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검 사건으로 가득 찬 법정, 뒷전으로 밀려난 민생 재판

기사등록 2026/04/17 11:44:02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지난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법정에서 대면하는 장면은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 여사가 대부분의 질문에 답하지 않으며 증인신문은 빠르게 종료됐으나 전직 대통령 부부의 표정과 눈빛을 담은 기사는 포털 사이트를 뒤덮었다.

윤 전 대통령의 눈시울이 붉어졌는지 아닌지, 김 여사가 곁눈질로 윤 전 대통령을 쳐다봤는지 혹은 그러지 않았는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처럼 특검이 기소한 재판이 늘어나면서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민생 재판은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도, 법정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지지자들이 법원 앞 삼거리를 가득 채우며 그 자리에 모여 사기 사건 등 민생 재판 진행과 피고인 엄벌을 촉구하던 피해자들은 갈 곳마저 잃어버렸다.

특검 기소 사건을 여러 개 심리 중인 중앙지법 합의부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 기일을 잡으며 "6월까지는 기일이 다 차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역시 "재판부에 특검 사건들이 많이 진행 중이라 일반 사건들은 거의 진행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기소한 사건이 법원으로 몰리며 민생 재판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3대 특검이 지난해 하반기 기소한 사건은 67건인데, 특검법이 규정한 '6·3·3'(1심 선고는 기소일로부터 6개월 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선 최소 주 1회, 많게는 주 3~4회 공판 진행이 필요하다.

증인신문을 하게 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또는 더 늦게까지 종일 재판이 열린다. 당장 여력이 되지 않으니 일반 사건의 진행은 뒷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특검 사건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하반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의 미제 건수는 2024년 동월 대비 평균 234건 증가했다. 2022년, 2023년 7~12월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이 법원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하다. 억울함을 풀어주고, 잘못에는 책임을 묻길 원한다. 신속하되 충실하게 분쟁을 해결하고, 법질서에 따른 권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그러나 현재 법원 상황에선 이같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2차 종합특검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특검 재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법원의 업무 부담도 한계치에 다다랐지만, 기약 없이 길어지는 심리와 그 사이 흐릿해지는 증인들의 기억 및 계속되는 변호사비 지출 등으로 인한 재판 당사자의 속앓이 또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계엄과 관련된 중대한 의혹을 충실히 심리하는 것도 법원의 역할이지만, 사법부 최후의 보루인 법원만을 바라보는 국민도 생각해야 한다. 너무 늦어진 정의는 정의가 아님을 기억하며 특검 재판과 민생 재판을 동시에 제 속도로 진행할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할 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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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특검 사건으로 가득 찬 법정, 뒷전으로 밀려난 민생 재판

기사등록 2026/04/17 11:44:0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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