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 뿐인 플랫폼 법안들…"지원책은 없나요"

기사등록 2026/02/27 17:00:00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최근 만난 한 패션 스타트업 대표가 쿠팡 사태 이후 달라진 회사 소개 꿀팁을 알려줬다. '플랫폼'은 숨기되 '인공지능(AI)'을 강조하면 된다는 것이다.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독과점이나 착취, 불공정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될 수 있어 감춘다는 게 요지였다.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촉발된 쿠팡 사태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플랫폼 벤처·스타트업은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정 할 것 없이 쿠팡을 잡겠다며 각종 플랫폼 규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들이 현실화되면 국내에선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들의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기도 어려운 것이 플랫폼 규제법 찾기는 쉬워도 지원법 찾기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다. 현재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플랫폼 관련 법안 22건 중 이름에 '지원'을 내세운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음식 플랫폼 관련 법안을 제외하면 모두 '규제'나 '공정화'가 전면에 자리잡고 있다. '카카오톡 서버 장애',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쌓인 불만에 쿠팡사태가 기름을 부으면서 플랫폼 지원보다 규제 쪽에 무게가 실린 결과다.

문제는 특정 플랫폼 기업이 일으킨 사건이 산업 전반을 좌우하면 그 한계는 뚜렷하다는 점이다. 쿠팡만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은 위헌 소지가 커서 플랫폼 규제법을 만들려면 생태계 전체를 규율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데, 대다수 벤처·스타트업의 규제 대응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AI기본법 시행 당시 대비 계획을 세운 스타트업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AI기본법상 규제를 지키지 못했다고 과태료를 맞느니 미국이나 싱가포르에서 재창업하겠다는 로봇 스타트업도 있었다.

이처럼 쿠팡을 벌주겠다는 이유로 플랫폼 규제를 양산하는 것은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성장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이제 규제보다는 지원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만으로도 규제는 충분히 가능하고 플랫폼은 산업 특성상 자율 규제가 가장 효과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틱톡 분쟁', '라인야후 사태'처럼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플랫폼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새로운 글로벌 질서로 부상면서 지원의 필요성은 한층 커졌다.

지금 국내 플랫폼 벤처·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규제로 점철된 가시밭길이 아니다. 규제와 지원이 균형을 이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드넓은 벌판이다. 나중에 "그때 좀 더 힘써서 지원해 줄 걸"이라고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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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02/27 1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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