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령사회 '요양업' 수요 느는데…규제 걸림돌 여전

기사등록 2026/02/23 15:23:49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초고령사회 진입과 저출생 장기화로 인구구조가 재편되면서 돌봄 지형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부는 '살던 곳에서의 노후'를 기조로 재가 돌봄을 확대하고 있지만 치매·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시설형 요양 인프라 수요 역시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 전 1~2년의 중증 돌봄과 임종 준비가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가 지난해 29만2000명으로 늘었고, 2050년에는 63만9000명으로 2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생명보험업계가 요양사업에 눈을 돌리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저금리와 회계제도 변화, 보험 본업의 성장 둔화 속에서 고령 인구 증가라는 시대적 흐름에 올라탈 수 있고, 헬스케어·연금 상품과의 연계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 주도로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도 보험산업의 미래 대비 과제로 요양업이 거론되며 이 같은 기대를 키웠지만, 1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제도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먼저 노인복지법상 노인의료복지시설 설치 시 요구되는 토지·건물 직접 소유 요건은 현실적으로 가장 높은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임차 등을 활용한 유연한 사업 모델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초기 투자비는 급증하고, 자본 회수 기간은 길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일당이 정액화된 수가제도가 이 같은 지역별 부동산 비용 격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요가 집중된 서울·부산 등 대도시권에서 오히려 공급 기반이 취약한 수급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넘어 시설 운영을 시작한다고 해도, 장기요양보험 체계 내에서 비급여에 해당되는 항목이 제한적이어서 추가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하거나 수익성을 보완하기도 어렵다.

현재 요양 시설에서 제공할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은 식사와 상급침실 이용료, 이·미용 정도다. 높은 부동산 비용과 인건비를 감당하면서도 투자 대비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보니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과제가 단일 부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운영·관리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시설 설치에 따른 건축 인허가와 입지 규제는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여기에 보험사의 요양사업 진출과 관련한 감독·건전성 규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할이다.

고령 인구의 돌봄 정책은 주거·복지·금융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초고령사회 대응이라는 하나의 방향성을 위해서는 산업 육성과 공공성 확보를 아우르는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도 고려돼야 한다.

수요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돌봄 인프라의 공백은 결국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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