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경청, 샛별의 질주…정명훈과 김세현의 차이콥스키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4/13 15:11:05

정명훈-차세대 연주자 협연 단골 레퍼토리

김세현, 거장과의 무대서 존재감 증명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협연했다. 2026.04.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협연했다. 2026.04.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54년의 세월의 격차는 음악 앞에서 무색했다.  클래식 샛별 피아니스트 김세현(19)과 거장 지휘자 정명훈(73)은 세대를 뛰어넘는 호흡으로 하나의 음악을 완성했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정명훈은 김세현의 연주를 세심하게 받쳐주었고, 김세현은 10대 연주자 특유의 패기와 집중력으로 화답했다.

이들이 협연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정명훈이 젊은 연주자들과 자주 호흡을 맞춰온 대표 레퍼토리다. 과거 조성진과도 여러 차례 협연한 바 있어, 이날 무대는 자연스럽게 '거장이 다음 세대와 나누는 음악적 대화'라는 의미를 더했다.

서막을 여는 호른의 선언적인 선율에 김세현의 힘 있는 타건이 곧장 응답했다. 넓은 옥타브를 넘나드는 단단한 터치는 첫 악장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지 힘만 앞세운 연주가 아니었다. 힘찬 음형 사이사이로 선율의 호흡이 살아있었고, 현악기의 멜로디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정명훈의 지휘는 절제돼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과도하게 밀어붙이기보다 김세현의 선율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방식이었다. 특히 카덴차에서는 피아노의 서사를 온전히 김세현에게 맡긴 채,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거장이 젊은 연주자의 해석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은 이날 무대가 세대의 호흡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줬다.

 2악장에서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첫 악장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서정성과 절제를 중심에 놓았다. 서로 과장하지 않는 호흡 속에서 같은 주제 선율을 주고받으며 음색의 결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김세현의 트릴은 느린 악장에 화려함과 섬세한 긴장감을 동시에 더하며 악장의 밀도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협연했다. 2026.04.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협연했다. 2026.04.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마지막 악장에서는 다시 폭발적인 에너지가 무대를 휘감았다. 김세현은 지면을 단단히 딛고 전신으로 건반을 밀어붙이며 맹렬하게 질주했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현악의 흐름 위로 피아노는 더욱 날카롭고 선명한 음형으로 응수했다.

첫 악장에서 옥타브의 핵심 음형으로 시작을 알렸던 그는 다시 낮은 옥타브에서 높은 음역까지 모든 음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절정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연주가 끝난 뒤 정명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김세현을 바라봤고,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뜨겁게 포옹했다. 세대의 간극은 사라지고 음악만 남은 순간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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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경청, 샛별의 질주…정명훈과 김세현의 차이콥스키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4/13 15:11:0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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