했다. "글쎄요. '짱구' 흥행 여부를 떠나서 계속 글을 쓸 것 같아요. 또 제 경험담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것만 하겠단 건 아닙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도 시도해보고 싶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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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바람'에서 '짱구'로…정우가 나를 연기한다는 것

기사등록 2026/04/22 05:59: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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