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기업 정규직' 과도한 보상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삼성전자 성과급 딜레마③]

기사등록 2026/04/18 08:00:00

대기업-중소기업 간 보상격차 '6배' 커져

파업에 협력사 1700여곳에 피해 확산 전망

"비정규직·파견 인력, 일자리 잃을 우려"

평택 등 지역경제 침체 가능성도 제기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2020.08.30.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뉴시스]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2020.08.30.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 노조가 사측에 역대급 보상안을 요구하는 등 반도체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성과급을 높이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반도체 산업이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력사 간 기술 인력 연봉은 6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 내부 뿐만 아니라 협력사와 지역경제 등에 2차 피해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임직원 보상 수준을 역대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양사는 지난 수년 간 임금 및 성과급의 규모가 상대 회사보다 격차가 나지 않도록 보상 경쟁을 이어왔다.

노조가 사측에 해마다 경쟁사보다 많은 성과급 상향을 요구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는데, 업계에서는 같은 반도체 산업 안에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보상이 6배 이상 차이 나는 극단적 이중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엔지니어 연봉은 성과급 포함 시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에 사측이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재원으로 사용하고 메모리사업부에는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안을 노조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사측 제안 대로라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은 1인당 평균 5억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협력사 기술 인력의 연봉은 5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반도체 산업에서 근무하지만 대기업과 협력사 간의 평균 연봉 차이는 6배 이상 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노조의 요구에 성과급 등 보상 규모를 대폭 키우고 있지만, 협력사들은 자금 여력이 없어 보상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이 원청 대기업의 일부 정규직에게만 집중 배분되고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협력사 직원들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하면 협력사가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없게 되고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수천 개의 협력사와 수십만 명의 인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특정 연결 고리가 약해지면 생산 차질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커질수록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협력사들의 납품 단가도 오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납품 단가가 인상되지 않으면 중소 협력사의 근로자 처우는 정체될 수 밖에 없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사진은 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04.07.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사진은 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04.07. [email protected]

특히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협력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3일 결의대회에 이어 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1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8일 동안 파업 시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에서 30조원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1차 협력사는 1061개사, 2·3차 협력사는 693개사 등 총 1754개사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단 하루라도 가동을 멈추면 원청보다 경영 기반이 취약한 협력사가 훨씬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용 유지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협력사들은 불가피하게 비정규직 및 파견 인력에 대한 감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협력사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인데, 생산라인 1개 당 협력사 포함 3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공장(P6)이 완공되는 오는 2030년까지는 총 21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지역의 경제 또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평택의 지역경제는 삼성전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공장 가동이 멈추면 물류·식당·숙박 등 주변 자영업들의 매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투자 속도 조절을 이유로 평택 P5 생산라인 공사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현장에서 일하던 일용직 건설 노동자와 협력사 직원 수천 명이 한꺼번에 철수하며 평택 고덕신도시 일대가 일시적 불황에 시달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파업 시 생산 차질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중심으로 꾸려진 산업 생태계 자체에 큰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며 "파업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노조의 성과급 요구 및 파업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조75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45조원)은 이번 결산 배당금의 12배에 달하는 만큼, 일부 주주들은 "주주 배당금에 비해 성과급이 과한 것 아니냐", "도를 넘은 돈 잔치"라며 노조를 비판하고 있다.

한편, 총파업으로 인한 여파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노조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4.17.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4.1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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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04/18 08: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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