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빚 뿐"…'폐쇄 10년' 개성공단 기업절반 휴·폐업

기사등록 2026/02/10 15:00:00

최종수정 2026/02/10 15:22:20

개성공단기업협회, '전면 중단 10년 기자회견' 열어

입주기업 124곳 중 폐쇄 후 최대 60개사가 휴·폐업

"온전한 보상과 재가동 위한 우리 정부 역할 중요"

통일부, 입장문 내고 "국회와 협력해 준비해 나갈 것"

[파주=뉴시스] 강은정 기자=개성공단기업협회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10주년 기자회견'. eunduck@newsis.com 2026.02.10.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강은정 기자=개성공단기업협회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10주년 기자회견'. [email protected] 2026.02.10.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강은정 기자 = #. 최동진(66)씨는 2009년 2월 남동생과 북한 개성공단에서 청바지 공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이 가진 잠재력을 높이 산 최씨는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한국에 있던 설비를 모두 북한으로 옮겼다. 17년이 지난 지금 청춘을 쏟아부은 공장은 온데간데없고 형제는 남은 건 빚뿐인 신용불량자가 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38개사 대표 및 임직원들이 10일 오전 11시께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남북CIQ) 게이트 앞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 10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80여 명의 참석자들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됐지만 우리는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북한 개성에 조성된 공업지구로, 대표적인 남북 교류 사례이자 평화의 상징이었다.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 체결한 '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계기로 본격 추진됐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장소인 데다가 북한 노동자의 저렴한 임금은 국내 중소기업들에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고, 한때 개성공단 입주 경쟁률은 수백 대 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한 2016년 2월 10일까지 가동 기업 124개사가 12년간 32억3000만달러를 창출하고 5만4000명의 고용 효과를 일으켰다.

조경주 개성공단기업협회(협회) 회장은 "2007년 2월 1차 기업으로 입주해서 9년 동안 가동했다"며 "공단이 닫힌 채 기다린 시간이 10년이 됐는데 이제 함께한 일한 기간보다 북측 근로자들을 그리워하며 보낸 시간이 더 길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들어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통신선 단절 등 최악의 남북 관계 속에서도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아직 희망을 버릴 수 없다"며 "개성공단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자 남북 경제협력의 최전선이었으며 사명감과 함께 '작은 통일'을 경험했다는 자부심을 안겨준 공간이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공장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내몰렸고 현재 30%가 넘는 기업들이 이미 휴·폐업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휴·폐업 신고를 한 기업뿐 아니라 사실상 휴·폐업 상태인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최대 60여 개사에 달한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도 "전면 중단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희망 고문을 견뎌왔다"며 "그 과정에서 십수억 원의 손실을 감당했고 더는 버틸 수 없어 2023년 12월 말 대부분의 임직원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현재까지 약 10차례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다"며 "여러 차례 우리 정부의 거부와 모호한 입장을 겪었고, 어렵게 승인이 난 후에도 북측의 응답이 없어 아직 단 한 번도 공장을 다시 밟아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파주=뉴시스] 강은정 기자=개성공단기업협회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10주년 기자회견'. eunduck@newsis.com 2026.02.10.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강은정 기자=개성공단기업협회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10주년 기자회견'. [email protected] 2026.02.10. *재판매 및 DB 금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제대로 된 보상과 공단 재가동이었다.

조 회장은 "정부가 나름의 지원을 해왔다고는 하나 아무 잘못도 없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턱없이 부족했고 여전히 야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개성공단 기업들과 거래로 인해 연쇄적인 피해를 입었던 협력 업체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고개를 들기 어렵다"고 한숨 쉬었다.

협회가 추산한 신고액 및 실질 피해액은 8173억원인데 정부가 확인한 금액은 이보다 적은 7087억원이다. 이중 지금까지 정부가 1~4차에 걸쳐 지급한 총 지원액은 5787억원에 불과하다.

박 대표는 "남북경협보험 약관을 보면 단서 조항에 개성공단 재개시 지원받았던 돈을 다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어서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조 회장은 개성공단의 역사적·정책적 의미를 강조하며 "재개를 대비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실질적인 생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우리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단 기업들은 어떠한 잘못도 없다"며 "북측 당국도 공단 방문 승인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보호를 위한 방문 승인에 있어 진전되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전 이사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14년간 바늘구멍을 뚫어봤던 사람들"이라며 "이분들이 다시 밀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재 5·24 조치 해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통일부와 이재명 대통령께서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지원 요청을 하고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해나가겠다"며 "기본적으로는 기업들이 살아남아야 하므로 피해 지원 쪽으로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16년 2월 우리가 일방적으로 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은 남북 간 상호 신뢰 및 공동 성장의 토대를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행위였다"며 "정부는 개성공단의 조속한 정상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2024년 해산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빠른 시일 내에 복원시킴으로써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제도적 준비를 체계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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