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의 온기' 김혜진 "타인 향한 관심, 용기 필요한 시대"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4/19 15:00:00

관계 맺음 천착…"관심사는 늘 사람, 이번엔 더 개인에 가까이"

"최소한의 소통은 필요…관계가 때로는 안전망이 돼주기도"

"문학은 사람의 내면을 읽는 일…계속해서 사람에 대해 쓸것"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혜진 작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출간했다. 2026.04.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혜진 작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출간했다. 2026.04.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요즘 어떤 누군가, 타인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건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타인과의 교류를 최소화하는 일이 점점 자연스러워진 시대, 소설가 김혜진(43)은 다시 관계를 바라본다.

이웃과 소통이 사라지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 자체가 어려워진 일상 속에서, 그는 우리 삶에서 가장 필연적이면서도 자주 실패하는 행위인 '관계 맺음'을 붙든다.

최근 출간한 네 번째 소설집 '달걀의 온기'(창비)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만난 김혜진은 "관심사는 항상 사람에게 있다"며 "이전 작품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좀 더 '개인'에게 집중한 글쓰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혜진은 이번 책의 '작가의 말'에서 "'읽는 나'와 '쓰는 나', 그리고 '사는 나'가 아주 가깝게 맞닿아 있다"고 썼다. 그는 이 3개의 세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

관계 맺음은 오랫동안 그가 천착해온 주제다. 필연적이지만 어렵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이 행위가 누구에게나 한 번쯤 큰 고민거리였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교류가 더 익숙해진 시대, 이러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개인화가 심화되는 사회 현상에 대해 김혜진은 "많은 이들이 소통이 줄어드는 상황에 놓여 있고, 거기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에서 반복되는 사건·사고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는 측면도 짚었다.

그럼에도 그는 "최소한의 소통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혜진은 "서로 작은 관심을 주고받는 일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며 "그런 관계가 때로는 안전망이 돼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혜진 작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출간했다. 2026.04.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혜진 작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출간했다. 2026.04.19. [email protected]

소설집 속 인물들 역시 타인을 차단한 삶을 택하면서도 끝내 관계를 통해 삶의 위로를 얻는다.

표제작 '달걀의 온기'는 투자 사기로 빚을 진 '선희'가 요양원에 간 아버지의 고향집을 처분하기 위해 시골에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선희는 아버지와 두 오빠의 무관심 속에서 살아왔다고 여기며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애정과 관심을 주었더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옆집에서 청란을 파는 소녀 '민지'를 만나면서 그의 감정은 조금씩 달라진다. 부모에게 버려져 조부모와 사는 민지에게서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고, 달걀을 먹지 못하는 아버지가 꾸준히 청란을 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특정하게 집중된 친절이나 호의만 떠올리기 쉽지만, 알게 모르게 받은 것들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 것들 속에서 우리도 조금씩 성장해 간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혜진 작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출간했다. 2026.04.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혜진 작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출간했다. 2026.04.19. [email protected]

다른 작품들도 관계의 다양한 층위를 비춘다.

김승옥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선정작인 '빈티지 엽서'는 같은 헬스장에서 알게 된 남자의 엽서를 번역해주면서, 화자가 마음 한편에 묻어뒀던 꿈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다.

김혜진은  타인을 향한 선의가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관종들'에서는 부부인 정해와 영기가 추운 날씨에 방치된 아이들을 경찰에 신고한다. 물증도, 깊은 관계도 없지만 두 사람의 추측이 행동의 출발점이 된다.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있는 일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이들은 동네의 요주의 인물로 여겨진다. "앞으로는 우리만 생각하며 살자"고 다짐하지만, 그 결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딸 호경에게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했다는 과거의 기억과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다.

김혜진은 "타인을 향한 마음은 결국 자기 내면의 경험과 연결돼 있다"며 "과거에 대한 후회나 불안 같은 감정이 함께 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인과의 소통은 과거의 기억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같은 비극이 누구에게도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혜진 작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출간했다. 2026.04.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혜진 작가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소설집 '달걀의 온기'를 출간했다. 2026.04.19. [email protected]

이번 소설집은 김혜진의 11번째 책이다. 2012년 등단한 그는 올해로 작품 활동 14년 차를 맞았다.

그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아진 세상에서 오감을 집중해야 하는 독서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됐다"면서도 "문학은 사람의 내면을 읽는 언어를 통해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김혜진이 꾸준히 일상과 사람에 주목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속해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어요. 소설은 원래 사람을 말한다고 하지만, 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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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의 온기' 김혜진 "타인 향한 관심, 용기 필요한 시대"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4/19 1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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