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녔어?…'배틀그라운드' 실제 전장에 활용되나

기사등록 2026/03/14 10:00:00

최종수정 2026/03/14 11:44:24

크래프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피지컬 AI 합작법인 추진

크래프톤 "안두릴 같은 글로벌 방산 기술 기업 만들겠다"

게임 AI에서 로봇 두뇌까지…한화 제조 인프라와 시너지

[서울=뉴시스] 크래프톤의 '펍지(PUBG):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크래프톤의 '펍지(PUBG):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펍지: 배틀그라운드'로 전 세계 게이머를 가상 전장에 몰입시켰던 크래프톤이 이번에는 진짜 전장을 겨냥한다. 게임에서 축적한 인공지능(AI)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방위산업에 접목해 '한국판 안두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크래프톤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3일 피지컬 AI 핵심 기술 공동 개발과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피지컬 AI 핵심 기술 공동 연구개발 ▲실증 및 적용 시나리오 검토 ▲기술 및 운영 체계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JV는 공동 개발 성과의 현장 적용과 사업화를 신속히 연결하는 실행 조직으로 운영될 방침이다.

크래프톤은 한화자산운용이 조성하는 펀드에도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 펀드는 AI, 로보틱스, 방위산업 분야에 중점 투자하며 목표 결성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이날 "크래프톤의 AI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운영 역량을 한화의 현장 기반 역량에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며 "향후 한화와 JV를 설립해 공동 개발 성과를 사업화까지 연결하고, JV를 '안두릴과 같은 글로벌 방산 기술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AI 기술이 산업을 넘어 방산 분야에서 활용되는 피지컬 AI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크래프톤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전장이 현실로?…전장 시뮬레이션 SW 개발 가능성

이번 양사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표의 발언과 크래프톤의 기술 자산을 종합하면, 이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은 가상환경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방위산업에 접목한 이른바 '전장 운영 소프트웨어'로 추정된다.

크래프톤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투입되는 가상 전장에서 지형·날씨·물리 법칙이 적용된 환경을 실시간으로 운영해온 게임이다. 수년간 전 세계 수억 명의 이용자로부터 축적된 전투 상황 데이터는 방산 분야의 '디지털 트윈'에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실제 지형과 물리 법칙이 반영된 가상 전장 시뮬레이터를 구축해 신병 훈련은 물론, 새로운 전술을 수천 번 반복 시뮬레이션하거나 한화의 무기 체계 성능을 가상 공간에서 먼저 검증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롤모델은 실리콘밸리 '안두릴'…한국판 '래티스' 만드나

특히 김창한 대표가 롤모델로 언급한 안두릴을 통해서도 사업 아이템을 유추해볼 수 있다. 안두릴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방산 AI 기업이다.

안두릴은 AI 기반 전장 운영 플랫폼 '래티스(Lattice) OS'를 핵심으로, 드론·감시타워·잠수정 등 다양한 자산을 하나의 작전 체계로 연결해 실시간 지휘·통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전장을 지휘 ·통제하는 'AI 참모'다.

크래프톤과 한화의 JV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통합 관제 플랫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수십 대의 드론이 게임 속 NPC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정찰과 타격을 수행하는 '군집 드론' 체계와 이를 통합 지휘하는 AI 소프트웨어가 핵심이 된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등 대규모 동시접속 게임 운영에서 축적한 실시간 데이터 처리 역량은 수만 개의 센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고 지휘관에게 시각화된 전장 정보를 제공하는 '전장 대시보드' 구현에 강점이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한화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의 방산 전시회에 마련한 부스의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025.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화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의 방산 전시회에 마련한 부스의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025.10.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게임 AI에서 로봇 두뇌까지…한화 제조 인프라와 시너지

이번 크래프톤·한화의 JV는 크래프톤이 약 5개월 만에 쌓아올린 AI·로보틱스 투자 행보의 정점에 해당한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AI 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하며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엔비디아 B300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에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연구를 전담할 별도 법인 '루도 로보틱스(Ludo Robotics)'도 설립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한국 자회사를 둔 구조로, 김창한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이강욱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루도 로보틱스는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를 개발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언급한 '피지컬 AI'도 JV 사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크래프톤이 설립한 루도 로보틱스의 기술이 한화의 제조 인프라와 결합하면 로봇 팔·궤도 차량·드론 등에 즉시 이식 가능한 표준 AI 엔진 모듈로 제품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트 배틀그라운드' 찾는 크래프톤…AI·방산으로 활로 모색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크래프톤의 성장동력 다변화 전략으로 읽고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의 글로벌 장기 흥행에 힘입어 2024년 매출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을 기록했으나, 차기 대형 프랜차이즈 IP 확보 측면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가 역시 2021년 상장 이후 공모가(49만8000원)를 크게 밑돌고 있다.

게임 회사가 방산 기업과 손잡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라는 전장 시뮬레이션 게임을 수년간 운영하며 축적한 대규모 데이터와 AI 기술이 실제 방산 분야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향후 JV 설립과 실증 과정을 통해 검증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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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녔어?…'배틀그라운드' 실제 전장에 활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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