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시행 일주일…고발 폭주 속 수사 주체 혼선도

기사등록 2026/03/19 06:00:00

조희대 대법원장 등 30여명 피고발

소급적용 논란…경찰·공수처 수사권 혼란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법개혁 3법 (법원조직법·형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공포된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자유·평등·정의가 적혀 있다.  2026.03.12.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법개혁 3법 (법원조직법·형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공포된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자유·평등·정의가 적혀 있다. 2026.03.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판사나 검사가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 처벌하는 이른바 '법왜곡죄'가 시행된 지 오늘로 일주일이 됐다. 취지와는 달리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당사자들의 고발이 쏟아지며 제도가 '사법 불복의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수사 주체를 둘러싼 법적 공백과 법령 해석의 모호함까지 더해져 사법 시스템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일주일간 고발당한 인물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해 오동운 고수처장, 3대 특검 관계자 등 30여 명에 달한다.

1호 사건은 이병철 변호사가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을 고발한 건이다. 지난 12일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을 법왜곡죄 혐의로 경찰과 공수처에 동시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이 작년에 치러진 대선 직전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처리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서면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이 변호사는 지귀연 부장판사 또한 법왜곡죄로 고발했다.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날' 단위로 계산해야 하는데도 '시간' 단위로 계산해 석방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1심 판결에 불복해 재판장을 고발한 사례도 나왔다. 스마트솔루션즈(전 에디슨EV) 주주연대 대표는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의 1심 재판을 맡았던 김상연 부장판사를 법왜곡죄로 처벌해 달라며 공수처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부장판사는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등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워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등을 받는 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 등을 선고하면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입찰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렸다. 고소인들은 무죄 선고에 대해 "논리적 모순을 범했다"며 판사가 사실 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처벌을 요구했다.

한 시민단체는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 관계자 등 28명을 서울경찰청에 무더기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에 대한 수사 및 기소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문제는 이같은 고발의 상당수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닌, 수사나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 적용이 부당하다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는 등의 조문 내용이 추상적이라 근거없는 고소고발이 난무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판사나 검사를 직접 고발해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같은 현상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으며, 재판작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대책을 모색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이와 관련해 '형사재판 보호 및 지원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고발 사건 대부분이 법 시행 이전 이미 종결된 과거 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도 논란이다. 헌법상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과거 사건을 이제 막 시행된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조 대법원장을 고발한 이 변호사는 문제 삼은 이 대통령의 사건이 서울고법에 계류중인 만큼 조 대법원장의 행위는 '계속범'에 해당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이미 확정된 판결까지 법왜곡죄를 적용하는 경우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고, 법리적으로도 각하될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수사 현장에서는 누가 수사 주체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혼선이 생기고 있다. 현재 법왜곡죄 고발장은 경찰과 공수처에 다발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이를 조율할 법적 장치는 불완전한 상황이다.

현행 공수처법의 경우 직권남용 등 고위공무원의 특정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삼지만, 신설된 법왜곡죄도 공수처법상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또 검사 대상 사건과 달리 판사는 공수처가 강제 이첩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양 기관이 수사 우선권을 두고 갈등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수사기관 간 수사권 정리가 선행돼야 불필요한 '사건 핑퐁'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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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03/19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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