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전략적 실리…정면 충돌 피하고 좌파·다자주의자 설득
산체스, 정치적 입지 회복…反트럼프 최전선서 지지율 재고
![[바르셀로나=AP/뉴시스] 스페인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월19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양국 우호 협약을 맺고 악수하고 있다. 2026.03.04](https://img1.newsis.com/2023/01/20/NISI20230120_0019693337_web.jpg?rnd=20230120093419)
[바르셀로나=AP/뉴시스] 스페인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월19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양국 우호 협약을 맺고 악수하고 있다. 2026.03.04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합동 공격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란 공격의 국제법 위반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공개된 방송 연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공습으로 촉발된 이 전쟁은 현재 역내로 확산하고 있고 모두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프랑스는 이 작전이 국제법 범위를 벗어나 수행됐다는 점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달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때도 국제법을 거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확전은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이란 정권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모든 당사자는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위치한 자국 기지가 공격을 받은 후 중동 지역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중해에 핵항모를 배치했고, 키프로스에 위치한 영국군 기지 방어를 지원하고자 호위함을 파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일 영국과 독일 정상과 공동 성명에서 이란의 이스라엘과 중동내 미군 기지 등에 대한 보복 공격을 규탄하면서 자국과 동맹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 방송 연설에서 이란의 핵·탄도 미사일 개발, 역내 대리 세력 지원, 반정부 시위대 유혈 진압 등을 열거하면서 "이 상황의 일차적인 책임은 이란에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모든 정황과 협상 교착 상황을 고려해 군사 작전 개시를 결정했다"고 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란 사태에 한 목소리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계가 멀어져 유럽의 핵심 현안인 우크라이나 문제의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데 방해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BBC는 분석한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이 국제법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전략적 실리주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프랑스는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유엔에서 미국을 정면 반대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법을 강조하면서도 미국과 정면 충돌은 피했다는 취지에서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해온 마크롱 대통령의 국제법 언급은 프랑스가 여전히 규범 질서의 수호자라는 점을 강조해 좌파와 다자주의 진영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산체스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강경하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비판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산체스 총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도전한 유일한 EU 지도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달 28일 엑스에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일방적인 군사 행동을 거부한다"며 "이는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질서를 더욱 불확실하고 적대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뿐이다.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국제법의 완전한 존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날 성명에서 "증오스러운 정권에 반대하는 것과 동시에 정당화될 수 없고 위험한 군사적 개입에 반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스페인은 미국과 공동 군사 기지를 이란 공격에 사용하는 것도 제한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1일 "국제법의 틀 안에서 작전해야 한다"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원 제공이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다음날인 2일 항공 전력을 철수했다.
폴리티코는 산체스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는 이유를 국내 정치에서 찾았다. 부패 스캔들과 지방 선거 패배로 자국에서 정치적 공간이 매우 좁아진 상황이라면서 외교 무대에서 트럼프주의에 맞서는 보루를 자처하는 것이 스페인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체스 총리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맞서 국제법과 다자주의를 호소하며 반대 여론을 결집시켰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유사한 위치로 올라섰다고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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