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앙골라 노예무역 성지서 "역사적 비극" 위로

기사등록 2026/04/20 15:59:43

무시마 성모 교회 방문…"치유의 순간"

"전쟁·불의·가난·부정직 없는 세상 만들자"

과거 교황청 노예제 정당화 사과는 안 해

[무시마=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9일(현지 시간) 앙골라 무시마의 성모 마리아 순례지 '마마 무시마' 성소 앞 광장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6.04.20.
[무시마=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9일(현지 시간) 앙골라 무시마의 성모 마리아 순례지 '마마 무시마' 성소 앞 광장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6.04.20.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레오 14세 교황이 19일(현지 시간) 과거 대서양 노예 무역의 거점이었던 앙골라 '무시마 성모 성지'를 방문해 과거 아프리카인들이 겪은 비극을 위로했다.

AP통신과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3만여 명의 신도 앞에서 "이곳은 수세기 동안 많은 이들이 기쁨의 순간뿐 아니라 역사의 슬픔과 큰 고통의 순간에도 기도했던 곳"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전쟁도, 불의도, 가난도, 부정직함도 없는 더 나은, 더 포용적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은 콴자강 바오밥 나무가 우거진 앙골라 사바나 지역에 위치해 있다. 1833년 성모 마리아의 발현 증언이 나온 뒤 주요 순례지가 됐다.

그러나 무시마 성모 교회는 16세기 말 포르투갈 식민 개척자들이 요새 복합시설의 일부로 건설한 것으로, 이후 노예 무역의 중심지가 됐다.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들은 이곳에서 포르투갈 사제들에게 세례를 받은 뒤 북쪽으로 110㎞ 이상 떨어진 루안다 항구까지 강제로 걸어가 미대륙행 배에 태워졌다.
[무시마=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9일(현지 시간) 앙골라 무시마의 성모 마리아 순례지 '마마 무시마' 성소 앞 광장에 도착하고 있다. 교황은 이곳에서 묵주 기도를 집전했다. 2026.04.20.
[무시마=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9일(현지 시간) 앙골라 무시마의 성모 마리아 순례지 '마마 무시마' 성소 앞 광장에 도착하고 있다. 교황은 이곳에서 묵주 기도를 집전했다. 2026.04.20.

무시마 성지의 역사는 가톨릭교회가 노예무역, 강제 세례, 식민 통치 정당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옥스퍼드대 코크센터 선임연구원 앤시아 버틀러는 "교황의 무시마 방문은 흑인 가톨릭 신자들에게 치유의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흑인들이 노예제와 흑인법(Code Noir·코드 누아르) 때문에 가톨릭 신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흑인법은 가톨릭 소유주가 산 노예는 세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앙골라를 식민지화한 포르투갈인들은 비기독교인을 노예로 삼을 수 있도록 허용한 15세기 바티칸의 지침에 힘을 얻었다.

실제 1452년 니콜라오 5세 교황은 칙령 '둠 디베르사스(Dum Diversas)'를 통해 포르투갈 국왕에게 "사라센인, 이교도, 그 밖의 불신자들을 침략·정복·복속시키고 그들의 재산과 토지를 취할 권리"를 부여했다. 여기에는 "영구적 노예 상태로 만들 권리"도 포함됐다.

이 칙령과 1455년 발표된 '로마누스 폰티펙스(Romanus Pontifex)'는 이후 아프리카와 미주 대륙 토지 수탈을 정당화한 '발견 교리(Doctrine of Discovery)'의 근거가 됐다.

교황청은 2023년 발견 교리를 공식 부인했지만, 해당 칙령 자체를 공식 폐기하거나 무효화하지는 않았다. 바티칸은 1537년 후속 '수블리미스 데우스(Sublimis Deus)' 칙령을 통해 원주민의 자유나 재산권을 박탈해서는 안 되며 노예로 삼아서도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한다.
[무시마=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9일(현지 시간) 앙골라 무시마의 성모 마리아 순례지 '마마 무시마' 성소 앞에서 묵주 기도를 집전하고 있다. 2026.04.20.
[무시마=AP/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9일(현지 시간) 앙골라 무시마의 성모 마리아 순례지 '마마 무시마' 성소 앞에서 묵주 기도를 집전하고 있다. 2026.04.20.

역사적으로 대서양 노예무역을 통해 앙골라에서 끌려간 인원은 500만 명 이상으로, 전체 아프리카 노예 1250만 명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미국인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의 조상에는 노예와 노예 소유주가 모두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족보 연구자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는 교황의 미국 조상 중 17명은 흑인으로, 멀라토, 흑인, 크리올, 자유 유색인종이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날 노예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과거 교황청의 역할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는 않았다.

학계와 인권 단체들은 바티칸이 15세기 노예제를 승인했던 칙령을 공식 취소하고 역사적 과오에 대해 더 명확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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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앙골라 노예무역 성지서 "역사적 비극" 위로

기사등록 2026/04/20 15:59:4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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