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츠와프 쥐들' 슈미트·정보라 기획 시리즈 마침표
슈미트 "가장 근원적인 메세지는 비극 속 혼돈"
정보라 "폴란드-한국 모습 닮아 소개하려 번역"
4권 '구역'엔 브로츠와프 거주하는 한국인 등장
![[서울=뉴시스] 폴란드 작가 로베르트 J. 슈미트.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6.0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2/13/NISI20260213_0002064171_web.jpg?rnd=20260213175830)
[서울=뉴시스] 폴란드 작가 로베르트 J. 슈미트.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6.0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폴란드 아포칼립스 SF소설가' 로베르트 J. 슈미트와 '폴란드 문학 전공자' 정보라 작가가 함께 기획한 '브로츠와프의 쥐들'(다산책방) 한국판 시리즈 3부작이 완간됐다.
시리즈는 1963년 폴란드 서부 대도시 브로츠와프에서 실제 발생한 출혈성 천연두 감염 사태를 모티프로 삼았다. '카오스', '철창', '병원'으로 이어지는 3부작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좀비 아포칼림스 소설이다. 그러나 단순한 장르 소설을 넘어 권위주의 체제 아래 놓인 인간의 본성과 국가 권력의 민낯을 파헤친다.
최근 슈미트와 정보라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슈미트는 "이 시리즈의 가장 근원적인 메시지는 전쟁이나 팬데믹, 혹은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대규모 비극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혼돈이라는 점"이라며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로츠와프 출신인 슈미트는 1980년대 데뷔해 20편이 넘는 장편을 발표한 작가로, 폴란드에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작가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시리즈는 그가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기획의 출발은 우연이었다. 그는 한 SF소설 컨벤션에서 독자들이 1963년 브로츠와프 감염병 상태를 두고 믿기힘든 실제 사건이라며 토론하는 장면을 듣고 영감을 얻었다.
![[서울=뉴시스] '브로츠와프의 쥐들: 병원'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5.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29/NISI20251229_0002028922_web.jpg?rnd=20251229102550)
[서울=뉴시스] '브로츠와프의 쥐들: 병원'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5.12.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젊은 독자를 위한 호러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비라는 환상적 요소를 더해 공산주의 국가에서 아포칼립스가 벌어지는 상황을 상상해봤죠."
그는 특히 1960년대 공산주의 체제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강조했다.
"군인, 정치인, 시민이 처한 현실은 모두 달랐습니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같은 사태를 바라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공산주의가 얼마나 짐승같은 체제였으며, 비인간적으로 시민을 대했는지 독자들이 직접 목격하기를 바랐습니다."
![[서울=뉴시스] 정보라 작가. (사진=ⓒ혜영) 2026.0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13/NISI20251013_0001964852_web.jpg?rnd=20251013184309)
[서울=뉴시스] 정보라 작가. (사진=ⓒ혜영) 2026.0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을 한국에 소개한 이는 정보라 작가다. 그는 2022년 슈미트의 에이전트이자 그의 배우자를 통해 처음 원고를 접했다.
정보라는 "1960년대 공산주의 폴란드의 엄혹한 모습에서 같은 시기 군사독재 치하 한국의 모습이 겹쳐보였다"며 "식민 지배와 전쟁, 분단과 독재를 겪은 한국 역시 폴란드와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어 국내 독자에게 충분히 울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번역 작업은 쉽지 않았다. 장편 시리즈 번역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작업이 끝나자 "시원함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폴란드 군대·경찰·교도소의 계급 구조나 당시 차량과 무기 명칭 등을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이 특히 까다로웠다"고 털어놨다.
시리즈는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각 권은 서로 다른 상황과 공간을 비춘다. '카오스'는 감염병 발발 직후 첫 12시간을 따라가며 혼돈 속 인간의 본능을 드러낸다. '철창'은 통제 시스템이 무너진 국가의 모습을, '병원;은 봉쇄된 건물 안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지키려는 사투를 중심에 둔다. 군인, 경찰, 정치인 등 각기 다른 권력 구조가 촘촘히 얽히며 계급주의적 질서를 드러낸다.
정보라는 특히 권력층의 태도에 주목했다.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전염병 사태를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억누르려하거나, 자기 가족만 챙겨 도망치는 장면은 한국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대규모 재난이 다시 한국을 덮친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서울=뉴시스] '브로츠와프 쥐들' 원작 표지.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6.0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2/13/NISI20260213_0002064175_web.jpg?rnd=20260213180350)
[서울=뉴시스] '브로츠와프 쥐들' 원작 표지.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6.0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슈미트 역시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달랐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600명이 넘는 등장인물을 설정했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소설에 출연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했다. 이름을 추첨해 작품에 반영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실험이자 재미였다.
한국형 좀비 영화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실사화 가능성에도 기대를 내비쳤다.
"진부해 보일수 있는 좀비 장르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고 생각합니다. '카오스'의 이야기가 한국 군사독재 시절이나 북한을 배경으로 각색된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출간된 시리즈 4권 '구역(Dzielnica)'에는 브로츠와프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다룬 장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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