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도 장애도 못 꺾은 만학도 열정…"늦게라도 배워 다행"

기사등록 2026/02/16 09:00:00

2025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

92세에 배움의 열매 맺은 최고령자 김점례씨

수줍음 속 뜨거운 열정, 우수학습자 방병현씨

전동휠체어 타고 배움의 길을 나선 이기옥씨

[서울=뉴시스] 정예빈 기자 = 지난 12일 '2025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 현장에서 만난 김점례씨와 방병현씨. 2026.02.12. 5757@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예빈 기자 = 지난 12일 '2025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 현장에서 만난 김점례씨와 방병현씨. 2026.0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한글을 배우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모르던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돼 스스로 길을 찾아다닐 수 있어 좋고, 어디든지 가서 대화할 수 있어 좋아요."

지난 12일 '2025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 현장에서 만난 김점례씨는 배움의 기쁨을 환한 미소에 담아 생생히 전했다. 1933년생인 김씨는 올해 92세로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668명의 학생 중 최고령이다.

김씨는 "한글을 배우고 싶어서 친구들하고 셋이 가서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했다"며 "아들딸들이 '우리 엄마가 이렇게 똑똑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는 공부를 안 가르쳤다. 일본 사람들한테 쫓겨 다니고 도망 다니다가 못했다"며 "옛날에 못 했던 걸 하니 정말 좋다"고 했다.

한글을 익힌 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며 뿌듯해하는 김씨의 얼굴에는 행복이 환하게 피어올랐다. 그는 "한글을 배우고 나니 유튜브도 볼 수 있고, 뉴스를 보다 보면 정치도 알게 된다"며 "세상이 돌아가는 걸 알아서 좋다. 배우면 이런 게 좋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초등 학력을 취득한 방병현씨도 졸업의 기쁨을 만끽했다. 방씨는 "기분이 좋다. 감사한 마음이다"라며 "늦게라도 배우니 다행이다. 앞으로도 배울 수 있는 데까지는 배워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방씨는 우수 학습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감을 묻자 방씨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수줍게 웃었다.

우수 학습자인 방씨에게도 '영어' 앞에서만큼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영어가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방씨는 "A, B, C를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뜻을 모아야 하니 힘들었다"며 "영어는 계속 배워도 터득이 안 될 것 같다. 상급 학교에 가서 조금씩 더 공부하면 머리에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힘들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는 '한문'을 꼽았다. "한자를 재미나게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방씨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묻어났다.

수학여행의 설렘,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 나눈 우정도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씨는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일본을 보내줘서 정말 좋았다"며 "옛날에는 일본에 가보지도 못했다. 못했던 걸 하고 나니 지금은 원이 없다"고 했다.

이어 "선생님을 잘 만나서 단풍놀이도 가고 안 데리고 다니는 데가 없었다"며 "재미나게 공부하니 좋다. 10년만 더 젊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김씨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다 같이 서로 모르는 건 가르쳐준다"고 흐뭇해했다.

방씨는 학습 능력이 세월 앞에 더뎌졌다고 말했지만, 배움을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방씨는 "머리 회전이 안 돼도 죽어라 배운다"며 "이제는 중학교에 가려고 한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이와 장애 등을 이유로 주저하는 이들에게 함께하자는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방씨는 "사람은 배워야 한다. 사람 살아가는 것을 배우든, 마음을 배우든 배워야 한다"며 "그래야 사람이 겸손해질 수 있고, 남도 이해하게 될 줄 안다"고 했다.

김씨는 "배우면 좋으니 학교에 찾아가 보라고 권한다"며 "내가 배웠으니 모르는 사람들이 배울 수 있게끔 일러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예빈 기자 = 지난 12일 '2025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 현장에서 만난 이기옥씨. 2026.02.12. 5757@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예빈 기자 = 지난 12일 '2025학년도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 현장에서 만난 이기옥씨. 2026.02.12. [email protected]
신체적 장애로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기옥씨는 자신을 "못 배운 게 한이 돼서 뭐든지 하면 끝장을 보려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잘 배워서 나중에라도 국회의원 나갈 줄 누가 아느냐"며 밝게 웃었다.

그는 "늦게 공부해 졸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씨의 입가에는 늘 미소가 머물렀다. 특유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감싸며 졸업의 기쁨을 여과 없이 전했다.

이 씨는 "우리 반에서 장애인이 나 하나밖에 없었는데 다 배려를 잘 해줬다"며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1944년생인 이씨는 "80세가 넘어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도전하다 보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중학교에 가려 한다"고 했다.

이날 김씨, 방씨, 이씨를 포함한 668명의 만학도들은 '학력 인증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중등 학력을 취득했다.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비문해·저학력자인 18세 이상 성인을 위해 초등·중학 과정으로 운영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졸업생들이 걸어온 모든 과정은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인생의 이야기며,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도 성인 학습자들이 새로운 도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동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5 학력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만학도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2.12.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5 학력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만학도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2.1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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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도 장애도 못 꺾은 만학도 열정…"늦게라도 배워 다행"

기사등록 2026/02/16 09: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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