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한 장애인 25일 조국 대표에 호소문 전달
장애인들 "법안 핵심 '탈시설화' 꼭 지켜달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농성장 앞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및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6.02.19. [email protected]
[나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전남 나주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탈시설화' 권리 명시를 촉구하며 국회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10년 논의 끝에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 법안에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개념과 장애인이 보장받아야 할 주요 권리, 장애인 정책 추진 체계 등이 담겼다.
나주 변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상준 소장은 19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오는 25일 나주를 방문하면 정수루(正綏樓)에서 만나 호소문 서신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신에는 시설 중심의 삶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탈시설화의 필요성이 담겼다.
박 소장은 서신에서 "시설은 누군가에게는 보호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창문은 있어도 바람이 들지 않는 방과 같았다"며 "밖을 바라볼 수는 있었지만 그 바깥으로 걸어 나갈 수는 없었던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사람은 단순히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시설은 의식주는 있었지만 '나의 의지'가 머물 영토는 없는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그 섬을 벗어나 대한민국이라는 시민의 영토로 돌아오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워왔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이 조 대표와 만나는 장소인 정수루는 조선 선조 시기 나주목사(牧使)였던 학봉 김성일이 백성들의 억울함을 듣기 위해 북을 걸어둔 곳으로, 한양의 신문고에 대응하는 '지방의 신문고'로 불린다. 이곳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국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박 소장은 뇌병변 장애인으로 시설 중심 보호에서 벗어난 지역사회 자립생활 권리를 꾸준히 주장해 온 당사자다.
그는 "완벽한 법을 포기하고 장애인의 내일을 선택했다"며 "살점을 도려내듯 문장을 깎아내 단 한 줄 '탈시설화'만 남겼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한 줄'은 법안 제19조에 담긴 '탈시설화' 관련 조항이다. 이 조항은 장애인이 선택과 자유를 제한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당초 일부 법안에는 '시설수용 종식' 등 보다 강한 표현이 포함됐으나 입법 과정에서 정부와 장애인단체 간 논의를 거쳐 '탈시설화'라는 표현으로 조정했다.
장애계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후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결국 법 제정을 위한 최소한의 합의라는 데 뜻이 모였다.
현재 법안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라는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아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법사위가 통상 자구와 체계를 정리하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구 수정'이라는 명목으로 핵심 문장인 '탈시설화'가 삭제되거나 약화되는 것은 상임위 논의를 뒤집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박 소장은 서신에서 "상임위라는 파도는 넘었지만 이제 법사위라는 마지막 좁은 문이 남아 있다"며 "이 가느다란 한 줄이 다시 베어 나가지 않도록 국회가 그 문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서신은 단순한 의견 전달을 넘어선다. 400년 전 정수루의 북이 억울한 백성들의 목소리를 관청에 전달하는 통로였다면 이번 서신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10년간 쌓아온 요구를 정치권에 전하는 '현대판 신문고'로 평가된다.
장애인 복지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을 장애인 정책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시설 중심 보호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과 지역사회 자립을 중심으로 한 권리 기반 체계로 나아가는 첫 출발이라는 의미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법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통과해야 최종 제정된다.
박 소장은 "쟁점은 하나"라며 "탈시설화라는 단 한 줄이 남느냐, 사라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