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터뜨린 46억년 전 '화학 잭팟'…절묘한 산소 균형이 생명체 만든다
행성 형성기 산소 농도, 인·질소 보존 결정하는 '신의 한 수' 작용
물 존재 여부 넘어 '화학적 골디락스' 제시…외계 행성 탐사 새 기준 제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11호 임무 중 달 지표면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는 우주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성일지도 모른다. 광활한 우주에 수많은 지구형 행성(암석행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오직 지구만이 생명체로 가득한 '푸른 점'이 되었는가에 대한 해답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태양과의 거리나 물의 존재뿐만 아니라, 행성 탄생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희귀한 화학적 우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학계에 보고된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지구는 형성 초기 단계에서 인(P)과 질소(N)라는 생명의 핵심 원소를 보존할 수 있는 매우 정밀한 화학적 조건 하에 놓여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화학적 골디락스 존'이라 명명하며, 지구가 이 좁은 범위 내에 정확히 안착했기 때문에 생물학적 진화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지구가 형성되던 약 46억년 전 이 행성은 뜨겁게 달아오른 용융 상태였다. 이때 무거운 금속 성분은 안으로 가라앉아 핵을 만들고, 가벼운 물질들은 위로 떠올라 맨틀과 지각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행성의 운명을 가른 것은 '산소의 양'이었다.
연구팀은 핵 형성 과정에서 산소가 너무 적으면 인이 철과 결합해 핵 속으로 영원히 가라앉아 버린다고 지적했다. 인은 DNA의 골격이자 세포막의 핵심 성분이며, 생명체의 에너지 화폐인 ATP(아데노신 삼인산)를 구성하는 대체 불가능한 원소다.
만약 지구가 조금만 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생명의 설계도인 DNA조차 만들 수 없는 불모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산소가 너무 풍부해도 문제였다. 산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질소가 문제가 된다. 질소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인데, 산소가 과잉 공급되면 질소는 행성에 붙들리지 못하고 우주 공간으로 쉽게 소실된다.
즉 지구는 인을 지각에 남기기 위해 산소가 충분해야 했고, 동시에 질소를 잃지 않기 위해 산소가 너무 많아서도 안 되는 '줄타기' 상황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크레이그 월튼 박사는 "지구는 이 좁은 산소 농도의 중간 영역에 정확히 위치했다"며 "만약 핵 형성 과정에서 산소가 조금만 더 많거나 적었더라면 생명체 발생에 필요한 인과 질소의 균형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웃 행성인 화성과 비교했을 때 더욱 명확해진다. 연구진의 모델링 결과 화성은 지구와는 다른 산소 환경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의 맨틀에는 인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었지만, 질소가 부족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생명체가 탄생하기에는 매우 가혹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향후 외계 생명체 탐사 방향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천문학계는 주로 행성이 항성(별)으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있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주 가능 구역'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물이 있더라도 행성 내부의 화학적 조성이 맞지 않으면 생명이 싹틀 수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행성을 구성하는 재료는 결국 그 행성이 속한 항성의 성분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항성의 화학적 구성을 분석하면 그 주변을 도는 행성이 '화학적 잭팟'을 터뜨렸을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월튼 박사는 "이번 연구로 외계 생명체 탐사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정밀해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우리는 우리 태양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성분을 가진 항성계를 최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지구의 생명 탄생은 억겁의 시간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우연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화학적 행운'이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이번 연구는 지구라는 존재가 우주에서 얼마나 특별한 예외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인류의 외계 탐사 지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천문학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단순히 태양과의 거리나 물의 존재뿐만 아니라, 행성 탄생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희귀한 화학적 우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학계에 보고된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지구는 형성 초기 단계에서 인(P)과 질소(N)라는 생명의 핵심 원소를 보존할 수 있는 매우 정밀한 화학적 조건 하에 놓여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화학적 골디락스 존'이라 명명하며, 지구가 이 좁은 범위 내에 정확히 안착했기 때문에 생물학적 진화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지구가 형성되던 약 46억년 전 이 행성은 뜨겁게 달아오른 용융 상태였다. 이때 무거운 금속 성분은 안으로 가라앉아 핵을 만들고, 가벼운 물질들은 위로 떠올라 맨틀과 지각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행성의 운명을 가른 것은 '산소의 양'이었다.
연구팀은 핵 형성 과정에서 산소가 너무 적으면 인이 철과 결합해 핵 속으로 영원히 가라앉아 버린다고 지적했다. 인은 DNA의 골격이자 세포막의 핵심 성분이며, 생명체의 에너지 화폐인 ATP(아데노신 삼인산)를 구성하는 대체 불가능한 원소다.
만약 지구가 조금만 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생명의 설계도인 DNA조차 만들 수 없는 불모지가 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산소가 너무 풍부해도 문제였다. 산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질소가 문제가 된다. 질소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인데, 산소가 과잉 공급되면 질소는 행성에 붙들리지 못하고 우주 공간으로 쉽게 소실된다.
즉 지구는 인을 지각에 남기기 위해 산소가 충분해야 했고, 동시에 질소를 잃지 않기 위해 산소가 너무 많아서도 안 되는 '줄타기' 상황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크레이그 월튼 박사는 "지구는 이 좁은 산소 농도의 중간 영역에 정확히 위치했다"며 "만약 핵 형성 과정에서 산소가 조금만 더 많거나 적었더라면 생명체 발생에 필요한 인과 질소의 균형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웃 행성인 화성과 비교했을 때 더욱 명확해진다. 연구진의 모델링 결과 화성은 지구와는 다른 산소 환경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의 맨틀에는 인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었지만, 질소가 부족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생명체가 탄생하기에는 매우 가혹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향후 외계 생명체 탐사 방향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천문학계는 주로 행성이 항성(별)으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있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주 가능 구역'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물이 있더라도 행성 내부의 화학적 조성이 맞지 않으면 생명이 싹틀 수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행성을 구성하는 재료는 결국 그 행성이 속한 항성의 성분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항성의 화학적 구성을 분석하면 그 주변을 도는 행성이 '화학적 잭팟'을 터뜨렸을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월튼 박사는 "이번 연구로 외계 생명체 탐사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정밀해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우리는 우리 태양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성분을 가진 항성계를 최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지구의 생명 탄생은 억겁의 시간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우연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화학적 행운'이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이번 연구는 지구라는 존재가 우주에서 얼마나 특별한 예외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인류의 외계 탐사 지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천문학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