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제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외국 지진 장비 제조업체들로부터 104만달러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진 관련 전문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병만)는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 전헌철(68) 전 한국지질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 전 센터장은 센터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영국과 미국의 지진 장비 제조업체 제품이 한국 내 수요기관에 선정되도록 지원하는 등 편의를 봐준 대가로 31회에 걸쳐 미국 계좌로 약 104만달러를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뇌물죄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지 전 센터장 측은 "해당 회사들과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기술 자문을 수행한 대가로 정당하게 받은 자문료"라며 "편의를 제공해준 대가가 아니기 때문에 뇌물수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구입한 지진 장비의 판매 대금 중 5.62%와 23.44%를 따로 피고인에게 지급했다"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취업규칙이 있음에도 해당 회사들과 각각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금액의 자문료를 지급받으면서 승인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간 자문수수료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자문활동 내역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제공받은 금원이 직무행위와 대가성이 있어 보인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5회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찰에 고발장 중 피고인 측의 부동의한 부분에 대한 석명을 요구했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나머지 증거만으로 판단했을 때 충분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장에서 피고인이 제품 선정 지원 및 경쟁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편의를 제공했다는 부분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회사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행위 외에 직무 관련성 및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추단할 만한 행위가 특정되거나 증명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직무 관련성 및 대가 관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 전 센터장은 2017년 미국에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로스앤젤레스 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14개월 및 벌금 1만5000달러 등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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