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는 넘쳐나는데 갈 곳이 없어요"…환자들의 호소[기자수첩]

기사등록 2026/04/06 10:01:00

최종수정 2026/04/06 10:18:24

신규 개설 의원 421곳 중 146곳은 피부과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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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얼굴 한쪽에 띠 모양의 물집이 생겨 피부과를 찾았는데 방문한 병원 3곳에서 모두 문전박대를 당했어요. 대상포진은 72시간 안에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응급 질환이라 사정을 했는데도 안된다네요. 예약 없이는 안된다며 돌려보냈는데, 미용시술을 위해 온 다른 손님은 예약 없이도 바로 안내를 하더라구요. 피부과는 많은데, 정작 피부질환으로 찾으면 진료를 보지 않는데 어디를 가야 하나요"

병원·의료 분야를 취재하는 도중 만난 한 40대 여성이 토로한 말이다. 실제 피부에 찰과상을 입거나 피부 발진이나 습진, 아토피, 염증, 무좀 등으로 피부과를 찾았다가 '피부질환은 보지 않는다'거나 '예약 환자만 받는다'며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국내에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내걸고 있는 병·의원은 1만5000여 곳이고, 이 가운데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의원은 1516곳이다. 지난해 1~7월 새로 개설한 병·의원 421곳 중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곳은 146곳. 개원의 10명 중 3~4명 꼴로 피부 시술에 나서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작 습진이나 발진 등 피부 질환이 생겨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피부 미용'의 성지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만 가봐도 '피부과 '간판은 차고 넘치는데, 정작 피부에 문제가 생겨 찾으면 이를 진료해 주는 곳을 찾기 힘들다.

이들 병원들은 'OO피부&에스테틱', 'OO스킨클리닉' 등의 이름으로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내걸었지만, 상당수는 피부 진료는 보지 않고 레이저나 보톡스, 필러, 리프팅 등 미용 시술만 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건강보험 급여 청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피부과 의원만 52곳이라고 한다. 피부질환 진료 없이 레이저나 보톡스 등 비급여 미용시술만 했다는 얘기다. 이는 고가의 미용시술에 비해 진료비가 저렴한 보험 진료는 수익성이 낮아 꺼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낮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한 달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만 2000만원이 넘게 드는데, 빌딩 안에 피부과 진료를 보는 곳만 7곳에 달한다"며 "피부 질환을 보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건강보험 진료 수가가 너무 낮아 임대료도 내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가 낮고 질환만 진료해서는 병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보니, 병원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미용 시술을 병행하거나 아예 미용 시술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미용 목적의 피부시술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정은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아토피나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을 위해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결국 이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환자가 병원을 진료거부로 신고해도 처벌 받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료과목에 피부과를 내걸고 피부질환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행법으로는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나 약품 등이 없을 경우엔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피부과 전문의가 피부를 진료하지 않다보니 일반의가 진료를 하다 오진을 하거나, 피부암이 번진 후에야 뒤늦게 대학병원을 찾은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진료과목에 피부과를 내세우며 일반의들이 피부과를 개원하는 것은 문제 삼으면서, 피부과 전문의가 피부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너무 모순되지 않은가. 물론, 모든 병원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적은 수가에도 환자를 위해 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도 있다.

피부 미용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적어도 피부 문제로 간판을 보고 찾아간 환자가 헛걸음을 하지 않는 사회, 의사와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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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는 넘쳐나는데 갈 곳이 없어요"…환자들의 호소[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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