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보다 센 태평소, 조상님도 놀랄 거문고 비트"…국악 입은 게임 OST의 파격

기사등록 2026/02/12 20:33:17

최종수정 2026/02/12 21:04:24

"비과학적 방법으로 과학적 음정을"…태평소의 재발견

이지수 "태평소, 트럼펫보다 강해…국악기 예측불가함이 매력"

국악, 게임 뚫고 글로벌 시장으로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정소림 게임캐스터, 이지수 작곡가, 양승환 작곡가.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정소림 게임캐스터, 이지수 작곡가, 양승환 작곡가.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거문고는 5세기부터 존재한 악기입니다. (고구려의) 왕산악 선생이 무덤에서 일어난다면 깜짝 놀랄 일이죠. 현대의 게임 비트와 이렇게 어우러질 줄은 상상도 못 했을 테니까요." (양승환 작곡가)

"서양 오케스트라에서 뚫고 나오는 힘이 가장 좋은 악기가 트럼펫인데, 태평소는 그보다 훨씬 더 셉니다. 전쟁 영화나 게임의 전투 장면에서 시그널을 주는 역할로 태평소만 한 악기가 없어요." (이지수 작곡가)

1500년 된 악기 거문고가 최신 게임의 신디사이저 베이스를 대신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우렁찬 태평소가 오케스트라의 트럼펫보다 더 강렬하게 전장(戰場)을 찢는다. 조상님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어쩌면 불가능해 보였던 영역을 국악기가 뚫었다.

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서 국악으로 재탄생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의 OST를 공개했다.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김태현(대금), 박시현(피리), 주은혜(거문고).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김태현(대금), 박시현(피리), 주은혜(거문고).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편곡자로 참여한 양승환, 이지수 작곡가는 단순히 국악기를 배경음악(BGM)을 넘어, 게임의 타격감과 서사를 국악기 특유의 거친 질감과 에너지로 치환해 보여줬다.

"비과학적 방법으로 과학적 음정을"…태평소의 재발견

양승환 작곡가는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의 'ARISE' 트랙에서 거문고를 베이스 기타처럼 활용했다.

양 작곡가는 "거문고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타악기적 성격을 가진 현악기"라며 "원곡의 강렬한 신스 베이스(신디사이저로 만든 저음역대 베이스 사운드)를 대체할 악기를 찾다 보니 거문고가 제격이었다. 왕산악 선생이 본다면 '엄청나게 대단한 시도'라며 놀라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양재춘(꽹과리), 박시현(피리), 김태정(장구).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양재춘(꽹과리), 박시현(피리), 김태정(장구).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특히 전투 테마인 'Blood-Red Commander(블러드-레드 코맨더)'와 'Sunset Duel(선셋 듀얼)'에서는 태평소가 전면에 나섰다. 양 작곡가는 태평소 연주자 박시현을 비롯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연주자(김태현·박시현·주은혜·김태정·양재춘·전명선·황세원 등)들의 기량과 연주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양 악기는 과학적으로 개량돼 정확한 음정을 내지만, 국악기는 그렇지 않다. 특히 태평소는 빨대(서)를 깎고 입술로 조절하는, 지극히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연주한다"며 "그런데 단원들이 그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현대 음악의 칼 같은 음정과 리듬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지수 "태평소, 트럼펫보다 더 쎄…국악기 예측불가함이 매력"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등으로 유명한 이지수 작곡가 겸 서울대 교수는 서양 음악 작곡가의 관점에서 국악기의 고유 특성에 주목했다.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승준이 정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승준이 정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이지수 작곡가는 "태평소는 트럼펫보다 훨씬 더 세다. 원곡을 듣고 전투 장면에서 한국적인 원초적인 에너지를 가진 태평소를 쓰고 싶었다"며 "태평소 협주곡 형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 작곡가는 "조상님은 시도 자체를 안했고, 저 태평소 연주자(박시현)은 표현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연주자"라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정확하게 연주를 한다"고 치켜세웠다.

이 작곡가는 또 "서양 음악은 악보에 모든 정보가 담겨 있지만, 국악은 연주자의 즉흥성과 '시김새(장식음)'가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이 예측 불가능함이 불편했지만, 거꾸로 생각하니 서양 악기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에너지가 됐다"고 했다.

국악, 게임 뚫고 글로벌 시장으로

이번 앨범은 국악이 단순히 '옛것'에 머물지 않고, K-콘텐츠의 핵심 요소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황세원(생황), 이한나(소프라노).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서울=뉴시스]국립국악원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게임 사운드 시리즈'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황세원(생황), 이한나(소프라노).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P의 거짓' OST 중 'The Clear Blue Sky(더 클리어 블루 스카이)'는 30개가 넘는 대나무 관을 가진 생황의 신비로운 화음과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결합해 판타지적 색채를 극대화했고, 'Proposal, Flower, Wolf Part 1(프로포절, 플라워, 울프 파트1)'에서는 정가(正歌) 보컬 정승준이 참여해 절제된 동양의 미학을 보여줬다.

양 작곡가는 "서양 음악은 12음계, 국악은 5음계라 태생적으로 섞이기 힘든 물과 기름 같은 존재"라면서도 "믹싱 과정에서 배음(Overtone) 구조가 달라 애를 먹었지만, 국악 연주자들의 진화된 기량이 이 간극을 메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국악원의 이번 '게임 사운드 시리즈'는 오는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주영한국문화원이 주관하는 '제12회 K-뮤직 페스티벌'에도 공식 초청돼 글로벌 팬들을 만난다.

'국립국악원×P의 거짓: 서곡', '국립국악원×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앨범은 멜론·유튜브뮤직·스포티파이 등 국내외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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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보다 센 태평소, 조상님도 놀랄 거문고 비트"…국악 입은 게임 OST의 파격

기사등록 2026/02/12 20:33:17 최초수정 2026/02/12 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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