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켜진 2% 성장…25조 '전쟁 추경' 소방수 돼줄까

기사등록 2026/03/24 07:25:00

최종수정 2026/03/24 07:36:24

중동전쟁 3개월 지속시 성장률 0.3%p↓…경기 우려 커져

경제 심리도 악화 조짐…'향후 경기 나빠질 것' 28→33%

정부, 25조 '전쟁 추경' 편성 방침…경기 대응 성격 커져

'민생 안정에 도움' vs '물가 자극할 수 있어'…의견 엇갈려

[뭄바이=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유조선 선룽 수에즈 막스호가 12일 인도 뭄바이항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2026.03.18.  *재판매 및 DB 금지
[뭄바이=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유조선 선룽 수에즈 막스호가 12일 인도 뭄바이항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2026.03.18.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동 전쟁이 4주차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은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는 고공행진을 지속 중이고,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제 성장세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2%의 성장을 전망했던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가 지속되면 중동 에너지 의존 비율이 높은 우리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5조원 규모의 대규모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에 속도를 내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다.

24일 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올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다. 하지만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NH금융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동전쟁이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0.3%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1년간 이어지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또 미국과 이란이 서로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하면서 군사 충돌이 진정되는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경제 충격은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성장률은 연간 0.1~0.2%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사태 장기화 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뿐만 아니라 나프타, 요소 등 여러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재료도 수급난을 겪을 위험이 커진다.

유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생산비가 올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물가가 급격히 올라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내수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씨티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2%로 내렸고, 골드만삭스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를 0.3~0.5%p 낮췄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 경기 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37%로 2월 조사(44%) 때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33%로 지난 조사(28%) 때보다 5%p 상승했다.

재경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동 사태와 관련해서는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및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수급 차질이다. 중동 사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초대형 유조선(VLCC) 입항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조만간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수급 관리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전날 고유가 대응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어 "중동 상황이 3주째 지속되면서,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각 부처가 분야별 대응 계획을 더욱 철저히 점검·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에너지 및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급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감안해 대체 발전 확대, 에너지 절약 등 에너지 수급관리 계획을 신속히 구체화·공표하는 한편, 업계와 긴밀히 협업해 나프타·요소 등 핵심 품목의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경기 위축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여당은 25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기로 했다. 당초 시장과 경제계에서 전망하던 15조~20조원보다 큰 규모로, 2006년 이후 실시된 18차례의 추경 중 3번째로 규모가 큰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유류비·물류비 경감, 소상공인·농어민 등 민생 안정, 피해 수출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경 규모를 감안할 때 경기 진작 목적도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번 추경은 성장률을 일정 부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차 추경안(지출 증액 13조8000억원)과 2차 추경안(16조2000억원)이 각각 성장률을 0.1%p 높인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번 추경은 그 규모가 훨씬 더 크다.

씨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15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경우 4개 분기에 걸쳐 성장률을 약 0.11∼0.21%p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재정 지출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중동 사태와 관련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다보니 경기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며 "취약 계층과 지방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지원을 하고, 여력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중동 사태 이전에도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올해 초과세수가 예상이 되고 있는 만큼 추경은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민생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2% 정도로 봤는데, 한국은행에서는 IT 수출을 빼면 1.4%라고 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9% 정도라고 봤을 때 여전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에 있고 총수요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허 교수는 "정책 당국은 취약 계층용 패키지를 쓰면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하지만 경기 부양형 추경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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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 켜진 2% 성장…25조 '전쟁 추경' 소방수 돼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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